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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mariner's Eye

입력 2026. 03. 09   14:38
업데이트 2026. 03. 09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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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해군 함정 승조원에게 요구되는 상징적인 자질은 ‘Seaman’s Eye’다. 이는 항해기술이나 경험의 축적을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해양환경을 읽고, 그 흐름을 예측하는 감각을 의미한다. ‘Seaman’s Eye’는 오랫동안 바다에서의 생존과 임무 완수를 가능하게 하는 해군 승조원의 핵심 소양으로 자리해 왔다.

그러나 수중에서 작전하는 잠수함 승조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여기서 한 단계 더 확장된다. 잠수함은 외부를 직접 확인할 수 없는 환경에서 각종 센서와 장비에 의존해 임무를 수행한다. 바다를 읽는 감각만으론 충분하지 않으며, 장비의 작동상태와 미세한 변화가 의미하는 바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잠수함은 원리와 목적이 다른 수많은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한 플랫폼인 만큼 승조원은 장비를 조작하는 수준을 넘어 작동 원리와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즉, 잠수함 승조원에게는 전통적인 ‘Seaman’s Eye’에 더해 공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Engineer’s Eye’가 요구된다.

바다와 관련된 감각과 장비의 이해는 상호보완적이며 어느 한쪽이 결여되면 잠수함 운용의 안전성과 신뢰성은 저하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Seaman’s Eye’와 ‘Engineer’s Eye’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Submariner’s Eye’를 제시한다. 이는 해양환경에 대한 직관과 공학적 분석 능력을 결합한 잠수함 승조원 고유의 종합적 역량이다.

잠수함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안전이다. ‘Submariner’s Eye’는 고도의 전투기술이기 이전에 잠수함이 잠항할 때마다 안전하게 부상할 수 있도록 하는 최후의 안전장치다.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 장보고함이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사고체계를 승조원들이 현장에서 체득해 왔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 해군이 운용할 잠수함은 더욱 기술집약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특히 핵추진잠수함 도입 논의는 잠수함 전력의 새로운 도약을 예고한다. 이를 위해선 보다 심화된 공학적 이해가 필수다. 이는 단순한 경험만으로는 확보될 수 없다. 따라서 전력 도입 이후가 아닌 준비 단계부터 ‘Submariner’s Eye’를 체계적으로 함양하는 교육훈련이 병행돼야 한다.

핵추진잠수함 도입은 오랜 ‘꿈’이자 새로운 ‘도전’이다. 이는 단순히 새로운 플랫폼을 확보하는 문제가 아니라 안전하고 신뢰성 있게 운용할 수 있는 역량을 함께 구축하는 과정이다. ‘Submariner’s Eye’는 개인의 자질을 넘어 교육훈련과 조직문화 전반에 스며들어야 할 집단적 역량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Submariner’s Eye’를 체계적으로 계승하는 게 미래 잠수함 전력 ‘창조’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홍성구 소령 해군잠수함사령부 91잠수함전대
홍성구 소령 해군잠수함사령부 91잠수함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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