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연탄으로 전하는 사랑

입력 2026. 03. 04   15:03
업데이트 2026. 03. 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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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겨울 고등학교 2학년 때 시작한 연탄봉사는 학생으로서, 강원 철원군민으로서, 또 용사 시절과 육군 부사관을 포함해 5년 차를 맞았다. 처음엔 생활기록부 봉사시간을 위해 시작했지만 어느새 삶의 한 부분이 됐다. 이에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가 되면 연탄창고로 나가 사랑을 배달한다.

철원은 주변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가운데가 푹 꺼진 분지다. 밤새 차가워진 공기는 높은 산맥에 가로막혀 빠져나가지 못하고 고여 겨울의 철원을 거대한 천연 냉동고로 만든다. 또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러시아 시베리아에서 내려오는 차가운 공기를 그대로 맞는다. 철원의 기온이 낮은 이유다. 특히 난방기구조차 변변치 않은 소외계층엔 철원의 겨울이 더욱더 시리게 다가온다. 봄이 찾아오는 3~4월에도 철원은 여전히 매서운 추위가 몰아친다. 그래서 이곳에 연탄봉사 활동이 필요하다.

매주 토요일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 누군가의 얼어붙은 몸과 마음을 녹이려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로지 지역 소외계층을 위해 묵묵히 힘쓴다. 숭고한 뜻을 실천하는 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군인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깨닫는다. 총과 칼을 들고 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이웃의 아픔을 보듬는 따듯한 손길 역시 국민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체감한다.

군 복무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결코 녹록지 않다. 험준한 산악지형을 누비고 살을 에는 매서운 추위를 견디면서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갈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연탄봉사에서 얻은 교훈을 떠올린다. 나의 작은 몸짓 하나가 누군가에게는 추운 겨울을 버틸 수 있는 큰 희망이 됐듯이 지금 서 있는 이 자리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의 발걸음과 땀방울이 결국 가족과 민족,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탱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고 믿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몸을 짓누르던 고통은 이내 사라지고, 그 자리엔 군인으로서 숭고한 사명감과 새로운 에너지가 샘솟는다.

연탄봉사를 하면서 얻은 또 하나의 소중한 깨달음은 남을 위하는 마음이 결국 나를 위하는 길이라는 점이다. 자신의 고통에만 매몰돼 좁은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고통의 농도는 그저 짙어질 뿐이다. 하지만 용기 내 넓은 세상을 마주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순간, 내가 짊어진 고통은 희석되고 그 빈자리에는 행복의 농도가 진해진다.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평범한 진리가 군 생활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줬다. 나의 헌신이 누군가에게는 온기가 되고, 그 온기가 다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이 선순환이야말로 군복을 입고 서 있는 진정한 이유다.

신현성 하사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신현성 하사 육군3보병사단 진백골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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