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한국 국방전략의 전환점: 2026 국방개혁 5대 중점과제의 구조와 함의
(1) 국방 제도 개혁과 군 구조 혁신: 결단이 필요한 시간
(2) 한국형 3축체계 고도화와 억제전략의 진화
(3) AI·첨단기술 기반 '스마트 강군' 육성을 위한 정책 과제
(4) 핵추진잠수함 추진과 해양전략의 확장
(5) 전작권 전환, 한국군 주도로 신 한미연합방위체제 구축의 호기
<요약> 이재명 정부의 국방 제도 개혁과 군 구조 혁신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계엄법·군인복무기본법 개정과 방첩사 개편은 민주적 통제 강화라는 성과가 있으나, 군 구조 개혁은 국방전략에 대한 근본적 고민 없이 병력 규모 유지에 집착하고 있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특히 50만 병력 유지의 합리적 근거 부재, 높은 징집률로 인한 높은 관리 부담, 병력 대비 낮은 국방예산의 불일치 등이 핵심 문제로 제시된다. 상비병력의 과감한 축소와 예비전력 강화, ‘어떻게 싸울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국방전략 수립이 시급하며, 이를 위한 군 지휘부의 결단이 절실하다.
이재명 정부의 국방 개혁 방안
지난 12월 18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국방 제도 개혁과 군 구조 혁신에 관련된 국방부 계획을 보고했다. 제도 개혁에는 계엄법과 군인복무기본법 개정, 그리고 방첩사령부의 조직과 기능을 개편하는 내용으로 지난 12·3 계엄 사태와 연관된 것들이다. 그에 비해 군 구조 혁신은 인구절벽과 병력감소라는 구조적 원인에 의해 야기된 문제라는 점에서 성격을 달리한다.
1. 국방 제도개혁
우선, 제도 개혁부터 살펴보자. 제도 개혁의 핵심적 목표는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는 국민의 군대 재건을 위한 민주적·제도적 통제를 강화하고 군 정보기관(방첩사)의 개편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계엄령과 군인복무기본법이 일차적인 대상이다. 이 부분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국회에서는 계엄법을 개정하여, 계엄 선포 또는 변경 시 국무회의 일시·장소·출석자 수·성명·발언 내용 등을 기록한 회의록을 즉시 작성하고, 이를 국회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특히 중요한 내용은 계엄 선포 이후 국회의원과 국회 소속 공무원의 국회 출입 및 회의를 방해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에 처하도록 했다. 계엄령 해제를 위한 국회의 활동을 막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군인복무기본법의 개정도 추진 중이다. 핵심 내용은 위법한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근거 조항 및 군인의 헌법수호 의무를 명시하는 개정 검토 의견을 지난 11월 국회 법안소위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명백히 위법한 명령은 거부할 수 있도록 했으며, 상관이라고 해도 헌법과 법령에 반하는 명령은 내릴 수 없도록 명시했다. 또한 헌법 수호를 군의 사명으로 추가, 군인에 대한 헌법교육 실시를 의무화했다.
정보기관 개편은 방첩사의 해체를 겨냥한 것이다. 군 정보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준수한 가운데 본연의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조직·기능을 개편하는 방향으로 추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국방정보본부 예하 정보부대(정보사령부 등)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국방정보본부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에서는 지난 1월 방첩사를 해체하고 주요 기능을 다른 부서로 이관하는 권고안을 전달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민주적 통제를 강화할 수 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2. 국방부의 군 구조 개혁 방안
제도 개혁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법령 개정이나 조직 개편이라는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군 구조 개편과 같은 개혁 과제와 비교하면 간단한 일이다. 군 구조 개편은 병력자원의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재명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발표된 내용도 이전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러 가지 과제가 나열되고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미래 국방의 역할과 전·평시 군의 운용개념 재정립
• 국방인력·부대구조·전력 등 군 구조의 통합적 재설계
• 평시 민간자원과 예비군 활용 확대
• 드론, 로봇 등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발전
• 해병대 특성 고려 준 4군체제 발전
군 구조 개혁에 관련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민관군 합동특별자문위원회 미래전력 분과의 권고안에 포함되어 있다. 도전 요인으로 북핵 위협, 국제안보의 불확실성, 인구절벽, 전쟁 양상의 변화를 들고, 해결 방안으로 첨단기술 활용, 전문병력 대폭 확대, 민간 자원 적극 활용에 중점을 둔 스마트 강군 양성을 제시했다.
