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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의 사과나무

입력 2026. 01. 14   15:40
업데이트 2026. 01. 1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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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가는 것은 소중한 20대 초반을 낭비하는 일이다.” 입대 전 흔히들 이런 생각을 한다. 나 또한 “전역 후 여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입대하면서 단 하나의 목표는 ‘사회에서 가졌던 열정과 동기부여를 잃지 말자’는 것이었다.

입대한 뒤 본 군대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다. 군대에서도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이가 많았다. 매일매일 체력단련장에서 운동하는 사람, 개인정비 시간을 쪼개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 대학원 진학을 위해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 등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수많은 이를 만날 수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우선 주어진 것부터 잘해 보자고 생각했다. 병 진급 평가부터 시작했다. 훈련병 때 4급에도 미치지 못하던 3㎞ 오래달리기 실력을 꾸준한 연습으로 2급까지 끌어올렸다. 모집병이어서 주특기가 어려운 편이었는데, 계속 공부해 후임들을 위한 기본 교안을 제작하는 실력까지 쌓을 수 있었다. 주특기 공부를 어느 정도 끝낸 뒤엔 휴대전화 앱을 활용해 영어와 프랑스어 공부를 했다. 훈련·근무 등으로 시간이 부족했지만 10분이라도 시간을 내 공부했고, 오늘까지 330여 일간 빠지지 않고 실천하고 있다.

국방망에 게재된 대회 공고도 여럿 확인할 수 있었다. 참가여건이 된다 싶으면 모두 지원했다. 그 결과 감사하게도 상병 시절 보안경연대회에서 우승해 단장님으로부터 표창장을 받았고 조기 진급도 할 수 있었다. 병장 땐 육군사관학교가 주최한 안보토론대회에서 사관생도들과 경쟁해 우승했고, 참모총장 상장과 300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그 상금으로 전역 후 오는 7월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으로 떠나는 여행을 계획 중이다.

그렇게 매일 목표를 향해 나아가다 보니 어느덧 전역을 일주일 앞두게 됐다. 누군가는 군 생활을 마친 뒤 “앞으로 무얼 하고 살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한다는데,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다 보니 앞으로의 삶에 대한 불안감보다 기대감이 더 커졌다. 군 생활 동안 수많은 도전, 실패와 성공으로 ‘상승효과’를 학습했다. 노력해 본 사람이 더 큰 노력을 할 수 있고, 성취해 본 사람이 더 큰 성취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군대는 낭비되는 시간’이라는 생각, ‘군 생활 이후 앞으로 뭘 해야 할까?’라는 생각 모두 실체 없는 막연함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절감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말한 바뤼흐 스피노자처럼 일단 부딪히고 시도해 보면 더 나은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동기와 후임 모두 부딪혀 보고 무언가를 얻어 가는 군 생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 준 군 생활에 감사한다.

김원혁 병장 육군1군단 101정보통신단
김원혁 병장 육군1군단 101정보통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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