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정훈 부사관으로서 4년간의 군 복무를 마치며 입대 전에도, 입대 후에도 마음속에만 지니고 있던 생각을 꺼내 보고자 한다.
시간은 모든 것을 잊게 만든다는 말이 있다. 불과 몇 달 전의 즐거웠던 여행의 추억조차 희미해지기 쉬운 것처럼 우리를 둘러싼 역사적 사건 역시 끊임없이 기억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결국 무감각 속에 묻혀 버린다.
그러나 잊어선 안 되는 기억이 있다. 바로 우리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내준 이들의 숭고한 희생이다. 우리가 천안함 46용사와 연평도 포격전 전사자들의 이름을 부르고 그날의 아픔을 되새기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누리는 자유와 평화가 어떤 무게의 대가로 얻어졌는지를 인지하는 ‘안보의식의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그들의 희생은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남겼다. 남은 이들, 즉 우리가 그 희생의 무게를 짊어져야 하고, 이 나라를 수호하기 위해 의지를 공고히 해야 한다.
기억하지 않으면 잊히고, 잊히면 경계심은 무뎌지기 마련이다. 기억의 소홀함은 경계의 해이로 이어진다. 이는 결국 또 다른 희생을 허용하는 안일함을 부른다. 우리가 ‘기억 상실의 시대’에 접어들어 이 땅을 지키다가 산화하신 영웅들을 잊는다면 한국의 안보는 그 뿌리부터 흔들리게 될 것이다.
그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래 세대에게 보내는 가장 확실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군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는 모든 이에게 ‘당신의 헌신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며, 이 나라와 국민은 당신의 희생을 영원히 기억하고 예우할 것’이라는 신뢰를 심어 주는 일이다.
이러한 확신이 없다면 누가 다음 위기의 순간에 망설임 없이 자신을 내던질 수 있겠는가. 아무도 그들을 기억해 주지 않는 나라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용기는 쉽게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 영웅들의 발자취가 새겨진 최전선에서 그들의 헌신을 체감하며 이 땅에 사는 우리가 마땅히 짊어져야 할 희생의 짐을 깨달았다.
남은 이들인 우리가 그들의 무게를 짊어지고 의지를 이어 가는 것만이 그들의 숭고한 뜻을 완성하는 길이다. 서해의 파도 속에서 배운 헌신의 가치를 잊지 않고 대한민국의 굳건한 안보의지를 지탱하는 한 국민으로서 그 대열에 동참할 것을 다짐한다.
|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