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과 AI, 전장의 공식이 바뀐다
2025 드론 전쟁 리포트: 기술 우위만으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
올해 드론에 의한 민간인 사상자 최다
레이저 등 지향성 에너지 무기 본격화
'군사 목표→경제 마비' 전쟁 양상 전환
내년 AI 자율 드론 전장 투입 늘어날 듯
유럽, 드론 방어체계 구축 가속화 전망
러·우 전쟁 교훈 삼아 대비태세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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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우크라이나 전선은 전쟁의 새로운 현실을 보여줬다. 이곳에선 전투원과 장비의 손실 70~80%가 드론에 의해 발생하고 있다. 수백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 전차를 격파하고, 민간인 사상자의 주요 원인이 됐다. 올 한 해 드론 전쟁이 남긴 교훈을 정리하고 2026년을 전망해 본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한 달에만 8만9000개의 러시아 표적을 드론으로 타격했다고 주장한다. 극적인 사례는 6월 1일 ‘거미줄 작전’이다. 117대의 드론으로 러시아 5개 공군기지를 동시 타격해 전략폭격기 10~20대를 파괴했다는 주장이다. 드론당 비용은 2000달러에 불과했다. 역으로 러시아도 드론 공격을 강화했다. 7월 한 달 동안 6443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9월 6~7일엔 단일 공격으로 최대인 810대의 드론과 13발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은 지난 1월 드론이 모든 무기 가운데 가장 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발생시켰다고 발표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2년 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드론 공격으로 395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2635명이 다쳤다. 특히 우크라이나 헤르손 지역에서는 민간인 사망자의 70%가 드론 공격에 의한 것이었다. 드론은 전선 인근 지역에서 민간 차량, 버스, 보행자를 표적으로 삼았다. 1월 6일 헤르손에서는 퇴근 시간대 시내버스에 드론이 폭발물을 투하해 2명이 사망하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공격이 가능한 것은 FPV(1인칭 시점) 드론의 특성 때문이다. 조종자는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표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군사 목표와 민간인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민간인이 표적이 되고 있다. 유엔은 이를 국제인도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본격 실전 배치되기 시작한 것도 올해 주목할 변화다. 이스라엘의 100㎾급 아이언빔은 9월 검증을 완료하고, 실전 배치될 예정이라고 한다. 교전당 비용은 5000원도 안 된다. 미국은 2022년부터 20㎾급 레이저를 중동에 배치했고, 2025년 9월 차량탑재형 시스템을 추가 인도받았다. 일본은 고출력 마이크로파(HPM) 개발에 800만 달러를 투입했다. 미국은 5월 필리핀에서 HPM 무기를 시험했다. 수백만 달러 미사일로 수만 달러 드론을 막는 비용 구조가 한계에 도달하면서 지향성 에너지 무기가 해법으로 부상한 것이다.
에너지 인프라가 주요 공격 표적이 된 것도 특징이다. 우크라이나는 10월까지 드론으로 러시아 정유 능력의 40%를 중단시켰다고 주장했다. 11월에는 14회의 정유시설 공격으로 월간 최다 기록을 세웠다. 러시아도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를 집중 타격해 전력 생산 능력을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드론은 전선뿐 아니라 후방의 기반시설까지 파괴한다. 이는 전쟁 양상이 군사 목표에서 경제 마비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원자력발전소를 비롯한 각종 발전소, 송전망 같은 국가 핵심 인프라에 대한 드론 방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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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드론 기술에서 우위를 보인다고 알려진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는 밀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러시아는 월평균 435㎢를 점령하며 꾸준히 전진했다. 왜 그럴까?
첫째는 물량의 차이다. 러시아는 연 300만~400만 대의 드론 생산을 목표로 한다. 우크라이나는 2025년 450만 대 생산 목표를 세웠지만 러시아의 방대한 산업 기반을 따라잡기 어렵다. 드론 전쟁도 결국 총력전이다.
둘째는 인력 부족이다. 드론이 아무리 효과적이어도 영토는 보병이 점령한다.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방어선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러시아는 2025년 16만 명을 추가 징집하며 손실을 보충했다.
셋째는 방어 우위의 한계다. 우크라이나의 방어진지가 광범위하게 구축돼 있지만 러시아는 활공폭탄과 대규모 포격으로 진지를 무력화한 뒤 보병을 투입하고 있다. 드론만으로는 화력과 기동력을 대체할 수 없다.
결국 드론 기술의 우위가 전쟁 승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쟁은 기술·인력·경제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총력전이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북한의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첨단 기술 확보와 함께 대량 생산 능력, 방어 인프라, 그리고 지속 가능한 작전 수행 능력을 동시에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26년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첫째, 인공지능(AI) 자율 드론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것이다. 거미줄 작전에서 일부 드론은 통신 두절 시 AI로 자율비행하며 표적을 타격했다고 알려졌다. 드론의 천적인 전파방해, 즉 재밍이 무력화되면서 방어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2026년 AI 단말 유도로 FPV 드론의 임무 성공률이 15%에서 60%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두 번째로는 지향성 에너지 기반 방어가 확산할 것이다. 미국, 영국, 독일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요국이 2026~2027년 지향성 에너지 시스템 전력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영국의 드래곤 파이어는 2027년 배치 예정이며, 미 육군의 E-HEL은 기동부대 보호용으로 개발 중이다.
마지막으로 유럽이 드론 대응체계 구축에 집중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8000억 유로 규모 방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상당 부분이 드론과 드론 대응 시스템에 투입될 전망이다. 독일, 프랑스, 폴란드 등 주요국은 이미 수십억 유로를 드론 방어체계에 투입하기 시작했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시스템 배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것은 저비용 드론이 고가 무기체계를 무력화하고, 에너지 인프라를 마비시키며, 민간인 공포를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도 이런 양상을 주목하고 있을 것이다. 북한은 이미 자폭 드론 생산 능력을 보유했고, 중국에서 상용 부품을 손쉽게 조달할 수 있다. 벌떼와 같이 돌입하는 군집 드론 공격에도 관심이 있을 것이다. 소량의 폭발물을 탑재한 수백 대의 드론이 동시에 투입되면서 일으키는 사회적 공황 때문이다.
올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장은 드론 전쟁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줬다. 기술 우위만으로 승리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기술 열세는 바로 전장 주도권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교훈이다. 새해에는 이 경험을 우리의 안보 대비로 전환해야 한다. 레이저·HPM·재밍·요격드론을 결합한 다층 방어체계를 구축해 공항·에너지 시설 등 국가 중요시설에 드론 방어망 완비, AI 자율비행과 집단 운용이 가능한 공격·방어 드론 체계의 실전 검증이 그것이다. 2026년은 이러한 안보태세를 ‘계획’이 아니라 ‘현장에 작동하는 체계’로 완성해야 한다.
다음 회에서는 드론 전쟁의 또 다른 축인 전자전, 즉 보이지 않는 전파로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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