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령급 보직 인사가 조만간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군의 인사는 단순한 행정절차를 넘어 전략적 자산 배분이다. 또 인사 명령 한 장은 군인에게 새로운 사명이자 책임의 시작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상당수 간부가 명령에 따라 불과 며칠 만에 새로운 임지로 떠나야 하는 불확실성 속에 놓여 있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당면 업무를 정리하고 급작스럽게 이동하는 관행은 간부 개인의 불안정성을 키울 뿐만 아니라 조직 전반에 결함을 초래한다.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의 내실 있는 업무 인수인계(Overlap)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전력 공백은 전투준비태세에 악영향을 미친다. 나아가 이는 군인가족의 삶의 질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기·복지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세계의 주요 선진 강군들은 보직 예고제를 ‘전투 준비’의 필수과정으로 정착시켰다. 우리보다 규모가 큰 미 육군은 ‘AIM(Assignment Interactive Module) 2.0’을 통해 6개월 단위로 이동 대상과 충원 직위를 사전에 가시화하고, 당사자와 부대가 상호 선호를 반영해 준비시간을 확보한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진급·보직의 여러 가능성을 놓고 후속 경로를 설계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이에 간부는 자신이 가게 될 경로를 예측하고 이사 준비나 직무교육 등 필요한 대비를 조기에 시작할 수 있다. 영국 역시 최소 6개월 이전 통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독일, 프랑스, 호주 등도 충분한 사전 통지와 인수인계 기간을 제도화해 조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우리 군이 추진 중인 인공지능 전환(AX)의 일환으로 ‘지능형 인사 예측시스템’ 구축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AI)으로 개인의 진급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예측하고 장차 맡게 될 직책을 알려 주는 게 일정 수준 가능하다고 본다. 우리 군이 지난 수십 년간 쌓아 올린 평정·진급시스템과 거대한 인력 규모는 AI 학습을 위한 강력한 빅데이터가 될 것이다.
예를 들면 “귀하는 O개월 뒤 A부대 OO참모 또는 B부대 지휘관 후보군”이라는 식의 가이드가 제공된다면 해당 간부는 관련 역량을 미리 기르고 필수 과업을 숙지하는 등 준비된 리더로서 면모를 갖출 수 있다. 이는 인사권자의 주관적 개입을 줄여 투명성을 높이는 동시에 조직의 안정성과 업무 몰입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길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미래는 AI가 인간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통찰을 과학적으로 뒷받침하는 ‘지능형 인사체계’다. 지휘권의 재량과 예측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 AI가 최적의 인재 후보군을 추천하면 지휘관은 자신의 직관과 경험을 결합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인간 중심의 과학화’가 핵심이 돼야 한다. 이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특히 복무 데이터가 풍부한 중견간부부터 우선 적용하면서 계속 예측 가능성을 높여 가는 방향으로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투명하고 과학적인 인사시스템은 장병과 그 가족의 삶을 존중하는 군,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정예 강군을 만드는 확실한 토대다. 선진국들의 구체적인 지표와 AI 기술의 가능성이 보여 주듯이 예측 가능한 인사가 곧 흔들리지 않는 전투력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지능형 인사체계에 기반한 사전 보직 예고제가 더 이상 꿈이 아닌 반드시 도달해야 할 선진 국방의 표준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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