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페르소나 - 짠내 나도 빛나는 청춘의 아이콘 ‘캐셔로’의 이준호
2PM으로 데뷔해 영화 ‘감시자들’로 배우 변신
먹보 소시오패스, 카리스마 넘치는 정조…
장르 넘나들며 대표 연기돌로 단단한 입지 다져
‘태풍상사’ 이어 ‘캐셔로’ 청춘 성장기 열연
감출 수 없는 밝은 에너지 무장…오늘도 달린다
초능력이 있다면 뭐든 다 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 봤을 상상이다. 하늘을 날아오르고 괴력을 발휘하는 초능력자라면 나를 구하고 세상도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건 서구의 초능력자들 이야기다. 적어도 한국인에게 초능력은 그런 무소불위의 힘을 뜻하지 않는다. 강풀 원작의 ‘무빙’을 생각해 보라. 초능력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처럼 돈가스집과 치킨집, 중고서점 등을 전전하며 숨어 지낸다. 그 초능력을 이용하려는 권력자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다.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 초능력을 가진 가족은 비만, 불면증, 트라우마, 스마트폰 중독 등 현대병에 시달리며 그 초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캐셔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등장하는 초능력자 ‘강상웅’(이준호 분)은 아버지로부터 유산처럼 초능력을 상속받는데, 이 힘을 쓰기 위해선 수중에 현금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연인 ‘김민숙’(김혜준 분)과 결혼하기 위해 자금이 절실한 이 청춘은 함부로(?) 초능력을 써선 안 되는 처지다. 그러나 당장 눈앞에 죽을 위기에 처한 사람들이 있다면 어쩔 것인가. 구할 능력조차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고 여길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웅은 딜레마에 빠진다. “현대사회에서 초능력보다 더 센 게 뭔지 알아? 능력이야.” ‘캐셔로’에 등장하는 최강 빌런 ‘조안나’(강한나 분)의 말처럼 상웅은 초능력보다 부와 권력을 쥔 능력이 더 힘센 현실 앞에 놓인다.
결국 ‘캐셔로’가 보여 주는 건 슈퍼히어로 장르를 가져왔지만 현재의 청춘들이 마주한 쉽지 않은 경제적 현실이다. 부가 세습되고 어떤 부모를 가졌는지에 따라 자식의 미래가 결정되는 사회에선 당장의 선한 일도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 심지어 생명을 구하는 일조차. 그래서 짠내 날 수밖에 없는 청춘이지만, 상웅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운명’을 외면하지 않는 청춘이다. 짠내 나지만 빛나는 청춘이랄까. 상웅이라는 독특한 히어로에 이준호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배우인 건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이준호는 짠내 가득한 캐릭터를 연기하면서도 어딘가 밝고 건강함을 잃지 않는 청춘의 얼굴을 가진 배우다. 그건 잘생겼다는 의미가 아니라 어떤 긍정적인 힘을 잃지 않을 거라는 신뢰감이다.
이준호는 아이돌그룹 2PM의 메인댄서이자 리드보컬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2013년 영화 ‘감시자들’로 연기 데뷔를 하면서 배우로서도 주목받았다. 그 후 영화 ‘스물’ ‘협녀, 칼의 기억’과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같은 작품들을 거치며 연기력을 쌓았고 ‘김과장’에선 ‘먹보 소시오패스’라는 독특한 악역을 맡아 호평받았다. 이준호가 배우로서 단단한 입지를 다지게 된 건 ‘옷소매 붉은 끝동’에서 이산 정조 역할을 맡았을 때부터다. 시시각각 목숨을 노리는 정적들의 위협 속에서 사랑하는 연인 성덕임(이세영 분)과 펼치는 신분을 뛰어넘는 로맨스 연기로 카리스마부터 멜로까지 다 되는 배우로 우뚝 섰다. 그리고 드디어 ‘태풍상사’와 ‘캐셔로’로 2025년은 이준호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한 해가 됐다.
늘 청춘의 빛나는 아이콘 같은 역할을 선보여 왔지만 ‘태풍상사’와 ‘캐셔로’의 청춘은 둘 다 ‘짠내’가 물씬 풍긴다는 게 공통점이다. ‘캐셔로’가 슈퍼히어로마저 경제여건에 휘둘리는 청춘을 그렸다면, 외환위기 시절 상사맨들의 좌절과 성공기를 담은 ‘태풍상사’ 역시 어려운 시절을 동료들과의 연대로 이겨 나가는 밝고 건강한 청춘을 보여 준다. 아무래도 최근 들어 갈수록 어려워지는 청춘들의 경제 현실이 드라마에 반영된 결과이지만, 두 작품 모두 이준호가 맡았다는 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준호만큼 어려운 상황의 좌절과 이를 이겨 내고 정면 돌파하는 청춘의 얼굴을 잘 연기하는 배우도 없기 때문이다.
‘태풍상사’에서 이준호의 얼굴은 눈물과 땀으로 얼룩져 있다. 그가 짊어진 책임의 무게를 시각적으로 증명하는 것이지만 흥미롭게도 시청자들은 그의 얼굴을 보며 ‘저 사람은 분명히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반면 ‘캐셔로’에서 이준호의 얼굴은 다소 힘을 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0대 직장인의 피로가 묻어난다. 화려한 슈트 대신 늘어진 후드티를 입고, 영웅적인 결단보다 생활비 걱정에 미간을 찌푸린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야말로 시청자가 그의 초능력에 몰입하게 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된다. 돈이 없어도 ‘마음’만 있으면 어떻게든 된다는 희망이랄까. 이준호라는 배우가 가진 긍정적이고 낙천적 이미지는 그런 희망을 품게 만드는 면이 있다.
‘태풍상사’ ‘캐셔로’ 모두 충분한 현실성이나 개연성을 가진 완성도 높은 작품은 아니다. ‘태풍상사’는 국제통화기금(IMF)이라는 시대적 위기를 지극히 낭만적인 복고의 시선으로 가려 놓은 작품이다. ‘캐셔로’ 역시 독특한 설정의 시대 풍자는 흥미롭지만 초능력자가 등장하는 슈퍼히어로물로 보면 다소 힘이 빠진다. 그럼에도 두 작품이 많은 호응을 얻게 된 건 이준호라는 배우 자체의 개연성이 작용한 면이 크다. 아무리 힘들어도, 짠내 나는 현실이 어깨를 짓눌러도 끝끝내 이를 뚫고 나가는 청춘의 아이콘 같은 밝은 에너지가 이 배우로부터 뿜어져 나와서다.
2026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여전히 쉽지만은 않겠지만, 밝은 에너지를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걸어 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그러다 보면 보다 나은 내일이 올 것이니! 이준호라는 빛나는 청춘의 아이콘이 끝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처럼.
오늘의 뉴스
Hot Photo News
많이 본 기사
이 기사를 스크랩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