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수열
전쟁판도 바꾸는 드론·AI>>드론 소리를 놓치지 않는 초민감 귀의 정체
모든 드론엔 고유 ‘음향 지문’…학습된 AI 센서가 인식
우크라 ‘즈부크’ 저비용으로 변형 소음 기만전술 식별
고도·속도·강풍 등 한계로 작용…최후 안전장치 역할
2024년 10월 우크라이나 키이우 외곽 부차. 러시아군 점령 당시 남편과 오빠를 잃은 테티아나는 ‘부차의 전투 마녀들(Combat Witches of Bucha)’이라는 여성 대공방어 부대에 합류했다. 수의사, 교사, 부동산 중개인, 제과제빵사로 구성된 이 부대는 기관총을 차량에 탑재하고 야간에 침투하는 드론을 격추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쟁 초기 이들의 전술은 단순했다. 러시아 샤헤드 드론은 100~200m 저고도로 비행했고, 피스톤 엔진이 내는 잔디깎이 같은 소리가 밤하늘에 또렷이 울렸다. 마녀들은 그 소리를 따라 이동하며 막심(Maxim) 기관총으로 드론을 격추했다. 귀로 듣고, 눈으로 확인하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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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2025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러시아는 샤헤드의 비행 고도를 2000m 이상으로 높였다. 우크라이나 항공 전문가 빅토르 타란의 지적처럼 이동식 대공팀의 기관총 사거리는 1~2㎞에 불과하다. 소리는 여전히 들리지만 드론은 이미 닿을 수 없는 높이에 있다.
“드론이 우리 머리 위를 지나가지만 사정거리 밖입니다.” 테티아나의 탄식은 청각에 의존하던 1세대 대응 방식의 한계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소리로 드론을 잡는다’는 개념은 어떻게 진화해야 하는가?
모든 드론은 고유한 ‘성문’, 즉 음향 지문(Acoustic Signature)이 있다. 모터 종류, 프로펠러 날개 수, 회전수(RPM)에 따라 발생하는 주파수 대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연구에 따르면 대부분의 드론 소음은 100~2000㎐ 대역에 집중된다. 샤헤드 드론은 저속 피스톤 엔진을 사용해 100㎐ 인근의 독특한 저주파를 만든다. 우크라이나인들이 ‘오토바이 소리’ 혹은 ‘잔디깎이 소리’라고 부른 것이 바로 이 특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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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 탐지 시스템은 이 원리를 이용한다. 마이크 어레이(배열)를 설치해 소리가 각 마이크에 도달하는 시간 차이를 계산함으로써 드론 방향과 거리를 역추적한다. 레이다가 전파를 쏘는 ‘능동형’이라면 음향 센서는 적의 소리를 듣는 ‘수동형’이다. 전파를 발신하지 않기 때문에 적에게 위치가 노출되지 않는 은밀함이 최대 강점이다.
원리는 간단하지만 실전에서는 혼돈 그 자체다. 도심과 산업단지에는 자동차, 바람, 새, 공사장 소음이 가득하다. 인간의 귀로는 구분이 불가능한 이 난제는 인공지능(AI)이 해결한다.
핵심은 ‘패턴 인식’이다. AI는 단순한 소리 크기가 아니라 주파수의 규칙적인 변화 패턴을 0.02초 단위로 분석한다. 독일 프라운호퍼연구소의 시스템은 딥러닝을 통해 드론의 소음과 배경 소음을 90% 이상의 정확도로 구별해낸다.
우크라이나의 대표적인 음향 탐지 프로젝트인 ‘즈부크(Zvook)’가 이를 증명했다. 개당 400~500달러(약 50만~70만 원)에 불과한 저비용 센서와 반사경을 결합해 소리를 증폭하고 AI가 이를 실시간 분석한다. 상대방이 복잡한 소음으로 기만전술을 썼을 때도 수천 개의 샘플로 학습된 AI는 변형된 소음 패턴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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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선은 이 기술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1만여 개의 음향 센서가 전국에 깔렸지만 전체 구축 비용은 패트리어트 미사일 두 발 값보다 싼 500만 달러 미만이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미 공군 유럽·아프리카 사령관 제임스 헤커 장군은 “우크라이나 영공에 진입하는 표적의 20%가 음향 데이터만으로 추적된다”고 밝혔다. 특히 샤헤드 드론 84대가 침투했을 때 이 음향 네트워크는 80대를 요격하는 데 결정적 정보를 제공했다.
음향 센서 자체가 드론을 격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레이다가 놓치는 저고도 사각지대를 먼저 감지하고, 방어 부대에 ‘지금 그쪽으로 간다’고 알려주는 조기 경보 역할만으로도 방어율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이러한 초민감 ‘귀의 한계’도 있다.
첫 번째는 고도와 속도의 변화다. 러시아가 투입한 제트 엔진 탑재형 샤헤드 드론은 기존 피스톤 엔진과는 전혀 다른 고주파 소음을 냈고, 훨씬 높은 고도로 날아 기관총 사거리를 벗어났다. 2025년 우크라이나 방공망 돌파율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원인 중 하나다.
두 번째는 환경 변수다. 강풍이 불거나 비가 오면 음향 탐지 거리는 급격히 줄어든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음향 센서의 역할을 재정의했다. 이것은 만능 탐지기가 아니라 레이다와 전자광학 장비가 놓친 틈새를 메우는 최후의 안전장치이자 ‘가성비 높은 감시자’다.
이 기술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도 고려될 수 있다. 한국은 산악이 70%를 차지해 레이다 음영 지역이 많다. 드론이 계곡 사이로 저고도 침투를 감행할 경우 레이다보다 음향 센서가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일반전초(GOP)와 주요 시설 주변에 저렴한 음향 센서를 촘촘히 배치하면 감시 공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등장하고 있는 광섬유 유선 드론과 같이 전파를 내지 않아 기존 무선주파수(RF) 탐지기가 무용지물인 경우다. 이 드론도 프로펠러 소리는 숨길 수 없다. 전파 침묵 상태로 다가오는 암살자를 찾아낼 수 있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음향 탐지는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저렴하고 은밀하며 전자전 공격(Jamming)에 면역이라는 독보적인 장점이 있다. 수십억 원짜리 레이다로 모든 산골짜기를 감시할 수 없는 현실에서 50만 원짜리 음향 센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수 있다.
저비용 탐지 체계를 방공망에 통합해 운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수많은 레이다, 전자광학, 적외선 탐지 장비의 공간을 소리를 탐지하는 체계로 보강하면 어떨까?
‘부차의 마녀들’은 이제 소리만 듣고 총을 쏘지 않는다. 대신 그 소리는 데이터가 돼 미사일 부대와 레이다 기지로 전송된다. 레이다라는 눈, RF 탐지라는 감각, 그리고 음향이라는 귀가 결합될 때 비로소 하늘의 방패는 완성된다.
다음 회에서는 어둠 속에 숨은 드론의 열기를 찾아내는 적외선 센서의 원리와 한계에 대해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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