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이해와 체계적 대응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국방부 주관 ‘자살예방 교관 양성과정’에 참여하며 군이 장병의 생명과 마음을 지키려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번 과정은 우리나라 고유의 자살예방 개입모델인 ‘보고·듣고·말하기’ 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먼저 ‘보기’ 단계에선 자살을 암시하는 언어적·행동적·상황적 신호를 최우선으로 식별하는 법을 배웠다. ‘듣기’ 단계에서는 실제 자살 생각이 있는지를 묻고, 죽음과 삶의 이유를 구분해 충분히 듣는 훈련을 했다. 마지막 ‘말하기’ 단계에선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한 뒤 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말을 건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기상황에서 생명을 지키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소통방식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4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자살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가 함께 대응해야 할 중요한 과제임을 보여 준다. 이러한 현실에서 군은 장병 보호를 위한 상담체계와 교육을 지속 강화하며 선제적 예방과 조기 식별·개입에 힘쓰고 있다.
인상 깊었던 점은 대부분의 수업이 역할극으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2인 1조로 자살 위기 당사자와 생명지킴이 역할을 맡아 실제 상황을 가정한 훈련을 했다. 서로의 입장을 체험하며 공감의 깊이를 더했고, 교육생 모두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이론을 넘어 행동으로 익히는 실질적인 교육과 경험이었다. “요즘 자살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오히려 위험을 키울 것으로 오해한다. 그러나 교육과 연구 결과에서 이 질문은 위험성을 높이지 않으며 오히려 고통을 말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연다는 게 밝혀졌다. 진심 어린 관심과 질문이야말로 자살예방의 첫걸음이다.
자살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삶과 죽음 사이에서 처음으로 삶을 이야기하려는 전환점의 순간이 있다. 그 문 앞을 지키는 사람이 바로 ‘생명지킴이’다. 생명지킴이는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고 국방헬프콜과 같은 군 내 상담체계는 물론 자살예방 상담전화(109), 보건복지상담센터(129) 등 24시간 상담센터로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자살예방의 핵심은 심리적 위기에 처한 전우와 그를 도울 수 있는 인적·제도적 자원을 적시에 연결하는 데 있다.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일은 거창한 영웅담이 아니라 ‘보고·듣고·말하기’라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2026년 자살예방교관으로서 ‘보고·듣고·말하기’를 실천하는 생명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살피는 병영문화 속에서 인화·단결하도록 위기의 신호를 먼저 보고, 고통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고, 생명을 지키는 말을 먼저 건네며 맡은 소임을 실천해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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