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 년 영웅의 헌신을 알기에…여보! 당신의 미래를 응원합니다
당신은 영웅입니다
평생 국가에 충성해온 원사·상사 예우…레드카펫 밟으며 가족과 행사장 입장
아빠 고생하셨어요
전역장·기념패 수여, 가족 감사장 전달도…소감 발표·축사에 참석자 눈시울
전우와 함께 합니다
감사·존중 의미 담아 행사 마련…후배에게 명예로운 복무 가치·자긍심 전달
세상 그 누구도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 없다. 군인도 마찬가지다. 30여 년 전 청운의 꿈을 안고 군문(軍門)에 들어선 청년들은 장교와 부사관을 막론하고 장년이 됐고, 어느덧 군 생활의 끝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국토방위 일선에서 쉼 없이 달려온 이들이 어떻게 군 생활을 마무리하는지는 우리 군이 구성원들을 대하는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육군부사관학교(부사교)가 원사·상사들이 군인의 길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매월 ‘원사 전역식’을 개최하는 것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감동과 눈물이 어우러진 2025년 마지막 원사 전역식 현장을 소개한다. 글=최한영/사진=이윤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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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문을 떠나는 마지막 길
‘영웅’. 지난달 31일 오전 부사교 강당에서 열린 2025년 12월 원사 전역식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이자, 행사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다. 부사교는 임관 후 평생을 국가와 국민에 충성해온 원사·상사들을 영웅으로 대하며 군을 떠나는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전역식을 앞두고 강당 안팎에는 행사 주인공들을 응원하는 플래카드와 배너가 설치돼 있었다.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영웅, 당신은 대한민국의 자랑입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행복의 새출발을 하는 전우여! 육군부사관학교에서 대한육군의 이름으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부사교 구성원들이 이날 행사를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를 글자로 한 땀 한 땀 새긴 듯했다.
일찌감치 행사장에 도착한 주인공들은 전국 각지에서 온 가족들과 기념촬영을 하며 군 생활의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전역자들을 축하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온 전우들까지 몰리며 바깥 추위가 무색한 훈훈함이 더해졌다. 김경중(소장) 학교장과 심광호 부사교 주임원사도 행사 시작 전 일찌감치 내려와 기념촬영에 동참했다.
강당 앞에서 이날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선현하 상사의 원사 명예 진급식이 끝나자 본격적인 전역식이 시작됐다. 강당 중앙통로에 설치된 레드카펫을 밟으며 원사·상사 전역자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오늘의 주인공이신 영웅들의 약력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자는 이병삼·박정남·김용재·문국태·선현하·김성우·박석균 원사와 김만철·박일웅 상사의 발자취를 하나하나 소개하기 시작했다. 길게는 35년, 짧아도 27년 동안 군을 지켰던 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이 거쳐온 부대, 해왔던 임무를 들으며 지난 세월을 회상하는 듯 보였다. 약력 소개가 끝날 때마다 그동안의 위국헌신에 감사하는 박수 소리가 행사장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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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부사관들에 최대한의 예우
전역자에게 전역장과 기념패를 수여할 때 옆에 선 배우자 또는 가족에게 김규하 육군참모총장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귀하는 전후방 각지에서 국가 방위의 중책을 완수한 이병삼 원사의 아내로서 한결같은 사랑과 지혜로움으로 가정의 행복을 지켜주셨기에 남편의 명예로운 전역일을 맞이하여 육군 전 장병의 마음을 담아 감사장을 드립니다. 육군참모총장.” 감사장 글귀에서 이 원사 아내 신연순 씨를 비롯한 군인가족들의 지난 세월이 녹록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군악대 축하공연 순서가 되자 참석자들이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30여 년 대한민국과 군을 위해 쉬지 않고 달려온 영웅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그룹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가족의 헌신과 사랑을 되새기며 준비한 임영웅의 ‘이젠 나만 믿어요’가 흘러나오자 장내는 이내 숙연해졌다. 한 전역자는 지난 시절이 머릿속을 스치는 듯 노래를 들으며 고개를 들고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애써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도 보였다. 전역자 뒤에 앉은 한 아내는 흐르는 눈물을 계속 주체하지 못했다.
윤가훈(대위·신부) 군종장교도 이들의 새출발을 응원하는 의미로 김광석의 ‘일어나’를 열창한 후 앞날을 축복하는 진심 어린 기도를 했다. “겸손한 마음으로 순례를 떠나는 이들을 위해 낮에는 구원의 그늘이 되어주시고 밤에는 은총의 불빛을 밝혀주시어 이들과 함께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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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급 높고 낮음 없이 전역자에게 경례
전역자의 소감, 가족의 축사에서는 짧은 시간에 요약하기 힘든 30여 년의 사연들이 굽이쳤다. 임무로 인해 며칠 동안 집에 들어오지 못했던, 몇 년을 떨어져 살아야 했던, 필요한 순간에 곁에 있지 못했던 기억을 회상하는 전역자와 가족의 발표가 눈물로 끊길 때마다 모두가 박수로 위로했다. 아내가 남편에게 건넨 “수고 많았어요”, 눈물범벅이 된 딸이 아버지를 바라보며 남긴 “진심으로 존경하고 사랑합니다”라는 말은 모두의 마음을 움직이는 듯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를 안아줬고 발언 기회를 얻은 장모님과 아버지도 마이크를 잡고 자랑스러운 사위, 아들의 앞날을 축복했다.
행사 마지막, 참석자들은 전역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담은 경례를 했다. 김 학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경례 후 전역자들이 손을 먼저 내릴 때까지 부동자세를 유지했다. 계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행사 주인공인 전역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를 다한다는 의미였다. 전역자들의 앞날에 빛나는 내일이 펼쳐지기를 참석자 모두가 기원했다.
부사교 매달 원사 전역식 정례화
부사교가 지난해 5월 시작한 ‘원사 전역식’은 30여 년 군 복무를 한 원사와 상사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매달 열리고 있다. 원사·상사 전역식은 통상 해당 부대에서 열리지만, 부사교는 평생을 군에 몸 바친 이들의 노고를 기리고 존중하는 의미에서 별도로 전역식을 마련하고 있다.
전역식이 원사와 상사들이 군 생활을 시작한 장소인 부사교에서 열리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자신의 군 생활을 기념하고 마지막으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역자를 존중하는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전역한 후에도 군에 대한 지속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는 효과도 기대된다. 복무 중인 후배 부사관들에게는 명예로운 복무의 가치와 자긍심을 전달하는 장이 되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부사교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전역식을 끝으로 35년 군 생활을 마감한 이병삼 원사는 “귀한 자리를 마련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하다”며 “부사교와 군 전투력 발휘의 중추인 부사관들을 늘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33년 군 생활을 마친 박정남 원사도 “‘국군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토방위의 신성한 의무를 수행한다’는 헌법 제5조 제2항이 와닿은 하루였다”며 “전역식이 앞으로 새로운 인생을 성실히 살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듯하다”고 강조했다.
부사교는 2026년에도 원사 전역식을 매달 정례화해 부사관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이는 문화를 조성하는 토대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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