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훈련병의 편지

별이 된 한 학도병 별을 좇는 한 훈련병

입력 2026. 02. 13   13:50
업데이트 2026. 02. 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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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훈 이병 육군훈련소 30교육연대
정조훈 이병 육군훈련소 30교육연대

 


인생의 수많은 갈림길에서 청년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기 쉽습니다. 저 역시 중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자문하곤 했습니다. 옛사람들이 북극성을 보며 망망대해를 항해했듯이 이럴 때일수록 마음속에 분명한 지향점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입대 전날 그 지향점을 찾기 위해 할아버지께서 잠들어 계신 묘소를 찾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학도병으로 징집돼 중국에 배치됐다가 탈영해 그곳에서 무장독립운동에 참여하셨습니다. 광복 이후엔 조국의 땅을 다시 밟고 별이 되셨습니다. 역사의 큰 갈림길에서 할아버지께서는 안일한 길 대신 힘들고 두렵지만 옳은 길을 택하셨습니다. 당시 할아버지 나이는 지금의 저와 비슷했습니다.

할아버지의 그 숭고한 정신은 입대를 준비하는 저의 앞길을 밝혀 주는 북극성이 됐습니다. 그 빛을 따라 중국에서의 삶을 뒤로한 채 조국 대한민국의 부름에 응답하기로 결심했습니다.

훈련소에서 보낸 5주간 많은 것을 보고 누렸습니다. 입영행사 날 장엄하게 휘날리던 태극기와 세심한 지도를 아끼지 않으셨던 분대장·소대장님들,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잠들 수 있는 일상은 할아버지가 총을 들던 시절에는 당연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군 생활을 이어 갈 수 있는 이유 역시 할아버지를 비롯한 누군가 먼저 힘든 길을 걸어 줬기 때문임을 되새기게 됐습니다.

군인이 돼 가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수류탄 투척과 각개전투, 행군 모두 신체적·정신적 한계를 시험했습니다. 그러나 포복으로 내딛는 한 걸음, 군장 메고 움직이는 한 발짝마다 이것이 옳은 길을 걷는 과정이며 할아버지께서 걸으셨던 길보다 훨씬 가벼운 발걸음이란 생각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눈 덮인 들판을 헤쳐 나갈 때 발길을 어지러이 하지 말아라. 오늘 내가 남긴 발자국이 뒷사람의 길이 될 터이니.”

먼저 눈길을 헤쳐 나간 한 학도병이 있었기에 그 뒤를 따르는 한 훈련병으로 이 길을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게는 운 좋게도 밝게 빛나는 북극성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이 있습니다. 여러분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먼저 입대해 묵묵히 군 생활을 이어간 전우들, 힘든 훈련을 수십 번 거듭한 분대장과 소대장님도 모두 먼저 길을 걸어 가신 찬란하게 빛나는 별들입니다.

이처럼 마음속 별빛이 앞길을 비춰 준다면 앞으로의 군 생활도 헤매지 않고 훈련장 사로를 따라가듯이 분명한 방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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