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곡이 쓰인 줄 몰랐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종목을 둘러싸고 제기된 저작권 논란 속에서 한 작곡가가 했다는 말이다. 경기 영상이 공개된 뒤에야 자신의 곡이 프로그램에 사용된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저작권 침해 논란이 불거졌다. 또 다른 피겨 대표팀은 애니메이션 ‘미니언즈’ 삽입곡을 쓰려다가 사용 허락이 지연돼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졌다.
통상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선 음악 사용과 관련한 저작권 이용료가 일괄적으로 정산되는 구조여서 무단 이용 문제는 상대적으로 드물다. 그러나 피겨스케이팅처럼 프로그램 구성을 위해 음악을 편집·변형·재구성하는 경우는 문제가 달라진다. 저작재산권인 ‘2차적저작물작성권’(저작권법 제22조), 저작인격권인 ‘동일성유지권’(저작권법 제13조)의 침해가 문제 될 수 있어서다.
몇 년 전 국내에서 벌어졌던 프로야구 응원가 저작권 침해 논란도 이와 유사하다. 프로야구 구단과 응원단이 원곡을 수정해 응원가로 사용하는 관행에 대해 원저작권자들이 2차적저작물작성권 및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까지 청구하면서 한바탕 논란이 됐다. 이와 관련, 법원은 스포츠 현장에서 이뤄진 음악의 수정·변경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저작권법 제13조는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진다”(동일성유지권)고 규정한다. 이는 저작재산권과 달리 양도할 수 없는 권리로, 창작자의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다만 동일성유지권은 절대적 권리는 아니다. 같은 조 제2항 제5호는 “저작물의 성질이나 그 이용의 목적 및 형태 등에 비추어 부득이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의 변경”은 허용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문제는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변경인지다. 변경이 표현의 본질적 요소에 영향을 미치는지, 창작자의 예술적 의도나 작품의 정체성을 왜곡하는지, 이용 목적상 필요한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프로야구 응원가 사건에서 법원은 가사 일부 변경과 구조 단순화 등 수정이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곡의 본질적 표현을 훼손하는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려워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한 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한 그러한 변경이 새로운 창작성이 부가된 ‘실질적 개변’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봐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이러한 법리가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을 비롯한 모든 스포츠현장에 보편적으로 적용된다고 단정할 순 없다. 변경 정도가 커 사실상 새로운 편곡에 이르렀다거나 원곡의 정서와 구조를 현저히 변형해 작품의 가치를 훼손하는 경우라면 결론은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동일성유지권의 침해 여부는 저작물의 변경이 본질적인지 아닌지의 문제인데, 이에 관한 객관적 판단이 어렵기 때문이다. 저작물을 변경해 쓰는 안전한 방법은 원저작권자의 허락을 받는 것만이 유일하다.
올림픽과 같은 세계적인 축제에서 자신의 음악이 울려 퍼지는 일은 저작자에게도 큰 영광이다. 그러나 그 영광이 저작자의 인격권을 양보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동시에 선수들이 수년간 준비한 성과가 저작권이나 법적 분쟁으로 좌절돼서도 안 된다.
저작권의 정당한 보호와 합리적 이용은 대립의 문제가 아니라 조화의 문제다. 충분한 사전 협의와 투명한 권리 정산, 작품의 본질을 존중하는 태도만이 불필요한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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