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혹한 속에서 배운 책임과 전우

입력 2026. 02. 27   16:08
업데이트 2026. 03. 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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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일 상사 육군특수전사령부 황금박쥐부대
김효일 상사 육군특수전사령부 황금박쥐부대



중대 선임관으로서 맞이한 이번 대대급 쌍방 혹한기 훈련은 군 생활에서 결코 잊지 못할 시간으로 남을 것이다. 훈련이 시작되던 날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쳤고 매서운 칼바람은 특전복 안으로 파고들었다. 극한의 환경에서 우리 팀은 9박10일간 계획된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출발 전부터 상황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중대원 2명이 건강상의 이유로 열외되면서 실제 작전에 투입된 인원은 5명뿐이었다. 선임관으로서 머릿속에는 하나의 생각만 떠올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5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반드시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혹한 속 작전은 단순히 추위를 견디는 문제가 아니다. 무기는 쉽게 얼어붙고 장비는 뜻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장갑을 낀 손으로 세밀한 작업을 하는 일은 어려웠으며 짧은 휴식시간에도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하루하루 체력과 집중력은 빠르게 소모돼 갔다.

그럴수록 중대원들의 모습은 선명하게 마음에 남았다. 누군가 장비를 떨어뜨리면 말없이 주워 건네줬고 걸음이 느려진 팀원이 있으면 자연스레 속도를 맞췄다.

누구도 힘든 내색을 하지 않았지만, 그 누구도 포기하지 않았다. 선임관으로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리더십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버틴다는 신뢰라는 것을 실감했다.

작전기간이 길어질수록 육체적 피로보다 더 어깨를 짓누른 것은 판단의 책임이었다. 작은 선택 하나가 팀원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매 순간 자문했다. ‘이 결정이 모두를 지킬 수 있을까’ ‘이 판단이 임무를 끝까지 이어 가게 할 수 있을까’ 등 선임관이란 이름이 지닌 무게를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낀 시간이었다.

9박10일의 작전이 끝났을 때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큰 환호나 웃음은 없었지만, 그 침묵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뜨거운 동질감이 담겨 있었다.

영하 20도의 칼바람 속에서 단 5명의 인원으로 우리는 끝까지 임무를 완수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서로를 충분히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다. 함께 얼어붙은 땅을 걷고 밤을 견디며 책임을 나누는 경험 속에서 ‘전우’의 의미는 훨씬 깊어졌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어지는 훈련들이 있기에 대한민국의 겨울은 평온하게 흘러간다. 기록으로 남지 않는 우리의 하루하루가 모여 이 나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훈련에서 분명히 깨달았다. 혹한 속에서 더 단단해진 것은 장비도, 체력도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를 향한 굳건한 믿음이었고, 대한민국을 지키는 특전사로서의 각오였다.

안 되면 되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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