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판도 바꾸는 드론·AI - 가짜가 진짜를 숨기는 완벽한 속임수 작전
2025년 7월 22일,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GUR)은 이상한 드론을 공개했다. “이게 정말 무기인가?” 샤헤드136처럼 생겼지만 안에는 폭약이 없었다. 플라스틱 볼과 전자장치뿐. 외국산 부품으로 조립한 기만체였고, 제작비는 진짜의 10분의 1도 안 됐다. 그런데 우크라이나는 이것을 막기 위해 수천만 원을 소모했다. 9월에는 러시아가 하루에 자폭드론을 800여 기 날렸다. 폴란드 영공까지 침범한 이 드론 중 일부는 ‘빈 껍데기’였다. 21세기 전장에서 가장 값싼 무기가 가장 비싼 방어체계를 농락하고 있었다.
기만전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은 노르망디 상륙 전 풍선으로 만든 가짜 탱크와 항공기 수백 대를 영국 남동부에 배치했다. 히틀러는 연합군이 칼레로 상륙할 것이라 확신했고, 정작 진짜 상륙은 노르망디에서 이뤄졌다. 베트남전쟁에서 북베트남은 나무 방공 미사일 사이트로, 걸프전에서 이라크는 가짜 스커드 발사대로 미군의 고가 폭탄을 허공에 날리도록 했다. 드론 시대에도 원리는 같다. 다만 규모와 정교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뿐이다.
기만체의 효과는 단순한 자원 낭비를 넘어선다. 첫째, 레이다 화면이 표적으로 가득 차면 방공시스템이 과부하에 빠진다. 둘째, 가짜에 탄약을 낭비하면 진짜 공격 때 대응 수단이 없다. 셋째, 매일 밤 수십 대의 드론 경보가 울리면 방공 요원의 경계심이 무뎌진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가 경험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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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기만전술의 선구자다. 1982년 레바논 베카계곡전투에서 이스라엘은 기만체 역할을 하는 드론을 먼저 날려 시리아의 SA-6 미사일을 유인했다. 미사일이 발사되는 순간 레이다 위치가 노출되고, 뒤따라온 F-16이 대레이다 미사일로 이를 파괴했다. 하루 만에 시리아 방공망 19개 기지가 무력화됐다. 이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스라엘 방산업체 IAI는 ‘Harop’ 자폭 드론과 함께 기만체 버전도 함께 생산한다. 진짜와 가짜를 섞어 날리면 적은 혼란에 빠진다.
현대 기만체 기술은 훨씬 정교해졌다. 단순히 겉모습만 비슷한 것이 아니라 레이다 반사 특성, 적외선 신호, 심지어 비행 패턴까지 진짜를 모방한다. 미국의 ADM-160 MALD(Miniature Air-Launched Decoy)가 대표적이다. 길이 2.3m, 무게 45kg의 이 소형 미사일은 전투기에서 발사돼 B-52 폭격기나 F-35 전투기의 레이다 신호를 흉내 낸다. 적 방공 레이다는 이를 진짜 공격기로 착각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 순간 레이다 위치가 노출돼 역공당한다. 한 발 가격은 약 30만 달러로, 1억 달러짜리 F-35를 보호하기에는 충분히 저렴하다. MALD-J 개선형은 한 걸음 나아가 전자전 능력까지 갖췄다. 기만체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적 레이다를 교란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다.
중국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차세대 기만체를 개발 중이다. 단순히 정해진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적 반응을 분석해 비행 패턴을 조절한다. 예를 들어 적 레이다가 특정 고도에 집중하면 다른 고도로 이동하고, 미사일이 발사되면 회피 기동을 한다. 진짜 조종사가 탄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이를 ‘적응형 기만체(Adaptive Decoy)’라고 부른다. 방어 측에선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더 나아가 여러 번의 작전을 거치며 적의 대응 패턴을 학습하고, 다음 작전에서는 더욱 효과적인 기만전술을 구사하는 ‘학습형 기만체’도 연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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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기만체를 어떻게 식별할 수 있을까? 답은 다중 센서 융합과 AI에 있다. 레이다·적외선·광학 센서를 함께 사용하면 기만체의 약한 열 신호, 지나치게 완벽한 비행 패턴, 통신 신호 부재 같은 미묘한 차이를 포착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수십 대의 기만체 속에서 진짜를 찾아내는 것도 어렵지만, 더 어려운 것은 “이게 진짜 공격인가, 아니면 우리 대응 체계를 시험하는 정찰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한국군도 드론 기반 전술의 공격과 방어 양면을 연구 중이다. 차세대 전투기 KF-21은 향후 무인기와 협력하는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이 체계에서 무인기는 적 방공망 제압 임무 시 선두에서 기만체 역할을 수행하며, 적의 레이다와 미사일을 먼저 끌어내 유인 조종사의 생존성을 높일 수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 것처럼 값싼 드론이 고가의 방공 자산을 소모시키는 동안 유인 전투기는 안전하게 핵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방어 측면에서는 AI 기반 탐지·식별 시스템 개발을 추진 중이다. 다양한 센서 정보를 통합해 진짜 위협과 기만체를 구분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이다.
북한 역시 이러한 기만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입증된 저가 기만 드론의 효과를 북한이 간과하지 않았을 것이며, 제한된 자원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하는 북한의 비대칭 전략상 기만 드론은 매력적인 선택지다. 향후 한반도에서 드론 위협은 단순한 정찰이 아니라 기만체와 실제 위협이 뒤섞인 복합적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만전술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매력적이다. 드론 기술이 발전할수록 진짜와 가짜를 만드는 비용 차이는 커진다. 1억 원짜리 공격 드론의 기만체는 1000만 원이면 충분하다. 10대의 기만체와 1대의 진짜를 섞어 보내면 방어 측은 11발의 미사일을 쏴야 한다. 공격 측은 2억 원을 쓰고, 방어 측은 30억 원 이상을 쓴다. 이 불공정한 게임에서 경제력이 아니라 창의성이 승부를 가른다.
우크라이나는 이 교훈을 뼈저리게 배웠다. 초기에는 러시아의 기만체에 속아 귀중한 미사일을 낭비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식별 능력이 향상됐다. 이제는 기만체와 진짜의 비행 패턴, 엔진음, 열 신호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운용한다. 하지만 러시아도 계속 진화해 이 같은 기술 경쟁은 끝이 없다.
미래에는 더욱 정교한 기만체가 등장할 것이다. 홀로그램 기술을 이용한 가상 드론, 전자기장을 조작해 레이다에만 보이는 유령 드론, 심지어 진짜 드론을 기만체처럼 보이게 만드는 역(逆)기만전술까지 연구되고 있다. 전장은 점점 더 복잡한 속임수의 무대가 되고 있다. 고가의 첨단기술이 저가의 단순한 속임수에 무력화되는 아이러니. 이것이 바로 21세기 전쟁의 현실이다.
다음 회에서는 레이저가 드론을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SF 영화 같은 현실을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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