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판도 바꾸는 드론·AI >> 레이저가 드론을 없애는 SF 영화 같은 현실
2024년 여름 국방과학연구소(ADD) 시험장에서 소형 드론 한 대가 상공을 비행 중이었다. 지상에선 트럭 탑재형 장비가 조용히 표적을 추적하고 있었다. 몇 초 뒤 드론 동체에서 연기가 피어올랐고 이내 동력을 잃으며 추락했다. 폭발도, 굉음도 없었던 이 장면은 한국 방공체계의 미래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우리 군이 세계 최초로 실전 배치하는 레이저 대공무기 ‘천광(Block-I)’의 시험 결과다. 방위사업청(방사청)은 2024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양산계약을 체결했고, 해외 언론은 한국이 레이저 무기를 군에 정식 전력화하는 첫 국가라고 평가했다.
‘천광’은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다. 북한이 운용하는 소형·저가 드론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이 체계는 수㎞ 내의 근거리 표적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천광’은 레이저를 표적에 비춰 전자장비와 동력원을 과열시키는 방식으로 기능을 마비시킨다. 폭발물이나 파편을 사용하지 않기에 도시 지역에서도 2차 피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요격 비용이 매우 낮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로이터 등 해외 언론은 ‘천광’의 1회 요격 비용이 약 2000원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전기만으로 발사되므로 다수 드론이 동시 침투하는 비대칭 위협상황에서 고비용 미사일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레이저를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선 여러 개의 고체 레이저 모듈에서 발생한 빛을 광학장비가 한 점으로 모아 높은 에너지 밀도를 만들어야 한다. 표적 추적센서는 드론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계산하고, 레이저는 같은 지점을 계속 가열한다. 드론의 외피가 열에 의해 약해지면 내부의 전자장비·배터리가 과열돼 기능을 잃는다.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도달하므로 회피가 사실상 불가능하며 연기나 반동이 없어 은밀성·안전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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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술은 한국만의 독창적 시도는 아니다. 미국은 레이저 무기 개발에서 가장 앞선 국가 중 하나다. 미 해군은 2014년부터 LaWS(AN/SEQ-3) 체계로 함정에서 드론과 소형 보트 표적을 실제로 무력화하는 시험을 해 왔다. 이후 60㎾급 헬리오스(HELIOS)를 구축함에 통합해 표적 파괴뿐만 아니라 광학센서 교란과 감시 기능까지 수행하는 복합시스템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2020년에는 USS 포틀랜드가 고체 레이저로 드론을 격추하는 장면을 공개했고, 최근 헬리오스가 해상에서 드론 요격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영국도 ‘드래건 파이어(Dragon Fire)’ 프로그램을 통해 50㎾급 레이저 무기를 개발 중이다. 영국 국방부는 2027년 이후 이를 해군 구축함에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국은 드래건 파이어를 장갑차나 육상 플랫폼에도 적용 가능한 확장형 무기체계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상 기반 레이저 방공체계 개발의 대표 사례다.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스’가 개발한 ‘아이언 빔(Iron Beam)’은 로켓, 박격포탄, 드론 등 근거리 위협을 요격하기 위한 체계로 2022년 시험에서 실제 비행 표적 요격 영상을 공개했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아이언 빔을 아이언 돔과 연동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배치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헤즈볼라가 발사한 무인기 위협에 아이언 빔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 체계의 목표는 고가 미사일방어체계의 부담을 줄이고, 반복적·다량 공격에 대응하는 저비용 방어층을 구축하는 데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의 ‘천광’은 세계 최초로 양산형 지상 레이저 대공무기를 실전 배치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의 실전적 활용이 본격화하는 국제적 전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이처럼 미국·영국·이스라엘이 레이저 무기를 본격적으로 실전 전력에 편입하는 흐름은 지향성 에너지 기술이 미래 방공체계의 핵심 요소가 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레이저는 저비용·고정밀·반복적 요격이라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기존 미사일 기반 방공망이 가진 구조적 한계를 보완한다. 하지만 각국의 개발 사례가 확대되고 있음에도 레이저 무기는 여전히 기술적·환경적 한계를 동시에 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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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저 무기는 만능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제약은 기상조건이다. 비·안개·구름·먼지 같은 수증기와 미세입자는 레이저 에너지를 약화시키거나 산란시키므로 사거리가 크게 감소한다. 미국·이스라엘·한국 모두 레이저 무기가 맑은 기상에서 최대 성능을 발휘한다고 평가한다. 또한 레이저는 구조적으로 한 번에 하나의 표적만 대응할 수 있어 다수 드론이 동시에 침투하는 상황에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기상 제약 외에도 기술적 난도가 매우 높다. 고출력 레이저를 한 점으로 정확히 모으기 위해선 렌즈·반사경·보정장비가 나노 단위 수준으로 정렬해야 한다. 또 레이저 출력을 유지하려면 짧은 시간에 대량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차량·함정·고정식 플랫폼마다 전력 여력이 다르기 때문에 설계가 크게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레이저 모듈은 작동 과정에서 큰 열을 발생시키므로 효율적인 냉각시스템이 필수적이다. 광학 정렬, 전력 공급, 열 관리라는 세 요소가 모두 충족돼야만 고출력 레이저 무기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은 ‘천광’을 시작으로 출력 강화형(Block-II·III), 해군 함정 탑재형 등 여러 발전 단계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의 반도체·광학·전력 기술은 이러한 체계 발전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앞으로 레이저 무기가 기존 방공자산과 연동돼 하층 방공을 담당하게 되면 한국 방공망은 더 촘촘하고 저비용·고효율의 다층체계로 진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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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광’의 실전 배치는 한국 방공체계가 ‘미사일 중심’에서 ‘지향성 에너지 중심’으로 이동하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레이저는 특정 대공 임무에 한정되지 않고 지상에선 기동형 요격체계로, 해상에서는 함정 방어와 센서 교란 수단으로, 공중에선 무인기의 자위용 무장과 각종 플랫폼의 핵심 방호장비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레이저 무기가 제공하는 정밀성·저비용·반복 운용성은 미래 전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기반 전력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군이 향후 전장 요구에 맞춰 더 유연하고 지속가능한 대응 능력을 확보하는 데 결정적 기반이 될 것이다. 다음 회에선 강력한 전기 에너지가 드론의 전자두뇌를 마비시키는 전자기 공격 기술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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