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의 본질은 명확하다.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근무하다 보면 이러한 본질보다 형식과 평가가 앞서는 순간을 종종 마주한다.
나 또한 부대에서의 일상과 반복되는 행정업무 속에서 스스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해 흔들리던 시기가 있었다. 그러던 중 새 부대로 전입한 첫날, 당시 과장님으로부터 짧지만 강렬한 얘기를 들었다. “본립도생(本立道生), 이것이 나의 지휘철학이야”였다. ‘본립도생’은 기본이 바로 서야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화려한 수식도, 긴 설명도 없었지만 흔들리던 기준을 붙잡아 주는 말이었다.
더 인상 깊었던 것은 그 이야기가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불필요한 형식을 줄이고 실제로 필요한 일에 집중하려는 태도, 잘된 점보다 부족한 부분을 먼저 점검하려는 자세는 ‘본립도생’이 하나의 구호가 아니라 실천의 원칙임을 보여 줬다. 그 모습을 보며 군도 여전히 사람에 의해 달라질 수 있는 조직이란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 보면 군은 기본을 중시한다면서도 기본보다는 ‘무난함’을 선택해 왔다. 각종 보고와 점검, 행사 과정에서 서로를 칭찬하는 데 익숙해지고 문제를 드러내기보다 잘 정리된 결과를 보여 주는 데 집중할 때가 그렇다. 긍정은 넘치지만, 성찰은 부족해지는 구조 속에서 기본은 점차 흐려진다.
잘한 점을 인정하는 문화는 필요하다. 그러나 칭찬이 점검을 대신하고 미흡한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 조직의 안정으로 여겨질 때 기본은 서서히 흐려진다. ‘본립도생’의 ‘본’은 바로 이 지점에서 흔들린다.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조직은 길을 찾기 어렵다.
진정한 칭찬은 문제를 덮는 말이 아니라 더 나아지기 위한 지적에서 나온다. 본질에 충실한 군은 잘한 점을 인정하되 미흡한 부분을 숨기지 않는다. 이러한 문화가 자리 잡을 때 형식은 수단으로 돌아가고 전투력은 실질적으로 강화된다.
군은 완성된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듬어져야 하는 조직이다. 앞서 말했듯이 기본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체면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불편한 질문을 피하지 않는 태도다. 형식적인 긍정보다 실질적인 점검이, 보여 주기식 성과보다 현장의 체감이 우선될 때 군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다.
허례를 덜어 내고 본질로 돌아갈 때 길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본립도생’이란 말이 한 개인의 기억에 남는 문장을 넘어 오늘의 군을 움직이는 기준이 되길 바란다. 기본을 바로 세우는 군, 그곳에서 신뢰는 다시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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