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공간력 혁신으로 만드는 자율적 병영생활

입력 2026. 03. 09   14:38
업데이트 2026. 03. 09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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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건물을 만들지만, 그다음엔 건물이 우리를 만든다.”

이 말은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독일 공습으로 파괴된 하원 의사당을 재건하며 남긴 것이다.

최근 우리 군수지원대대는 신축 병영시설로 이전했다. 처칠이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는 단순히 새로 지은 시설을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율적 병영생활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재구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기존 병영시설은 1층 생활관 바로 옆에 지휘통제실이, 2층엔 행정반이 있어 업무공간과 휴식공간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았다. 용사들은 일과 후에도 간부와 언제든 마주칠 수 있다는 긴장감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이런 불편함을 인지해 신축 병영시설을 삶의 방식을 고려한 기능 중심으로 재구성했다. 1층은 사무공간, 2층은 생활공간, 3층은 공용 편의시설로 분리했으며 2층 생활공간에 있는 생활관에는 인터폰을 설치했다.

지휘통제실에선 인터폰으로 생활관 상황을 직접 청취할 수 있어 점호와 인원 보고 등 병영생활 통제가 별도의 이동 없이 가능하고, 2층에 생활관이 모여 있어 당직근무 소요가 줄고 불침번도 폐쇄회로TV로 대체하게 됐다. 공간의 혁신은 우리에게 다양한 이점(긍정적 결과)을 가져왔다.

첫째, 삶의 방식을 고려한 층별 분리는 일의 효율과 개인 성장을 동시에 끌어냈다. 일과시간엔 1층 사무공간에서 임무에 집중하고, 일과 후에는 2층 생활공간에서 개인정비와 휴식을 취한 뒤 3층 사이버지식정보방·체력단련실 등 공용공간을 활용해 자기계발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생활리듬이 형성됐다. 그 결과 업무 집중도는 높아지고, 일과 후 개인시간을 이용해 미래에 대한 준비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둘째, 휴식공간에서의 심리적 안정감이 높아졌다. 인터폰을 활용한 당직간부와 분대장의 효율적인 보고·종합체계가 정착되면서 병사들은 개인정비 및 휴식시간에 불필요한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이는 스트레스 감소와 피로 회복으로 이어져 병영생활의 질을 향상시켰다.

셋째, 용사 스스로 자립심과 통솔력을 기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2층이 온전히 용사들의 생활공간이 되면서 분대장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 소통과 역할 분담이 강화됐고 ‘어떻게 하면 우리 공간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라는 주인의식을 바탕으로 생활관 운영과 청소 역시 자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율성이 높아진 만큼 책임의식 역시 자연스럽게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지금 우리 대대가 경험하고 있듯이 용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통제가 아니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신뢰다. 새로운 공간에서 생활하는 우리가 자율과 책임을 바탕으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육군을 떠받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원혁 상병 육군23경비여단
정원혁 상병 육군23경비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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