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에서 소프트웨어(SW)가 차지하는 전략적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F-35 전투기의 핵심 기능이 SW로 구현되는 사례나 테슬라의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무기체계의 성패 또한 SW 역량에 달려 있음을 명확히 보여 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한국군의 차세대 지휘통제체계(KCCS)는 단순한 하드웨어(HW) 성능 향상이 아닌 SW 중심 혁신으로 미래 전장의 복합적 요구에 대응해야 한다.
현재 KCCS 개발 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통적인 폭포수(Waterfall) 방식 위주의 접근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 소요 제기부터 전력화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경직된 절차는 급변하는 기술 발전 속도를 반영하기 어렵게 만들며, 기술 진부화로 인해 연구개발과 체계개발 간 유기적 연계도 어렵게 한다. 더 큰 문제는 KCCS 개발을 위한 참조모델(Reference Model)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참조모델은 ‘무엇을, 어떤 규격으로,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정의하는 체계개발의 공통설계도 역할을 한다. 참조모델이 없으면 각 구성요소 간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아 개발 과정의 혼란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는 상호운용성을 저해하며 특정 공급업체에 기술적으로 종속될 위험도 있다. 미래 전장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선 SW 중심의 진화적 개발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초기 단계에서 핵심 기능을 담은 최소 기능 시제품(MVP·Minimum Viable Product)을 신속히 개발·전력화하고, 이후 소요군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기능을 점진적으로 확장하는 애자일(Agile) 및 지속적 통합·배포(CI·CD) 방식을 적용한다면 더욱 효율적이고 적시성 있는 전력 증강이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인공지능?클라우드 같은 민간 최신 기술을 유연하게 통합하기 위해 미군의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나 MOSA(Modular Open Systems Approach)처럼 데이터 표준화와 개방형 정책을 수립해 민간 기업 참여를 독려하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미군은 NGC2(Next Generation C2) 아키텍처를 통해 모듈식 개방형 시스템으로 다양한 기술을 성공적으로 통합했으며, 이스라엘의 아이언돔(Iron Dome)은 SW 최적화를 이뤄 실시간 위협 대응력을 극대화한 모범사례로 평가된다.
성공적인 KCCS 혁신은 단순한 시스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군 조직문화와 전략적 사고의 폭넓은 변화를 수반한다. 경직된 절차보다 유연하고 민첩한 체계 구축을 지향해야 한다. 정부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 경쟁력 있는 민간 기업의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SW 중심의 신속획득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방 SW 개발·획득을 전담할 전문인력 양성에도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미래 전장은 예측 불가능한 위협으로 가득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는 유연성과 속도는 군사력 운용의 핵심 요소가 될 것이다. KCCS 혁신은 한국군이 디지털 전장환경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중요한 전략적 과제다. 현재 관련 기관에서 ‘SW 중심 무기체계 획득체계’ 정립을 추진 중인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조기에 시범사업을 추진해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다면 향후 KCCS의 진화와 전력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굳건한 안보를 결정짓는 토대가 될 것이다.
“소프트웨어가 강한 군대가 미래를 지배한다”는 통찰처럼 지금 우리가 내리는 현명한 선택이 대한민국의 미래 국방력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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