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온도,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입력 2026. 03. 03   14:32
업데이트 2026. 03. 03   16:23
0 댓글

“인류 역사는 결국 물건을 옮기는 행위로 정립되는 걸까?”

입대 전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현장에서 일하다가 문득 눈앞에 펼쳐진 작업 광경에 들었던 생각입니다.

한동안 이 생각은 깊은 고뇌요소가 됐고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곧 ‘온도’라는 중요한 요소가 빠져 있었음을 깨달았습니다.

물건이 오갈 때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엔 보이지 않는 온도가 흐릅니다. 이 깨달음은 작은 불씨가 돼 곧 저의 마음을 채워 줬습니다.

온도는 무서울 만큼 큰 힘과 그에 따른 매력을 가졌습니다. 1도 차로 물질은 팽창하거나 수축하며, 구조까지 변화시킬 수 있음을 우린 알고 있습니다. 그만큼 삶을 바꿀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진 온도가 우리 가슴속에도 존재합니다. 지금 이 순간 군 복무를 하는 전우 여러분에게도 해당될 겁니다.

여러분에게도 군 복무 중 힘들었던 기억, 보람찼던 기억, 작고 사소하지만 웃을 수 있었던 추억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멈춘 듯한 혹한기 훈련 새벽 어둠의 정적을 뚫고 피부를 스치는 강렬한 냉기, 마음이 급해 나도 모르게 했던 실수에 온정의 손길을 내밀며 용서와 위로를 전해 준 전우들, 턱끝까지 숨이 차오를 만큼 힘든 훈련 속에서 서로를 믿고 응원하던 전우의 한마디 “고생했다”, 이 짧고 강렬한 격려를 통해 느낀 뭉클함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어머니와 도란도란 나눈 대화 도중 “아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에 녹은 서러움과 노고가 주마등처럼 스쳐 갑니다.

이 모든 기억과 경험이 온도가 돼 저를 국가를 지키는 군인으로 만들어 줬고, 그 결과 전우들과 늘 임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은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며 사랑하는 이들 모두의 안녕에 이바지하고 있음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청춘이란 짧은 시간 실전과 같은 훈련에 쏟은 열정, 현행작전에 임하며 바친 인내·고통·절제·땀·눈물은 절대 사소하지 않으며 오늘과 내일의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에게 충성을 다하는 대한민국 군인입니다. 이것은 자명한 사실이며 영광스러운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전우 여러분의 애국충정과 노고는 뜨겁고 밝은 온기로 대한민국을 비출 것입니다.

한이룬 병장 육군5포병여단
한이룬 병장 육군5포병여단



< 저작권자 ⓒ 국방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댓글 0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