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교양 K-pop 스타를 만나다

문화산업·예술 실은 쌍두마차 출발…‘고삐 꽉 잡아라’

입력 2026. 01. 05   16:59
업데이트 2026. 01. 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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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스타를 만나다
‘말의 해’ 멈추지 않고 달리는 K팝 

블랙핑크·BTS·엑소 줄줄이 컴백
다음 달 그래미 무대도 K팝 선전 눈길
음반 판매량·슈퍼스타 부재 갈증 풀듯
마무리되지 않은 뉴진스 분쟁은 숙제
K팝 시스템 지속 가능성 우려 딛고 
신산업 정체성 증명하는 한 해 될 것

올해 새 앨범을 발표하는 BTS. 사진=소속사
올해 새 앨범을 발표하는 BTS. 사진=소속사



“말처럼 쉽진 않지. 꿈처럼 달려가자. 폭풍에 몸을 싣고 난 오늘도 달린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병오년(丙午年)을 여는 첫 노래는 ‘2026 카운트다운 쇼 LIGHT NOW’에서 밴드 원위가 커버한 크라잉넛의 ‘말 달리자’였다. 1996년 대한민국 최초의 인디 컴필레이션 앨범 ‘아워 네이션(OUR NATION)’에 수록된 이 곡은 격렬한 펑크록을 연주하며 뛰놀던 언더그라운드 키즈들을 오늘날 한국 인디록의 대부로 만들어 줬다. 같은 해 그 대척점에 K팝이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를 선언한 자리에 SM엔터테인먼트의 ‘H.O.T.’가 차고 들어와 아이돌 중심의 K팝 시대를 열었다. 그로부터 30년이 흐른 올해 K팝은 다시 한번 질주할 준비를 마쳤다. 여러 사건·사고와 의심의 눈초리에도 멈추지 않고 달린다. 더 많은 지지자,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호응과 기록을 위해 K팝은 멈추지 않는다. ‘말 달리자’의 원래 노랫말은 이랬다. “이 띵굴띵굴한 지구상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달리는 것뿐이다.”

당장 이달 빅네임의 컴백이 예고돼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걸그룹 블랙핑크의 새 앨범이다. 지난해 멤버들의 성공적인 솔로 활동과 대규모 월드투어 ‘데드라인(Deadline)’, 선공개곡 ‘뛰어’로 귀환을 예고한 이들은 2025년 말 발표 예정이었던 정규 앨범을 올해 초로 미뤘다. 원래도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이었지만, 각자 레이블을 세워 진행한 솔로 활동으로 멤버 고유의 개성을 확립하며 상업적으로도 비평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거두며 그룹 가치가 더욱 높아졌다.

다음 달 1일에는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음악 시상식 ‘제68회 그래미 어워드’가 개최된다. 이번 그래미에서 이미 K팝은 어느 정도 한을 풀었다. 2025년 K팝 역사상 가장 큰 성취이자 K팝 주권을 한국에서 세계로 넓힌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골든(Golden)’이 ‘올해의 노래’ 본상 부문 포함 총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이어 블랙핑크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가 ‘올해의 노래’ 포함 2개 부문에 지명되며 수상을 노린다. 또 다른 본상 부문 ‘신인상’에는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가 이름을 올렸다. K팝이 그래미 본상 부문에 후보로 오른 것은 역대 최초다. 입후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다. 수상 가능성이 커 보이진 않으나 K팝을 바라보는 국내외 시선을 환기하고 오늘날 K팝과 관련한 활발한 논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곧바로 방탄소년단(BTS)의 컴백도 확정됐다. 멤버 전원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BTS는 3월 20일 오후 1시, 14곡을 수록한 5번째 정규 앨범을 발표한다. 복귀를 기념하는 월드투어 역시 예고됐다. 3년 9개월간의 팀 활동 공백기간 멤버들이 솔로 활동을 하면서 ‘군백기’를 최소화하고자 했지만, 단체 활동의 파괴력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K팝의 성공이 아니라 BTS의 성공’이라는 분석처럼 많은 그룹이 BTS의 아성과 기록에 도전했지만, 그들의 성과를 넘기란 쉽지 않았다. 과거 자신들과 경쟁하며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BTS의 컴백이 어떤 결과와 함께할지 세간의 관심이 쏠린다.


'K팝 데몬 헌터스' 속 걸그룹 헌트릭스. 사진=넷플릭스
'K팝 데몬 헌터스' 속 걸그룹 헌트릭스. 사진=넷플릭스



이외에도 최고 유명인의 컴백이 눈에 들어온다. 지난해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인상적인 무대를 선보인 엑소가 정규 8집 ‘리버스(REVERXE)’로 돌아온다. 지난해 음악과 라이브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지드래곤은 태양, 대성과 함께 3인조 빅뱅을 꾸려 4월 세계적인 음악축제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에 출연한다. 2000년~2010년대를 지배했던 인기 그룹들의 귀환으로 2025년 내내 K팝을 괴롭힌 실물 음반 판매량 저하와 슈퍼스타 부재 문제도 일시적으로 해소될 전망이다.

K팝의 2026년은 이 같은 강력한 노스탤지어와 변화 가능성 가운데 미래를 끌어나갈 수 있는 신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해가 될 것이다. K팝에 쏟아지는 지속 가능성의 우려 때문이다. 지난해 연말 미국 ‘뉴욕타임스’와 영국 ‘가디언’ 등 서구 주류 매체가 동시다발적으로 K팝을 작동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하며 산업으로서 K팝과 예술로서 K팝의 분열을 지적했다. 인지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국내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K팝의 구조적 결함과 모순 역시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게 됐다. 

마무리되지 않은 ‘뉴진스’ 분쟁은 K팝이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하이브 계열사 어도어가 전속계약 유효 확인소송 1심에서 승소했으나 현재 복귀를 확정한 멤버는 3명으로 다니엘에게는 전속계약 해지 통보 사실을 알렸다. 이미 5인조 뉴진스 활동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뉴진스라는 완전체 활동을 지원한다고 해도 과거만큼의 파급력을 만들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직 전속계약 분쟁을 포함한 손해배상 소송 및 수많은 법정 다툼과 선고가 남아 있다.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다만 뉴진스가 왜 서구 사회에서 ‘산업’과 ‘예술’ 가운데 ‘예술’을 상징하는 그룹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그들이 실제로 K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지 곱씹어 보고 이 분쟁을 통해 K팝의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지, 그럴 수 없다면 왜 그런지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대형 기획사 외부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K팝 실험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난해 독특한 음악세계로 화제를 모은 트와이스의 채영과 자립·자족한 우주소녀 다영 등 그룹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솔로 멤버들이 자아를 음악에 투영하는 과정이나 하이퍼팝을 적극 채택해 창작의 폭을 넓히는 이브 등의 사례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같은 해외 K팝 창작이나 현지화 그룹, 버추얼 아이돌 역시 K팝의 기초 공식을 지키되 기성 문법을 따르지 않겠다는 개척 현상이다. 거대 팝스타의 팬덤 중심 소비에 대한 회의가 드문드문 등장하는 가운데 K팝도 예외가 아니다. 슈퍼스타의 컴백과 끝없는 숫자, 성과 가운데 과연 K팝은 어떻게 산업과 예술의 쌍두마차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일단 달린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필자 김도헌은 대중음악평론가다. 음악웹진 이즘(IZM) 에디터와 편집장을 역임했다. 한국대중음악상 심사위원이다. 음악채널 제너레이트(ZENERATE)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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