여기에는 모두 11개의 과제와 함께 4개 추진전략이 포함되어 있다. 이 많은 논의의 귀결점은 국방인력 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 하는 것이다. 권고안에서 제시한 국방인력 구조는 상비병력 35만 명, 군무원·전문예비군·아웃소싱 등을 포함한 총체적 국방인력을 50만 명 정도다. 안규백 장관이 제시했던 병력 규모다.
병력 규모 논의에 대한 근본적 질문
군 구조 개편 논의에 있어 핵심적인 것은 병력 규모에 대한 판단이다. 60만에서 50만으로, 이제 35만까지 내려왔다. 어떤 논리적 근거에 따라 줄어든 것이라기보다, 인구절벽과 병력자원의 격감이라는 현실의 압력에 대한 수동적 반응에 가까웠다. 병력자원 격감에 대한 우리 군의 반응은 최대한 많이 징병해서 부족한 인원을 채우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2023년 120킬로그램의 과체중 자원도 현역으로 입대할 수 있도록 체중 자격요건을 완화한 것이 그런 생각을 잘 보여준다.
문제는 “상비 병력이 얼마나 많이 보유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없었다는 점이다. 이는 국방전략과 연결되는 것이다. “전방 휴전선 경계에 그렇게 많은 병력을 투입하는 것이 합리적인가?”와 같은 질문과도 이어진다.
1. 상비병력의 규모는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우선 적정 상비병력의 적절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국방부에서 총체적 국방인력 50만을 강조하는 것도 그 정도 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것이다. 문제는 왜 50만 명이 필요한지에 대한 명확한 산출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여러 차례 연구용역이 이뤄지고 나름의 적정 병력 규모에 대한 의견이 제시됐지만 결국 병력자원 부족의 현실을 수용하고 추가적인 인적 자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병력 규모를 추정하는 데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러나 작전적 관점에서 본다면 다른 식의 추정이 가능하다. 우리와 비슷한 안보환경에 놓여 있는 이스라엘의 경우 현역이 약 16만 9,500명이고 예비역이 약 46만 5,000명이다. 이스라엘 군이 감당해야 할 국경선만 1,000km가 넘는다. 휴전선(250km)의 4배 이상이다. 이런 데도 17만 명도 안 되는 현역으로 전선을 지키고 있다.
내륙 국가인 폴란드의 경우 현역 29만 2,000명에 30만 명 규모의 예비역을 보유하고 있다. 적대적인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인접해 있으며 632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영토는 우리의 3배 이상이다.
안보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병력 규모가 한국군 상비병력의 적정 규모를 판단하는 데 실질적인 기준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인정한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객관적으로 우리보다 더 긴 국경선과 더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지만 훨씬 적은 상비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예비전력이다. 이스라엘의 예비군은 현역과 대등한 전투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 이들은 현역을 보충하는 차원이 아니라 조직력을 갖춘 예비역 부대로서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 미군의 예비역 역시 당장 전투지역에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다.
2. 충원가능한 병력규모는 어느 정도인가?
두 번째 고민은 기존 징병제도로서 충원 가능한 병력규모에 대한 판단이다. 현재 징집율은 90%에 가깝다. 지표상 86% 내외지만 장애인을 제외할 경우 팔다리 멀쩡한 사람 가운데 열에 아홉은 현역으로 복무한다. 필자가 군 복무했던 80년대 현역 판정율은 50% 내외였다. 이때만 해도 병력자원이 남아돌았다. 당번병과 차트병까지 있는 시절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면서 70%를 넘었고, 2000년대 이후 85% 안팎 수준에 도달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가장 심각한 것은 병사 관리의 어려움이다. 지적 수준과 무관하게 조직 생활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전체 병력 가운데 보호관심 병사가 21.8%나 된다는 조사도 있다. 자기만의 방을 갖고, 부모의 보살핌 속에 살아온 Z세대다. 월급을 많이 준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각급 지휘관들은 이들 관리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강군을 만들기 위한 교육·훈련보다 이들 관리가 더 중요한 문제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현장 지휘관들의 말에 따르면 부대원 가운데 30% 정도는 사실상 관심사병이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이들이 군 생활에 적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5년간 현역 복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장병은 총 2만 2,289명으로 집계되었다. 연간 3~4,000명이나 되는 인원이 정신질환 등의 이유로 군을 떠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90%의 현역 편정율을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필요 충원에 급급하다 보니 병력의 자질 저하도 심각한 문제다. 현재 신병훈련소에서는 체력등급이 떨어지는 병력을 그대로 수료시키고 있고, 각군 양성과정에서도 교육훈련 수준이 하향평준화하고 있다. 