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정덕현의 페르소나

은애하는 새 ‘짝남’아

노성수

입력 2026. 03. 04   15:58
업데이트 2026. 03. 0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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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현의 페르소나>> ‘은애하는 도적님아’와 ‘파반느’로 대세 배우로 떠오른 문상민

‘슈룹’ 성남대군 역할로 대중에 눈도장
사극·현대극 오가며 안정적 연기 선봬
국민 짝사랑다운 수려한 외모·목소리
190㎝ 달하는 키 ‘차세대 문짝남’ 등극
2024년 ‘선업튀’ 열풍 이은 대세남 우뚝

2024년 ‘선재 업고 튀어’의 변우석이 있었다면 2026년 현재에는 ‘은애하는 도적님아’와 ‘파반느’의 문상민이 있다. 순식간에 대세 배우로 떠오른 문상민과 관련된 최근 언론 반응은 여러모로 2년 전 변우석의 등장을 상기시킨다. 190㎝에 달하는 큰 키마저 비슷해 ‘차세대 문짝남’이란 별칭까지 붙었다.

2019년 ‘크리스마스가 싫은 네 가지 이유’로 데뷔했지만, 그의 이름을 본격적으로 알린 건 2022년 방영된 첫 TV 드라마 출연작 ‘슈룹’에서다. 김혜수가 맡았던 중전 ‘임화령’의 둘째 아들 ‘성남대군’ 역할로 그는 단박에 세간의 시선을 받았다. 첫 사극이라곤 믿기지 않는 안정된 목소리 톤이 이 배우에 대한 신뢰감을 만들었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다가 형의 죽음을 맞이하곤 가족과 나라를 지키기 위해 왕세자 자리에 오르는 인물의 성장은 온전히 이 배우의 성장으로도 여겨지게 했다.

사극에서의 인상적 연기 덕분이었을까. 올해 방영된 ‘은애하는 도적님아’에 캐스팅된 문상민은 자신의 다채로운 매력을 아낌없이 선보였다. 대군으로 태어났지만 배다른 형이 보위에 오르자 스스로 권좌를 향한 의지를 버린 채 한량에 망종, 난봉꾼, 무뢰배를 자처하며 살아가는 ‘이열’이란 인물이다. 그런데 꿈도, 야망도 숨긴 채 살아가던 이 인물이 ‘홍은조’(남지현 분)라는 여성을 만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낮에는 의녀로 일하지만 밤이 되면 길동으로 불리는 의적 활동을 하는 여성. 대단한 뜻이 있어 의적이 된 게 아니라 그저 배고파 병든 서민들을 보다 못해 의적이 됐다. 이열은 은조에게 빠져들면서 그녀의 시선으로 힘겹게 살아가는 민초의 곤궁한 삶을 보게 되고, 그 아픔에 공감한다. 그래서 끝내 이들을 도탄에 빠뜨린 자들과 맞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간다.

사진=넷플릭스
사진=넷플릭스


사랑을 하면서 각성하고 성장하는 서사를 가진 이 사극은 다양한 장르적 퓨전을 배치했다. 은조와 처음 만나 티격태격하며 사랑의 감정을 쌓아 가는 과정은 달달함과 웃음이 더해진 로맨틱 코미디다. 이 로맨틱 코미디는 사극으로선 파격적으로 은조와 이열의 영혼 체인지라는 판타지 설정까지 넣었다. 남녀가 뒤바뀌고, 대군과 의녀라는 신분이 바뀌어 생기는 해프닝이 코미디로 그려진다. 다소 가벼운 톤의 로맨틱 코미디로 흐르던 작품은 후반부에 이르러 ‘반정’ 과정이 그려지는 정치사극의 무게감을 얹게 된다. 길동과 한마음이 되는 백성들을 지키고자 폭군과 맞서는 이열의 카리스마가 폭발한다. 이처럼 여러 장르적 색깔과 성장 과정을 거쳐 변화하는 인물을 설득시켜야 하는 연기다. 문상민이 단숨에 대세 배우로 떠오른 건 이 쉽지 않은 난관을 잘 통과한 결실이다.

마침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이종필 감독의 ‘파반느’ 역시 문상민의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 주기에 충분했다. 이 작품에서 문상민은 ‘은애하는 도적님아’의 자의식 과잉처럼 보이던 캐릭터와는 완전히 정반대인 의기소침한 청춘의 초상을 그렸다. 유명 스타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사생아라는 상처를 가진 채 화려한 껍데기만 좇는 세상에 깊은 냉소와 염증을 가진 ‘이경록’이란 인물을 연기했다. 이 인물 역시 백화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하다가 못생겼다는 이유로 집단적 따돌림을 받는 ‘김미정’(고아성 분)을 만나면서 변화한다.

처음엔 연민에서 시작했던 마음이 사랑으로 변하고, 그 과정에서 경록은 자신의 상처 또한 치유하면서 성장한다. 어찌 보면 두 편의 사극으로 존재감을 알린 문상민은 이 작품에서 현대극에서도 통하는 연기를 선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파반느’의 문상민은 경록이란 캐릭터의 설정상 화려한 비주얼을 드러내기보다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 줬다. 그냥 보기만 해도 시선이 가는 외모인지라 문상민의 이런 연기는 더욱 의미가 있었다. 화려한 외모가 때론 족쇄가 되기도 하는 배우의 세계에서 겉이 아닌 내면의 성장을 오롯이 작품으로 보여 준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사진=어썸이엔티
사진=어썸이엔티


문상민의 연기 필모를 중첩해 보면 그의 이중적 페르소나가 엿보인다. 강인한 얼굴 속에 부드러움이 숨겨져 있고, 화려한 외모 안에 아련한 상처가 느껴진다. 이 이율배반적 면모는 서로를 보완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데, 문상민은 그 겹쳐진 이미지를 역할 안에서도 적절히 풀어낼 줄 아는 배우다. 사극, 판타지 로맨스, 청춘 멜로 같은 극명히 다른 장르를 오가며 그 장르들이 요구하는 연기 톤을 잘 이해하고 있다. 대사에 무게감을 얹었던 ‘슈룹’과 상대 배우와 티키타카를 맞추는 대사 리듬감을 살려 낸 ‘은애하는 도적님아’, 대사와 대사 사이의 여백에 깊은 감정을 채워 넣은 ‘파반느’가 그 증거다.

무엇보다 이 배우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건 함께하는 상대역과의 시너지가 매번 엿보여서다. ‘슈룹’에서의 김혜수, ‘은애하는 도적님아’에서의 남지현, ‘파반느’에서의 고아성과 보여 준 그의 연기 호흡은 자신은 물론 상대 역까지 빛나게 해 줬다. 그가 어떻게 이 짧은 기간에 대세 배우로 자리 잡았는지를 설명해 주는 대목이다. 결국 연기란 상대와의 호흡에서 완성된다고 하지 않던가.

때론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연기자의 피지컬이 그렇다. 압도적 피지컬은 눈에 띄게 만드는 장점으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이미지가 고정되면 단점이 된다. 중요한 건 장점에 머물러 있지 않는 마음이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새로운 문을 열어 도전해 보는 것, 장점마저 때론 버리는 것. 그것이 계속 성장해 갈 수 있는 길이라는 걸 문상민은 보여 준다.

사진=어썸이엔티
사진=어썸이엔티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필자 정덕현은 대중문화평론가로 기고·방송·강연을 통해 대중문화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MBC·JTBC 시청자위원을 역임했고 백상예술대상·대한민국 예술상 심사위원이다.

 

노성수 기자 < nss1234@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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