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식사 후 커피를 마시며 일과를 준비하던 중 행정보급관이 말을 꺼냈다. “저번에 말한 붕어빵 기계 있잖아, 당○마켓에 올려 볼까?”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 “팔지 마시고 그걸로 봉사활동을 다니면 어떨까요?”
우리의 ‘붕어빵 작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지시를 받은 것도 아닌데, 누군가 경기 포천시 노곡2리 마을회관 이장님께 전화를 걸어 방문 가능한 날짜를 물었다. 그 사이 누구는 봉사 희망 간부를 모집하고 또 누구는 운전, 식재료 구매 등 임무를 나눴다. 당○마켓에서 봉사단 결성까지 걸린 시간은 단 5분. 말을 꺼낸 건 나지만 그들의 저돌적인 모습에 흠칫했다.
황금 같은 토요일 오전 9시. 차에 무기와 장비를 싣고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목표는 붕어빵 200마리, 전투원은 6명. 전장에 도착해 챙겨 온 무기를 꺼냈다. 헐값에 팔려 갈 뻔한 붕어빵 기계와 밀가루 반죽, 팥소, 버터, 뒤집개 등등. 눈앞에 부려 놓고 보니 걱정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2인 1조로 나눠 2명은 붕어빵을 굽고 2명은 배달을, 2명은 어르신들의 말벗이 돼 드리기로 했다. 홍보(?)를 하면 더 많은 분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 회관 앞에 플래카드까지 걸었건만,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노릇함이 생명인 붕어빵이 푹 익지 않는 것이다! 기능이 고장 난 무기와 씨름하며 애꿎은 붕어빵만 뒤적거리던 그때, 제일 먼저 와 기다리던 어르신이 한 말씀을 하셨다. “붕어빵 아직 안 됐어?”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출발할 때 호기롭던 모습은 어디 가고,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 몰려왔다.
심기일전해 전투원 모두가 기계 앞에 모였다. 위치를 옮겨 보고, 받침에 돌도 괴어 보고,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 보니 마침내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제야 노릇노릇한 팥붕어빵 하나 완성. 그 하나를 시작으로 10마리, 50마리, 100마리 등 점점 붕어빵이 쌓여 갈수록 어르신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요즘은 붕어빵을 파는 데도 많이 없고, 있어도 비싸서 못 먹는 데 정말 고맙네.”
그 말에 우리는 더 힘을 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께는 직접 배달해 드렸다. 어르신들이 붕어빵을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서 봉사에 참여한 간부 모두가 행복을 느꼈다.
작전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장비를 정리하던 중 한 어르신께서 물으셨다. “정말 고마워. 이렇게 맛있는 붕어빵은 오랜만이야. 다음에 또 올 거지?”
그 자리에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럼요! 다음에는 더운 여름날, 팥빙수 어떠세요?”
아직도 내 손에 그날의 붕어빵 온기가 남아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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