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잠수합니다
잠수 타도… 침묵 존중하기에
이것이 잠수함 부부만의 배려
고정관념 바꾼 군 제도와 시설…금녀의 벽 깬 도전 있었기에
아내 김경훈 중사와 남편 정찬석 중사 백년가약 가능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 지키자’ 첫 다짐 그대로 묵묵히 수중 임무 완수
우리 군 최초의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탄생한 지 1년여 만에, 또 하나의 역사가 쓰였다. 잠수함이라는 가장 깊은 곳을 일터로 선택한 1호 잠수함 승조원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조수연/사진=조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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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여군의 승조가 제한됐던 잠수함에 처음 발을 내디딘 여군 중 한 명인 김경훈 중사가 이젠 가정을 이뤘다. 우리 군 최초의 잠수함 승조원 부부인 정찬석·김경훈 중사 얘기다.
지난달 해군잠수함사령부에서 만난 두 사람은 여느 신혼부부처럼 수줍어했지만, 대화를 이어갈수록 묵묵히 임무를 견뎌온 잠수함 승조원의 단단함이 겹쳐 보였다. 깊은 바다에서 단련된 침착함이 자연스럽게 묻어난 것이리라.
잠수함은 특별한 공간이다. 빛이 닿지 않는 수중에서 수십 명이 함께 숨 쉬며 몇 주, 길게는 몇 달을 버틴다. 그곳을 일터이자 삶의 일부로 선택한 두 사람이 부부가 됐다.
두 사람 모두 해군이지만 ‘잠수함’이라는 선택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정 중사는 행정부사관으로서 승조원들의 인사·생활을 책임지고 있다. 정박 중에는 승조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생활을 챙긴다. 출항하면 타수(舵手)로서 항해 임무도 수행한다. “잠수함은 한 사람의 역할이 곧 전투력으로 직결되는 조직”이라는 정 중사의 말에 그 임무의 무게가 담겨 있다.
김 중사는 우리 군 최초 여군 잠수함 승조원 9명 중 한 명이다. 여군의 잠수함 승조가 막 문을 연 시점, 도전을 택한 것이다. “잠수함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그중에서도 음탐이 제 성향과 가장 맞는다고 느꼈어요.” 음탐은 보이지 않는 상황을 소리로 감지해 판단하는 잠수함의 ‘눈’이다.
실제 근무는 상상했던 것과 달리 극단적이지만은 않았다고 했다. 김 중사는 “2년 차 근무를 하면서 느낀 건, 잠수함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라는 점”이라며 “힘든 순간도 있지만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 국가안보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책임진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후배 여군들에게도 주저하지 말고 도전해 보라고 말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두 사람의 인연은 수상함 근무 시절, 무장선임의 소개로 시작됐다.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임무 생활 패턴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생활 방식과 성격도 잘 맞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서로의 직업을 온전히 이해해줄 수 있다는 확신이 컸다.
잠수함 부부의 신혼은 여느 부부와 다르다. 교대 일정이 맞지 않으면 길게는 수개월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다.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후 곧바로 임무에 투입돼 떨어져 지낸 적도 있었다. 김 중사는 “오랜만에 만날 때 더 애틋해지는 게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래서 이들은 일상의 기준을 ‘얼마나 오래 함께 있느냐’보다 ‘무엇을 함께 하느냐’로 바꿨다. 쉬는 날이면 영화 한 편을 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짧게라도 여행을 떠난다. 거창하지 않은 시간들이지만, 다시 잠수함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
같은 잠수함 승조원이기에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있다. 동시에 더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서로의 고단함을 집까지 끌고 오지 않으려고 해요. 불편함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니까, 오히려 불평을 아끼게 됩니다.”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지키는 원칙은 ‘침묵의 존중’이다.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 묻지 않아도 그 시간을 인정해 주고, 스스로 회복할 시간을 주는 것. 잠수함 부부만의 배려다.
두 사람이 꼭 기억하고 싶은 장면은 같다. 해군 정복을 입고 함께 찍은 웨딩 촬영 날이다. 두 사람은 그날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지키자”고 함께 다짐했다.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라는 첫 선택에서, 잠수함 승조원 부부라는 새로운 역사까지. 이들의 선택은 오늘도 조용히 수중 어딘가에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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