간부 양성과정에서도 각종 시험 폐지 등 선발 문턱을 낮추는 일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머릿수만 채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의 병력 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3. 국방예산과 병력구조의 불일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세 번째 문제는 병력구조에 비해 턱없는 낮은 국방예산이다. 한국군의 딜레마는 제한된 국방예산으로 50만의 대군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2024년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476억 달러이다(2024 SIPRI). 영국(818억 달러)이나 프랑스(647억 달러), 독일(885억 달러), 일본(553억 달러)보다는 적다. 중요한 것은 병력 규모다. 영국군의 현역은 작년 기준 14만 명 수준이다. 프랑스는 약 24만 명, 독일은 18만 명이 조금 넘는다. 이들 모두 우리보다 더 많은 국방예산을 사용하지만 병력은 3분의 1 수준이다. 현역 장병 1명당 국방비 지출은 영국은 6배, 독일은 5배, 프랑스는 2.6배, 일본은 2.3배나 된다. 단순히 국방비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방비 부담은 GDP 대비 2.6%로 영국(2.3%), 프랑스(2.1%), 독일(1.9%), 그리고 일본(1.4%)과 비교할 때, 이미 매우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제한된 국방비로 50만 대군을 유지하다 보니 복무환경이 열악하고 급여 수준도 낮을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간부의 경우 장기복무도 어렵고 진급 경쟁은 치열하다. 인력 부족으로 야근과 초과근무가 일상이 되어버렸다. 병사들의 급여인상과 복지향상은 또 다른 예산제약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원율도 떨어지고 점차 기피직업이 되어간다. 유능한 부사관들이 소방관이나 해경으로 유출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사관 지원율은 떨어지고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다. 군대가 나쁜 직장으로 전락한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군을 조직적으로 무능하게 만드는 악순환 구조다.
AI 기반의 첨단과학기술로 무장한 정예화된 군대를 만들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러나 한국군의 딜레마를 해결하지 않으면,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제한된 예산으로 지금의 대군을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현재의 복지 수준으로 군대에 인재가 모여들기를 기대할 수 없다. 군대를 좋은 직장, 가고 싶은 직장으로 만들지 못하면서 강한 군대, 초일류 군대를 운운하는 것은 허망할 따름이다. 이제 우리가 유지해야 할 적정 병력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기존 병역제도가 타당한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다.
4. 조직적 위계와 사회적 지위의 불일치
병-부사관-장교의 위계와 사회적 지위가 불일치하는 것도 군 구조의 심각한 문제다. 현재 한국군 병은 대부분 대학 재학생으로 1학년이나 2학년을 마치고 군입대한다. 이들의 절반이 수도권 대학에 다닌다. 부사관들의 경우 65%가 고졸이다. 나이도 18~19살이다. 15%가 전문대 재학생 또는 졸업생이다. 65%의 부사관이 병에 비해 나이나 학력이 낮다는 얘기다. 병과 함께 생활하는 초급장교는 대부분이 학군(ROTC)장교다. 육군의 경우, 육사 270명, 3사 500여 명, 학군출신 2,450여 명이다. 학군의 경우 수도권 대학 졸업자가 크게 줄면서 80% 이상 지방대 출신이다. 나이로 보면 장교, 병, 부사관 순이고, 학력으로 보면 병, 장교, 부사관 순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병은 병대로, 부사관은 부사관대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 부사관은 나이는 어리지만 계급을 누르려고 하고, 병이 나이도 많고 학력도 높으면 위계질서를 확보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부사관과 병은 별도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 병에서 자연스럽게 진급하여 부사관으로 임관하는 형식을 갖고 있다. 징집제인 우리나라의 경우 군 복무에 대한 거부감이 컸기 때문에 부사관 지원자가 거의 없게 되자, 민간에서 부사관을 충원하는 제도가 1964년부터 실시되었다. 본격적인 충원의 어려움은 2000년대부터 시작되었다.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군 복무에 대한 매력이 사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는 군대의 낙후된 복무환경과 열악한 처우가 결합하면서, 대규모 이탈(전역)과 지원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상적인 해결 방안은 병과 부사관을 일원화하고 장교의 수준을 높이는 길인데, 현실적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이다. 군대는 매력을 상실했고, 병사들은 의무복무라는 굴레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군 입대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 남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군의 병력구조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근본적인 고민은 50만 대군이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 논의가 필요하다. 