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시계의 분침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싶어 오랫동안 응시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고여 웅덩이를 이루는 걸 보겠다고 땅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기억도 있습니다. 하지만 분침이 움직이는 것도, 물이 고여 가는 과정도 끝까지 만족스럽게 지켜봤던 적은 없습니다.
어느 순간 한눈을 팔다가 ‘아차!’ 하며 돌아봤을 때 이미 분침은 훌쩍 움직여 있었고, 땅에는 물이 고여 있었지요. 분명 시곗바늘은 끊임없이 움직였고, 물도 조금씩 차오르고 있었겠지만 너무 미세한 변화여서 순간의 시선으론 알아차리기 어려웠던 것이지요. 제법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를 통해 신앙을 기반으로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신앙생활에 열심히 임하고 기도에 몰두할수록 나도 모르는 새 특별한 체험이나 뚜렷한 변화를 기대하곤 합니다.
한순간에 ‘딱!’ 느껴지는 은총, 삶을 단번에 바꿔 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길 바라기도 합니다. 그러나 기대가 클수록 그 마음을 충족하기 어렵고 실망도 큰 법이지요. 기대했던 만큼 뚜렷한 무엇인가를 느끼지 못해 더 큰 아쉬움을 삼킬 때도 많습니다.
돌이켜 보면 은총은, 신앙의 열매는 ‘없었던 것’이 아니라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특별히 무엇을 기대하기보다 그저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살아갈 때 지나간 하루에 작은 기쁨의 순간이 있었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그 순간을 떠올리면서 ‘이것이 오늘 주어진 은총의 시간이었구나’ 하고 성찰하게 됩니다.
한 청년 신자가 “삶의 기쁨이 없고 무의미해요. 행복하게 해 달라고 기도해도 이뤄지지 않아 신앙생활의 의미도 못 느끼겠어요”라고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눈 뒤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매일 잠들기 전 딱 5분만 시간을 내 하루를 돌아보면서 ‘오늘 내가 언제 웃었지?’ 생각해 보면 어때요? 한 문장의 감사일기를 써 보는 거예요.”
몇 달 뒤 그 청년에게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신부님, 매일 감사일기를 쓰다 보니 저의 하루에 생각보다 웃을 일이 많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행복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행복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저 역시 하루를 마무리할 때 마지막 일과로 잠시 멈춰 지나간 하루를 돌아봅니다. 그리고 지나간 하루에 담겨 있던 은총을 발견합니다. 아무리 고된 하루였어도 그 안에서 느꼈던 작은 ‘기쁨’과 ‘평화’의 감정 속에서 변함없이 함께하셨던 주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럴 때면 ‘하늘나라, 천국은 저 멀리 있는 추상적 공간이 아니라 지금 여기 내가 살아가는 이 자리구나’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습니다.
종교의 힘, 신앙의 삶은 이렇게 우리 일상 아주 작은 순간에 스며들어 온 하루를 따뜻한 기쁨으로 덮어 줍니다. 그렇기에 주님은 한순간의 강렬함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라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때 비로소 느낄 수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각자 자리에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겠지요. 하루를 마무리할 때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면 어떨까요?
분명 놓치고 지나쳤을 행복의 순간이 오늘 안에 숨어 있을 것입니다. 그 작은 순간이 모여 우리의 오늘은 충분히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고, 우리 삶도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