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삼키며 건널목을 지났어요.
찢긴 혀가 나뭇잎처럼 나뒹구는 길모퉁이
뜨겁게 달아오른 입이
벌레처럼 모여들었죠.
빈말을 머금은,
바늘 돋친 혓바닥 위로
표정을 바꿔가면서 떠오른 해의 무늬가
붉은 눈 반짝거리며
하염없이 따라왔어요.
숨을 참고 속엣말을 깊숙이 넣어 둔 채
길고 짧은 실마리를 힘껏 끌어당길 때
입 안에 숨겨 둔 혀가
크게 부어올랐어요.
<시 감상>
모든 생물종 중에서 오직 현생인류만이 상징성과 추상화로 이뤄진 언어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남겼다. 아직 우리는 인류의 언어 진화과정에 관해 명백한 사실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그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는 삶의 근원과 정신세계가 포함돼 있음은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말하고 쓰는 언어는 단순한 소리나 기표(記標) 이상을 넘어 삶의 근원과 정신이 작용한다는 진실, 언어는 사람에게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는 진실 말이다.
그 분명한 언어의 본성과 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그럼에도 그것을 외면하거나 교묘하게 치장해 내뱉곤 한다. 그때 언어의 소통로는 “숨을 참고 속엣말을 깊숙이 넣어 둔” 단절과 반목의 길목을 지배하는 무기가 되고 만다. 거침없는 폭력과 구별 짓기가 등등(騰騰)한 반목과 상처로 멍든 시·공간 말이다.
시인은 ‘혀’라는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 이러한 우리 시대의 역기능적 언어 작동으로 인한 소외와 상처, 치유의 바람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다.
시인이 그려 낸 가지런한 비유의 밭을 깊이 들여다보면 그 이랑과 고랑에서 언어 본성의 진실과 소망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 울림은 시·공간을 초월해 당위적인 윤리성을 포함한다. 2025년 제4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소감에서 시인이 밝힌 바와 같이 “언어가 누군가의 마음에 직접 닿을 수 있다는 책임을 외면하지 않으려는” “말의 폭력보다 말의 책임을, 상처보다 포용으로 이어지는 문장을 쓰겠다는 다짐”이야말로 언제나 진행형으로 아름다울 우리 삶과 정신의 표상(表象)일 테니까.
차용국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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