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인공지능(AI)에 대체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나요?” “당신이 AI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능력은 무엇입니까?”
지난해 여름 미국을 방문했을 때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에 근무하는 한 재외동포로부터 면접에서 자주 나온다는 질문들을 들었다. 짧은 두 문장이었지만 오래도록 머릿속을 맴돌았다. 단순한 면접 문항을 넘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AI는 이미 글을 만들고 핵심을 정리하며,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여겼던 사고의 일부까지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앞으로 미래 세대인 학생들을 우리는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26년간 교실에서 학생들과 호흡해 온 교사로서 이 질문 앞에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결국 AI가 대신하기 어려운 것은 ‘질문하는 힘’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태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기성세대는 학교 교육에서 ‘정답’을 찾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정답을 암기하고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이 공부의 중심이었다. 교실을 떠올려 보면 ‘열강’하는 교사와 대비돼 묵묵히 필기하는 학생의 모습이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학생들은 교사의 질문에도 나서 답하기보다 ‘안전한 침묵’을 택했고, 스스로 떠올린 질문 역시 문제 풀이에 필요한 범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교육문화는 대학으로 이어지며 토의·토론과정을 어색하게 느끼고,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과제를 기피하게 만드는 현상을 초래했다.
교육 흐름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최근엔 토의·토론수업이 늘었고 배운 내용, 즉 ‘앎’이 ‘삶’으로 이어지는 경험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지식을 받아들이던 시대에서 지식과 정보를 탐구·탐색하며 삶에 적용하는 시대로 전환하고 있는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질문근육’과 ‘생각근육’이다. 정답이 정해진 공부에 더해 다양한 각도에서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며 배움의 과정을 확장해야 한다. 궁금증이 생기면 끈기 있게 파고들고, 그 질문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는 공부를 경험해야 한다.
‘정답을 주는 수업’은 수업을 마치면 끝나지만 ‘질문을 주는 수업’은 수업이 끝나는 순간 오히려 시작된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생각근육을 키우기 위해선 SNS의 빠른 소비에서 잠시 벗어나 전통적인 독서의 힘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보는 것’과 ‘읽는 것’은 정말 같은 경험일까? 많은 사람이 SNS나 짧은 영상을 ‘보고’ 있지만, 그것은 활자를 ‘읽는’ 경험과는 결이 다르다. 차를 타고 빠르게 지나가며 거리의 간판을 스쳐 보는 것과 한 상점에 들어가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의미를 발견하는 일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1998년 특수부대에서 장교로 근무하던 시절 여가시간마다 책을 읽는 병사가 유난히 많았던 기억이 난다. 자투리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기 싫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독서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전역 후 다시 만난 한 소대원은 인생에서 책을 가장 열심히 읽은 시기가 군대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처럼 미디어가 넘쳐나지 않았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대였기에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다. 근육은 쓰면 쓸수록 강해진다. 독자 여러분의 ‘질문근육’과 ‘생각근육’이 한층 단단해지는 2026년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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