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군사 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당신의 지갑을 여는 숨은 공식… 가격표 너머의 값을 풀다

입력 2026. 03. 04   15:59
업데이트 2026. 03. 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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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프라이스 디코딩

소비 문해력 높아지며
성향·상황·가치관 따라
적정 가격인지 스스로 판단
브랜드, 이미지 넘어 철학 필수
‘신뢰’란 장기자산 쌓아야


‘여러분이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곳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6000원이다. 어떤 생각이 드는가?’

대부분의 소비자들에게서 첫 번째로 ‘비싸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아메리카노에 대한 가격 적정선이 머릿속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이다. 많은 소비자들이 그냥 ‘비싸다’ 하고 가게를 나와버리지 않는다. 실제로 어떤 소비자들은 “스페셜티 원두를 썼나보죠” “역세권이라 매장 임차료가 비쌀 것 같네요”라 말하며 가격의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이러한 ‘가격 해석’ 끝에 합리적 이유가 있다는 판단이 들면 6000원이라 할지라도 기꺼이 값을 지불한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단순하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만 판단하지 않는다. ‘로고값’ ‘자리값’ ‘기분값’ 등 가격이 합당한가에 대해 여러 이유를 붙인다. 특히 소비에 대한 문해력이 높아지면서 가격을 해석하는 안목도 진화하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을 가리켜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이라 명명했다. 암호를 해독한다는 의미의 디코딩이라는 단어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능동적으로 가격을 해독한다는 의미이다. 즉 가격의 구성 요소를 다차원적으로 따져보는 것뿐만 아니라 각자의 상황이나 성향 혹은 가치관에 따라 무엇이 적정 가격인지 유연하게 판단할 줄 아는 초합리적 소비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요즘 소비자들의 프라이스 디코딩이 어떻게 발현되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로 상품의 가격 대비 성능을 가늠하는 데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동원한다. 예를 들어, 다운패딩을 구매할 때 과거에는 오리털인지, 거위털인지, 충전재가 몇 퍼센트가 들었는지, 나아가 깃털과 솜털의 비율을 구분했다면 요즘에는 ‘필파워(Fill Power·충전재가 공기를 얼마나 많이 머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보온성과 관련됨)’라는 용어를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다.

심지어 기업의 손익계산서를 통해 브랜드의 가성비를 따져보기도 한다. 예를 들어 SPA 브랜드의 손익계산서에서 매출액과 매출원가를 확인해 어떤 브랜드가 마진을 적게 책정하고 가격 대비 좋은 품질의 옷을 제공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모든 제품의 가성비를 대변하지는 않지만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형성한다. 디자인에 크게 차이가 없는 기본 티셔츠를 산다면 이왕이면 높은 원가율을 가진 브랜드 제품이 좋은 원단과 고가의 가공이 들어갔을 것이라 생각해볼 수 있다.

‘듀프’ 브랜드의 인기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도 프라이스 디코딩과 관련돼 있다. 듀프는 이전에도 소개한 바 있는 것처럼 복제품(duplication)을 줄여 부르는 말로, 고가품이나 유명 제품과 유사한 스타일이나 성능을 가졌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대체품을 의미한다. 프라이스 디코딩의 관점에서 듀프는 흔히 말하는 ‘짝퉁’과는 엄연히 다른 의미이다. 어떤 상품의 가치를 기능적 가치와 브랜드 가치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면, 듀프는 기능적 가치는 높지만 브랜드 가치는 낮은 것이며, 모조품(짝퉁)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것을 흉내 내지만 상품 가치는 낮은 상품에 해당한다.

소비자들이 듀프를 찾는다고 해서 무조건 값싼 제품만 찾는다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 가치가 확실하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고자 한다. 예를 들어, 구찌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케링(Kering) 그룹은 2025년 매출이 전년 대비 13% 감소, 영업이익은 33% 감소해 어려움에 직면한 반면, 에르메스는 매출 9% 성장, 영업이익률은 40%대를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까르띠에와 같은 브랜드를 보유한 리치몬트(Richemont) 그룹도 실적이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랜드 제품의 가격에 단순 ‘로고값’을 넘어선 가치가 포함돼 있는지가 명암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특히 희소성은 오늘날 소비자들이 기능적 가치를 넘어서 가격의 프리미엄을 인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이엔드 럭셔리처럼 높은 가격이 희소성의 기준일 필요도 없다. 지난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켰던 라부부는 물량이 제한돼 있어 희소성 가치가 올라간 바 있고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스타벅스의 텀블러는 시즌 한정 제품으로 구매 시기가 제한돼 희소성이 부각된다.

소비자들이 프라이스 디코딩을 하게 된 것은 공급자 중심의 제한된 정보 제공에서 벗어나 소비자 및 전문가 중심으로 정보의 질과 양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업계 전문가의 시각에서 리뷰를 제공하는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유튜브 ‘호텔사장 기먼성’은 강릉 세인트존스호텔의 김헌성 대표가 직접 운영하고 출연도 하는 채널로 인기를 얻고 있다. 호텔을 운영하는 내부자의 시각에서 각 호텔의 객실, 음식, 서비스, 가성비 등 세세하게 평가를 내려주는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프라이스 디코딩 트렌드는 시장 경쟁이 갈수록 격화될 것을 의미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듀프와 같이 브랜드 가치를 빼고 기능적 가치를 강조하는 제품이 하나의 흐름을 형성하면서 브랜딩이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과거에는 브랜드가 기능적 가치까지도 포함하는 보증마크의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화장품을 하나 사더라도 성분에 대한 이해가 없던 일반 소비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브랜드의 매장에 가서 제품을 골랐다. 반면 지금은 올리브영과 같은 플랫폼이 있고 성분에 대한 정보도 많아지면서 브랜드와 상관없이 나에게 잘 맞는 것을 고른다. 즉 브랜드를 뗀 상품 가치만으로 시장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하는 것이다.

프라이스 디코딩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것은 신뢰자본이다. 이제 브랜드는 단순히 ‘좋은 이미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실제로 장기간에 걸쳐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실천하고 그것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제품이 개발된 과정을 매일 SNS를 통해 소통한다거나 다운패딩 허위표시 논란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책임을 인정하고 전수조사를 하는 등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적극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사기업뿐만 아니라 개인과 공공조직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장의 성과로 직결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신뢰는 장기적인 자산을 쌓는 것이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 권정윤은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마치고 현재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트렌드코리아』 시리즈의 공저자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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