헌신의 가치
급식체계 개선 노력 육군56사단 김성민 병장
13년 경력 조리병 급식 변화 주도
‘함께 만들어가는 식당’ 내걸고
일일 결산 참여 재고 파악·부식 청구
메뉴 실명제·우수 조리병 선발
군 부대 식당 맛·질·서비스 끌어올려
비법노트 공개…장병들에게 최고의 한 끼 제공
군 급식 맛과 질을 향상하기 위해 정성을 쏟고 있는 한 조리병의 헌신이 주목받고 있다. 육군56보병사단 김성민 병장은 ‘함께 만들어가는 병영식당’을 주도하며 급식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13년 요리 경력을 가진 그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메뉴 개발, 급식행정 개선 등을 이끌며 병영식당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글=이원준/사진=이윤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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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급식 변화는 ‘조리병의 주인의식’에서 시작된다. 김성민 병장이 지난 1년간 기동대대 병영식당 ‘청운식당’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몸소 느낀 교훈이다.
김 병장은 초등학생 때부터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고, 조리 일선에서 수년간 근무한 이색 경력을 지니고 있다. 국내외 요리대회에서 대상을 포함해 총 33회의 수상 경력을 가진 그는 여러 호텔에서 조리사로 일했다. 요리학원 강사, 한국조리협회 이사로 활동하기도 하며 요식업계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요리를 업으로 삼아온 그가 조리병을 선택한 이유는 명료했다.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군 급식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식당 운영과 대량조리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군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점이 분명히 있기에, 제 요리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군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지금도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김 병장은 외부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리 군 급식이 체계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을 느낀다고 했다. 부식 청구, 재료 관리, 위생 기준은 외부식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고, 오히려 일부 측면에선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럼에도 장병들이 군 급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조리병의 ‘마인드 차이’를 들었다.
“외부식당은 고객이 찾아오는 곳입니다. 더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손님이 직접 식당을 찾고, 식당 주인은 그 기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합니다. 하지만 군 식당에서는 조리병들이 식당의 주인이라기보다 정해진 식단을 수행하는 근무자로 인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음식의 세심함과 정성에서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요식업계에선 맛·품질·서비스가 곧 경쟁력이자 식당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병영식당에선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격차가 생긴다는 설명이다.
그래서 김 병장이 강조하는 개념은 ‘함께 만들어가는 식당’이다. 함께 만들어가는 식당이란 조리병이 식당 구성원으로서 급식 개선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책임을 나누는 구조를 가리킨다.
“병영식당을 단순히 부대 식당이 아니라 ‘나의 식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리병이 단순히 조리만 하는 것이 아닌, 청구부터 재고 관리, 위생 관리, 메뉴 개선 과정까지 참여한다면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길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가짐의 변화는 음식의 질과 서비스 수준을 끌어올리는 가장 근본적인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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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급식의 변화는 조리병의 주인의식, 즉 ‘이 식당은 우리의 공간이다’란 인식에서 시작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청운식당에선 급양관 주관 아래 조리병들이 일일 결산에 참여하고 있다. 결산에서는 남아 있는 재고를 파악해 부식 청구가 이뤄지며, 메뉴·위생 등에 대한 토의가 이뤄진다.
“조리병이 결산에 참여해 급식행정과 식당운영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부식 청구를 직접 하며 원활한 재료의 순환이 이뤄집니다. 실제로 청운식당의 부식 청구 적·흑자 비율은 기존 108%에서 현재 10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식당운영이 훨씬 안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급양관님 주도 아래 조리병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식당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결과입니다.”
김 병장은 조리병의 동기부여를 이끌기 위한 아이디어도 여럿 제시해 병영식당에 적용하고 있다.
“첫 번째는 메뉴실명제입니다. 예를 들어 ‘김성민의 매운돼지갈비찜’처럼 대표 메뉴에 책임 조리병의 이름을 명시하는 방식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걸린 음식이라면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깁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우수 조리병 선발 제도다.
“사단 내 조리병들을 대상으로 요리대회를 진행하거나 식당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조리병을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한다면 조리병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이름이 걸리고, 내가 바꿀 수 있고, 잘한 점은 칭찬받는 ‘명예와 보상’ 체계. 조리병에게 주인의식을 심어줄 핵심 기제라고 김 병장은 강조했다.
장병들에게 제공되는 한 끼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가 아니다. 그 안에는 조리병들의 고민과 노력, 그리고 병영식당을 더 나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작은 변화가 담겨 있다. 김 병장은 급식 메뉴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자신만의 노하우를 담은 ‘비법노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반응이 좋았던 메뉴 요리법을 꼼꼼히 기록해 다른 조리병이 따라 조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군대에 오면 시간 낭비라는 말을 듣기 싫었습니다. 군대 안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워야 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식당은 단순한 구호가 아닙니다. 군 급식의 변화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 식당은 우리의 공간’이라는 인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만들어가는 식당이 자리 잡는다면 군 급식의 변화는 반드시 따라올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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