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저가·소모성 드론이 전장의 상징처럼 부각됐다. 포병과 전차 전력이 열세인 우크라이나가 이를 효과적인 대체 전력으로 활용하면서 전 세계 군이 ‘저가 드론’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우리 군의 전력 구조와 한반도 전장환경을 고려할 때 이런 우크라이나의 저가·소모성 드론 대량 운용 개념을 그대로 이식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우리 군은 북한군에 비해 기갑·포병·항공 전력에서 분명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첨단 군사과학기술군을 지향한다. 저가·소모성 드론은 이러한 열세를 보완해야 하는 북한이 대량 생산·운용을 시도할 개연성이 더 크다.
인구·병력 감소 추세를 감안하면 우리는 다수의 저가 드론을 인력 중심으로 운용·관리하는 구조를 채택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요구되는 건 ‘드론 숫자 경쟁’이 아니라 표적획득 드론과 결심지원체계로 기갑·포병·항공 전력의 치명성과 생존성을 동시에 높이는 방향의 전력화다.
지난해 10월 미 육군이 향후 2~3년 내 드론 100만 대를 구매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표면적으로는 미국 역시 저가·소모성 드론의 대량 확보에 나선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이미 2010년 이전에 군단-여단-대대에 이르는 고급·중급 정찰 무인항공기(UAV) 전력이 완비된 상태에서 그 아래 층위의 ‘로(low)급’ 드론을 집중적으로 보강해 ‘하이(high)-미들(middle)-로(low)’가 완결된 구조를 달성하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여기서 ‘하이’는 군단·사단, ‘미들’은 여단·대대·중대, ‘로’는 소대 및 일인칭시점(FPV)을 지칭한다. 동일 제대 내에서 고성능·저성능 UAV를 혼재시키자는 개념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우리 군은 군단급 UAV의 노후화, 사단·여단급 UAV의 부재, 대대 및 해안 정찰 UAV 전력화 지연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상위 제대의 정찰·표적획득체계가 미비한 상태에서 미국식 ‘로급 드론 대량 확보’만을 지지하면 정찰 UAV 공백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우리 군은 ‘하이-미들-로’를 동시에 구축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군단-사단-여단-대대 등 상위 제대의 감시정찰·표적획득 능력 확보에 두고,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개인·소부대급 드론 전력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전력 투자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 단선적으로 ‘로 위주’로 가는 선택은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의 드론 기술 지원을 바탕으로 대량 생산체계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북한판 샤헤드 자폭드론 월 1000대 생산’이라는 위협은 현실이 됐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도 드론을 운용한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 군이 보유한 강점을 드론 전력으로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의 전략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전력화 결과다.
우리 군이 가진 기갑·포병·항공 등 중(重)전력의 우위와 한반도 전장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한 ‘하이-미들-로’ 구조 설계, 어떤 순서와 속도로 전력화할 것인지의 결심이 필요하다. 교리 개발, 교육훈련, 임무 수행력 확보까지 함께 고려하면 군단-사단-여단?대대의 고성능 정찰·표적획득 드론과 기동형 대드론체계를 축으로 하는 무인체계 전력은 바로 도입·정착돼야 한다. 로급 드론은 우수한 성능의 다량 공급망을 하루빨리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군의 강점을 확장하고 북한의 드론 위협을 능동적으로 억제·무력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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