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영화 - 워페어(2025)
감독: 알렉스 가랜드, 레이 멘도자
출연: 윌 폴터(에릭), 디파로 운아타이(레이), 코스모 자비스(엘리엇), 조셉 퀸(샘), 찰스 멜튼(찰리), 킷 코너(캐스퍼)
이라크전 최대 격전지 라마디 배경
민가 고립 ‘네이비씰’ 실화 재구성
맥락 없이 전투 한복판서 영상 시작
90분 내내 총격·폭발 긴장감 이어져
스크린 생생하게 옮긴 그날의 기억
“네이비씰의 탁월한 리더들에게는 한 가지 분명한 공통점이 있다. 자신의 임무뿐만 아니라 임무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을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다른 팀원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실수로 임무가 실패로 돌아가도 남을 탓하지 않는다. 변명도 하지 않는다.”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 조코 윌링크·레이프 바빈 지음, 메이븐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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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의 분수령, 라마디
“라마디는 이라크의 스탈린그라드다.” 2006년 이라크 주둔 미군 지휘관들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었다. 라마디는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시가전이 벌어진 곳. 알카에다 세력이 장악한 이 도시는 미군에겐 악몽이었다. 라마디는 ‘게티즈버그’로도 불렸다. 이라크 전쟁을 끝내는 전환점이기도 했다.
2003년 3월 20일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제거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불과 3주 만에 사담 후세인 정권은 무너졌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항공모함 링컨함 갑판 위에서 “임무 완수(Mission Accomplished)”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장면은 훗날 부시의 흑역사로 박제됐다. 전쟁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었다. 정규군은 사라졌지만 저항 세력이 곳곳에서 게릴라전을 벌였다. 도시마다 급조폭발물(IED)이 묻혀 있었고, 자살폭탄 테러는 일상이었다.
2004년 11월 팔루자전투에서 미군은 승리했지만 대가는 혹독했다. 알카에다 세력은 이라크 서부 안바르주의 주도인 라마디로 이동했다. 인구 40만 명의 도시 라마디는 알카에다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2006년 초 이 도시는 사실상 알카에다가 장악했다.
2006년 6월 미군은 라마디 탈환 작전을 개시했다. 육군1기갑사단, 해병대1원정군과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씰 팀 3(SEAL Team 3)이 투입됐다. 라마디 전투는 6개월간 이어졌다. 매일 총격전이 벌어졌고 IED가 터졌다. 건물마다 적이 숨어 있었다. 알카에다 저격수가 병사들을 노렸다. 골목엔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다.
네이비씰 팀 3 브루저 기동대의 지휘관은 조코 윌링크. 그는 이 팀을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부대로 만들었다. 그만큼 전투가 치열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2014,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 브래들리 쿠퍼 주연)의 전설적인 저격수 크리스 카일도 바로 2006년 라마디에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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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자의 증언, 영화가 되다
영화 ‘워페어’(2025)는 관객을 어떠한 준비 시간도 없이 전투의 한복판으로 곧바로 던져 넣는다. 총성이 터지고, 먼지가 날리고, 비명이 울려 퍼진다. 설명은 없다, 맥락도 없다, 오직 생존만이 있을 뿐.
이 영화는 2006년 11월 19일 라마디의 한 건물에서 감시 임무를 수행하던 네이비씰팀이 민가에 고립돼 겪은 실화가 바탕이다. 알렉스 가랜드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은 레이 멘도자는 바로 그날 그 건물에 실제로 있었던 네이비씰 대원 레이(디파로 운아타이)다. 그날의 생존자가 직접 감독으로 참여해 자신의 기억을 재구성한 것이다.
영화는 에릭(윌 폴터)이 이끄는 네이비씰 팀이 라마디 시내 건물을 수색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라크 안내병 2명을 포함한 8명의 대원. 그들은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쏟아지는 총격에 갇힌다. 건물 밖에는 알카에다 저격수가 출입구를 조준하고 있다. 주변에는 IED가 곳곳에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무전기는 간헐적으로만 작동한다. 지원 병력은 오지 않는다. 그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가랜드와 멘도자는 카메라를 병사들의 눈높이에 고정시킨다. 관객은 병사가 돼 복도를 달리고, 계단을 오르고, 창문 너머를 경계한다. 총알이 벽을 뚫고 들어오고, 파편이 얼굴을 스친다. 숨소리, 심장박동 소리, 무전기 잡음만이 들린다. 화면은 흔들리고, 시야는 좁다. 이것이 전투다.
영화는 90분 내내 긴장을 놓지 않는다. 총격전, 폭발, 부상자 후송. 매 순간이 선택의 연속이다. 이 문을 열 것인가, 저 창문으로 탈출할 것인가, 부상자를 먼저 옮길 것인가. 이런 절체절명의 순간에 훈련이 빛을 발한다. 근접전투(CQB) 기술로 건물 내부를 수색하고, 방마다 신속하게 제압한다.
멘도자의 기억 속 그날이 스크린에 살아났다. 영웅적인 액션도, 극적인 반전도 없다. 오직 살아남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만 있다. 영화는 전쟁을 미화하지 않는다. 조국을 위한 희생도, 정의로운 전투도 없다. 그저 젊은 병사들이 지옥 같은 순간을 견뎌내야 한다. 이들은 부상병들과 함께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사족 하나. 영화 중 무선으로 교신할 때 프로그맨(Frogman)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이는 잠수부라는 뜻으로 네이비씰의 애칭이다. 사족 둘. 쿠키 영상 있음.
네이비씰 vs 델타 포스, 미군 최정예 특수부대의 차이는
지난 3일,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특수부대에 체포됐다. 작전을 주도한 것은 육군 특수부대 델타 포스(Delta Force)였다.
델타 포스는 1977년 영국 SAS를 모델로 창설했다. 주요 임무는 대테러, 인질 구출, 고위 목표물 제거다.
네이비씰(Navy SEALs)은 1962년 1월 1일 창설한 미국 해군 특수전 부대다. SEAL은 바다(Sea), 하늘(Air), 땅(Land)의 약자로 육·해·공 어떤 환경에서도 작전 수행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선발 과정은 악명 높다. ‘지옥 주간(Hell Week)’이라 불리는 5일간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채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모토는 “The Only Easy Day Was Yesterday(편한 날은 어제뿐이다).”
미군을 대표하는 두 특수부대의 차이점은 뭘까. 네이비씰은 해군 소속이지만 지상 작전에도 능하다. 영화 ‘워페어’처럼 라마디 시가전에도 투입되고,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도 네이비씰 팀6이 수행했다. 반면 델타 포스는 주로 육상 기반 작전에 특화돼 있다. 2003년 이라크전 당시 사담 후세인의 아들들을 사살한 것은 델타 포스였다.
작전 스타일도 다르다. 네이비씰은 상대적으로 공격적이고 직접적인 행동을 선호한다. 건물 돌입, 해상 강습, 신속한 목표 제거가 특기다. 델타 포스는 더 은밀하고 정교한 작전을 수행한다. 장기간 잠복, 첩보 수집, 정밀 타격이 강점이다.
훈련 철학도 차이가 있다. 네이비씰은 팀워크와 체력을 극도로 강조한다. 개인의 한계를 시험하면서도 동료와 함께 버티는 법을 가르친다.
델타 포스는 개인의 독립적 판단과 즉흥 능력을 중시한다. 변화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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