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눈' 꿰뚫다
다족보행로봇 선두에서 길 열고
드론 활용해 적 움직임 탐지
전장 상황 전투부대 실시간 공유
과학화 체계 기반 시뮬레이션 분석도
보이지 않는 적까지 잡아내는…하늘의 눈
보이는 위험 완벽히 제압하는…지상의 눈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지만 강원도 산악지대는 여전히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다. 골짜기를 따라 휘몰아치는 산바람은 체감온도를 더욱 낮춘다. 물러간 줄 알았던 동장군이 투정 부리듯 매서운 기운을 내뿜는다. 육군6보병사단 육탄독수리여단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전개하고 있는 과학화전투훈련 현장 모습이다. 설산을 배경으로 실전적 훈련에 매진하는 장병들의 뜨거운 열정을 소개한다. 글=이원준/사진=조종원 기자
3일 하얀색으로 덧칠한 듯한 KCTC 훈련장. 공격작전에 나선 육탄독수리여단 장병들이 도시지역을 조심스레 전진하고 있었다.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수북이 쌓인 눈이 깊게 패였다.
네 발로 움직이는 다족보행로봇이 선두에서 길을 열었다. 로봇은 눈밭을 거침없이 가르며 전방을 탐색했다. 장착된 감시장비로 주변 지형을 확인하며 전투원의 ‘눈’ 역할을 했다. 뒤따르는 장병들은 로봇이 전달한 정보를 바탕으로 전술대형을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기동했다.
그 사이 후방지역 건물 옥상에서 정찰드론이 하늘 높이 떠올랐다. 지상에선 볼 수 없는 적 움직임을 탐지하기 위해서다. 드론으로 탐지한 전장 상황은 전투부대에 실시간 공유됐다.
무사히 도시지역을 극복한 장병들은 산악지대에 다다랐다. 눈 덮인 산은 만만하지 않았다. 전투화는 눈 속에 빠졌고, 반복되는 오르막에 체력이 빠르게 소진됐다.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흩어졌다.
능선을 넘어 마침내 적 거점에 도달한 장병들은 건물 입구 주변으로 흩어지며 포위망을 좁혀 갔다. 엄호조는 건물 외곽을 장악했고, 돌입조는 출입구를 향해 전진했다. 전투원이 숨을 고르며 마지막 순간을 준비했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짧은 명령이 떨어졌다.
“돌입!”
|
장병 약 2100명·전투장비 80여 대 투입 쌍방 교전
육탄독수리여단은 혹한의 환경에서 펼쳐지는 훈련을 통해 여단급 부대의 전투 수행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고 있다. 또 드론을 비롯한 여러 감시자산을 활용하고, 장병들이 전장 실상을 경험하는 데 훈련 중점을 뒀다.
훈련에는 여단을 중심으로 5군단 특공연대, 6보병사단 포병대대, 2신속대응사단 등에서 약 2100명의 장병이 참여했다. K1E1 전차, K200 장갑차, K55A1 자주포, 신궁, 천호 등 전투장비 80여 대가 투입됐다. 드론 23대도 상공을 누볐다.
여단전투단은 훈련 기간 전문대항군연대와 공격·방어작전을 반복하며 실전과 같은 쌍방 교전을 벌였다. 장병들은 영하 10도까지 떨어진 추위와 전투 피로 등의 악조건을 뚫고 전투에 임했다. 갑자기 내린 눈보라 속에서도 훈련을 이어 갔다.
방어작전에선 산악지대를 활용한 진지 구축과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했고, 공격작전에선 기갑·포병 전력과 연계해 돌파를 시도했다.
무엇보다 이번 훈련의 핵심은 과학화였다. 장병들은 각종 감시자산과 드론을 활용해 적을 탐지하고, 전장 상황을 실시간 공유했다.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다영역정찰부대 드론소대도 전투단 일원으로 임무를 수행하며 연합작전 수행 능력을 끌어올렸다.
쌍방 교전을 마친 뒤에는 과학화 체계 기반 시뮬레이션 분석으로 전투 결과를 평가하고, 후속 과제를 도출했다.
|
5개월 전부터 훈련 준비
여단은 KCTC 훈련을 앞두고 준비 또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10월부터 산악극복훈련과 마일즈 장비 숙달, 시범식 교육을 등을 이어 왔다. 이를 통해 소부대 전투기술과 전투지휘 능력을 배양했다.
여단은 만반의 준비를 거친 끝에 전문대항군연대와 교전에서 지난 5개월간 갈고닦은 전투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김인철(중위) 소대장은 “극한의 상황에서 서로를 먼저 챙기는 전우애를 실감했다”며 “나를 믿고 따라오는 우리 소대원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으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고,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임무를 완수한 소대원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전웅(대령) 육탄독수리여단장은 “이번 훈련의 주인공은 혹독한 전장 환경 속에서도 호흡을 맞추며 한 걸음 더 내디딘 장병들”이라며 “평시의 땀 한 방울이 전시의 피 한 방울을 대신한다는 각오로 ‘싸우면 이기는 부대’ 전통을 계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