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의 투자원칙은 많은 이에게 회자된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의 검소한 삶과 부의 사회환원이다. 버핏의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는 어록이 있다.
“미래에 당신의 부고기사가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지 결정하고, 그에 걸맞게 삶을 사십시오.” 버핏의 삶을 대하는 태도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데 이 말의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알프레드 노벨이다. 55세의 노벨은 아침 신문을 읽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의 부고기사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프랑스 남부 칸에서 사망한 사람은 그의 형인 루드비히 노벨이었으나 신문사가 이를 알프레드 노벨로 착각해 오보를 낸 것이다. 그를 더욱 절망하게 만든 건 사망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을 묘사한 기사 제목과 내용이었다.
“제목: 죽음의 상인, 알프레드 노벨이 죽다
내용: 이전보다 더 빨리, 더 많이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찾아내 부자가 된 인물이다.”
평생을 과학자이자 발명가로 헌신했던 노벨은 자신을 ‘안전하고 통제된 방식으로 발파를 가능하게 한 공학자’가 아닌 ‘전쟁 무기를 팔아 돈을 번 악마’로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미리 본 부고기사는 노벨에게 삶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죽을 때 이런 식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다’고 결심했다. 자신의 유산을 인류에게 공헌한 사람들을 위해 쓰기로 하고 유언장을 작성해 탄생한 게 바로 노벨상이다.
부고기사가 어떻게 쓰이길 바라는지 생각하고 사는 삶은 좋은 나침반을 갖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좋은 나침반을 가졌으면 이제 길을 떠나야 한다. 그날이 그날 같지만, 사실은 미지의 세계를 매일 매시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닌가! 설령 누군가의 삶을 동경하고 닮아 간다고 해도. 이런 길을 갈 때 힘이 되는 지팡이와 같은 단어가 있다. ‘매직 아워(Magic Hour)’. 이는 그림자가 없어지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아름다운 빛의 순간으로 사진작가와 영화감독이 매우 사랑하는 시간대라고 한다.
일본 코미디영화의 거장 미타니 고키 감독의 ‘매직 아워’는 이런 의미를 십분 살린 작품이다. 아직은 무명인 배우가 영화배우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됐던 어린 시절의 영화 속 배우를 만나 나누는 대화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제는 할아버지가 됐지만, 여전히 도전하고 미래를 꿈꾸는 노배우는 자신을 존경하는 무명 배우에게 이렇게 말한다. “‘매직 아워’를 놓쳤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가? 방법은 하나뿐이야. 내일의 매직 아워를 기다리는 거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기 때문에 기회는 또 오는 것이다.
2026년은 말띠 해다. 말(馬)은 예부터 인류와 밀접해 말과 관련된 사자성어와 속담이 굉장히 많다. 노마지지(老馬之智), 말 타면 경마 잡히고 싶다 등 다양한 교훈과 인간사를 그리고 있다. 그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 ‘새옹지마(塞翁之馬)’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길흉화복이 변화함을 보여 줘 인간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매직 아워나 새옹지마에서 공통적인 것을 찾는다면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다. 그것도 그냥 기다리는 게 아니라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꿈꾸며 삶을 이어 가는 것이다. 짧게는 1년 뒤, 길게는 생을 마칠 때 기사에 어떻게 쓰이길 원하는지 생각하고 한 해의 여정을 시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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