이는 올바른 국방전략의 수립과 직결된다. 전략 수립의 본질은 정책목표에 부합하는 적절한 자원과 방법을 연결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략적 목표가 어느 정도는 구체화되어야 한다. 국방전략의 목표가 북한군에 대한 억제(deter)와 격퇴(defeat)에 있다면, 현실적으로 실행가능하고(feasible), 목표에 부합하되(suitable), 재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수용가능한(acceptable)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목표, 수단, 방법을 포괄하는 차원의 ‘어떻게’ 싸우겠다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전략이 전제되어야 한다. 전략적 목표 역시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기 때문에 확장되거나 축소될 수 있지만, 억제와 격퇴라는 근본적 목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국방부가 내세운 국방전략 개념은 이러한 전략적 논의가 누락되어 있었다. 민관군합동위원회 미래전략 분과에서 제시한 미래 국방전략 개념에서 위협 인식(북핵 등)과 한미동맹만 언급하고 있지, “군사적 목표”가 무엇인지, “어떻게 싸울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발견하기 어렵다. 예컨대 ‘북한국 격퇴’와 ‘북진통일’은 전혀 다른 목표이며, 다른 수준의 군 구조와 전력기획이 필요하다.
‘싸우는 방법’은 전방 경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된다. 전방에 근무한 많은 학생들은 이러한 경계 방식의 타당성을 묻고 있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국방을 위해서건 어떤 의미가 있는가?” 1996년 강릉대간첩작전 이후 사실상 무장공비의 침투는 사실상 없었다. 해안 경계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이후 기억 남은 해안 침투는 없었다. 10만이 넘는 대병력을 투입하는 기존의 전방 경계 방식은 “철통같은 방어”, “물샐틈없는 경계”라는 메타포에 집착한 결과다. 휴전선이 뚫렸을 때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이러한 경계 작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충분히 효과적인 대체가능한 방법이 있는데, 기존의 방식을 고수함으로써 엄청난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게 아닌지 자문해야 할 시점이다. 모든 현실적 방안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데서 나온다. 전방 경계도 마찬가지다. 약간의 위험을 감수한다면, 얼마든지 효과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을 도출할 수 있다.
국방부가 내놓은 안들이 이전과 다른 장점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근본적인 문제에는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타까움이 있다. 근본적인 메트릭스는 병력규모와 예산과의 관계다. 작전적 차원에서 보다 효율적인 군 구조에 대한 논의는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가장 효율적인 병력규모와 부대구조를 어떻게 가져가느냐의 문제다. 가장 나쁜 방식은 적은 예산으로 많은 편제를 유지함으로써 전체적인 하향평준화를 가져오는 것이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인 초급간부 충원도 단순히 인구 절벽의 결과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유능한 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유인이 약하기 때문이다. 급여만 문제가 아니라 복무시설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복지에 관련된 문제다. 그 본질은 예산 부족이다. 우리 군은 제한된 국방비로 너무 많은 병력을 운용하고 있다.
군 지휘부의 결단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방비 증액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병력과 부대를 과감하게 줄일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 군을 정예화해야 한다. 전투형 강군도 정예화된 부대에서 나온다. 6·25전쟁 방식의 재래전에 집착하는 것은 군사적으로도 현명하지 못하다. 특히 상비병력을 과감하게 줄이고, 부족한 부분은 예비전력의 강화로 채우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적대적인 아랍국가와 이슬람 무장단체에 둘러쌓인 이스라엘은 약 16만 9,500명의 현역과 46만 5,000명의 예비역으로 1,000km가 넘는 국경을 지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병력구조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이유다.
한국군, 특히 육군은 가장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처해 있다고 본다. 기존 병력 구조를 유지한다면,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던 공룡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군 지휘부는 문제의 본질에 대면하기보다 병력 감축의 시한폭탄을 후임자에게 떠넘기는 식으로 회피해 왔다. 그 결과가 지금 우리 군이 봉착한 위기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시간이 없다.
안승회 기자 seung@dema.mil.kr
본 기고는 한국군사문제연구원이 발행하는「월간 KIMA 군사와 안보」2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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