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무
국가보훈부 공동연재 제대군인 취·창업 성공기 - ‘내 일(Job) 출근합니다’
29. 장윤석 예비역 육군원사
병 복무 중 부사관 임관 30년 군 생활
전후방 오가며 5남매 육아 적극 동참
전역 이후 대전점자도서관서 새 업무
운전직 보조로 일하며 점자 공부 시작
소식지 제작·이동도서 업무까지 도맡아
스스로를 ‘다뚱2’라고 부른다. ‘다’둥이의 가장으로 ‘뚱’뚱한 신체를 가졌으며, 1등이 아닌 ‘2’등도 괜찮다는 의미라고 한다. 5남매의 아버지로서 해안경계부대, 전방소초, 육군훈련소 등 전후방을 오가면서도 자녀들을 살뜰히 돌봤다. 그런 중에도 국방대학원 위탁과정까지 마쳤다. 30년간 군복을 입으면서 무엇보다 책임감을 중요하게 여겼다. 군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한 장윤석 예비역 육군원사. 그는 이제 대전점자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봉사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정리=맹수열 기자/자료=국가보훈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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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내강의 힘, 책임감
장 예비역 원사는 육군17보병사단에서 병으로 복무하던 중 부사관으로 임관했다. 남다른 책임감으로 솔선수범하며 성실하게 복무하는 모습을 본 상관의 권유가 직업군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다.
그는 학창 시절 조용하면서도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맡은 일은 끝까지 해내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주변 상황을 잘 살필 줄 아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주어진 자리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배웠습니다.”
군 생활이 계속되면서 책임감은 그의 가장 중요한 가치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육군훈련소 행정보급관 임무를 담당하면서 만난 인접 중대 행정보급관 김성일 원사의 영향이 컸다.
“김 원사는 말보다 행동으로 책임감을 보여 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를 보며 신뢰는 태도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김 원사는 그가 처음 행정보급관 임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문서 작성을 도왔다. 또 군수업무를 위해 같이 다니면서 협조요령 등을 직접 행동으로 보여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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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잇는 책임
장 예비역 원사는 몇 해 전 백부의 6·25전쟁 무공훈장을 대리 수상했다. 돌아가신 할머니는 백부께서 전쟁이 교착상태에 놓였던 휴전 직전 어느 고지전에서 전사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백부의 유해는 할머니께서 인도받아 장례를 치렀지만, 이제는 집안 어른들도 계시지 않아 훈장을 대리로 받을 사람은 조카인 그가 유일했다. 장 예비역 원사는 “자손을 끝까지 찾아내 훈장을 준 군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호국영웅을 끝까지 책임진 국가를 위해 장 예비역 원사 역시 책임으로 보답했다. 30년에 이르는 군 생활이 이를 대표한다.
그는 국토 방위의 소명을 다하면서 소중한 전우의 생명을 살리는 소중한 경험도 했다. 17사단 부소대장직을 수행할 때 한 부하가 부대에서 발작을 일으킨 사건이 그것. 무호흡상태에 빠진 부하를 즉각 응급조치했지만 깨어나지 못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장 예비역 원사의 주도로 신속하게 상급병원으로 이송했다. 다행히 부하는 이동 중 호흡을 되찾아 기적같이 깨어났다. 그때 부하가 제일 먼저 찾은 이가 바로 장 예비역 원사였다고 한다.
“그날 일은 정말 기적이었어요. 부하를 살려야 한다는 절실함은 책임의 막중함으로 다가왔죠. 이런 마음이 전해져 그도 깨어나면서 저를 찾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든든한 책임감은 자녀들에게도 전해졌다. 올해 대입을 준비하는 큰딸부터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막내딸까지 5남매 모두 스스로의 자리에서 제 몫을 잘해 주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다자녀 가족의 가장으로서 쉽지 않은 순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장 예비역 원사는 아이들 각자의 성향과 필요가 다르다 보니 시간과 에너지를 나누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털어놨다.
“균형 있게 관심을 주는 일이 가장 큰 과제입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스스로 책임감을 배우고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낍니다.”
큰딸은 아빠·엄마가 출근 준비로 바쁠 때 어린 동생의 등교 준비를 돕고 집안일도 함께한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이 책임을 다하는 부모에게서 아이들도 스스로 책임감을 배우고 있다고 장 예비역 원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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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하는 책임
지난해 6월 전역한 그는 자연스럽게 대전점자도서관 운전직으로 새출발을 했다. 사실 안정적인 군 생활을 계속할 것인지, 새로운 환경에서 도전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다만 어떤 선택이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만은 분명했고, 그 기준에 따라 전역을 선택했다.
새출발을 준비하는 장 예비역 원사에게 제대군인지원센터는 대전점자도서관을 추천했다. 기관은 생소했지만 운전이라는 비교적 익숙한 임무가 주어졌다. 처음엔 단순 보조 역할에 그쳤다. 하지만 그는 조직에 적응하고 시각장애인을 보좌하기 위해 점자 공부부터 했다. 지금은 이동도서과에서 이동도서원 직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대전 관내 지방자치단체의 소식지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도서관이긴 하지만 장애인들이 직접 방문하긴 쉽지 않다. 그래서 그가 맡은 임무가 중요하다. 장 예비역 원사는 차량으로 요청 도서와 도서관에서 제작한 소식지를 장애인 가정에 대출·반납하는 일을 하고 있다. 행사가 있을 때는 버스를 이용해 이동을 지원한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삶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젠 그들과 하나가 됐다고 장 예비역 원사는 말했다.
“시각장애인과의 생활은 특별한 희생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관점을 조정하는 게 필요하죠.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같이 일하고 함께 결정하는 동료로 대하는 게 출발점입니다.”
그는 장애인들에게 먼저 묻고, 스스로 선택할 시간을 준다. 편의를 앞서 제공하기보다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필요한 지원을 고민하는 태도가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가 몸담았던 군은 명확한 지시 이해, 역할 분담, 기한 준수가 기본이다. 이런 기본 속에서 그는 자연스레 책임감 있게 업무를 대하는 습관을 키웠다. 이제 이 습관은 업무 우선순위를 빠르게 정리하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특히 전체 흐름을 고려해 행동하는 태도는 군 경험에서 비롯된 강점이라고 장 예비역 원사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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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신뢰받는 사람
그는 지금까지 쌓아 온 경험을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역할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단기적 성과보다 책임감 있고 오래 신뢰받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 “군에서 배운 것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그것을 어떻게 설명하느냐가 이후의 방향을 결정하겠죠.”
장 예비역 원사는 전역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조급해하지 말고 군 경험을 정확히 정리해 보라고 조언했다. 군에서 수행했던 업무는 사회·직장에서 일 처리방식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1등이 아니더라도, 조금 늦을지라도 목표를 향해 말보다 행동으로 책임을 보여 주며 신뢰받는 사람이 되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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