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병영의창

태평양 바닷속에서 피어난 7일간의 찬란한 동행

입력 2025. 12. 24   16:32
업데이트 2025. 12. 2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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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함은 지난 11월 중순부터 한 달여간 괌 근해에서 실시된 한미 연합대잠전 훈련 ‘사일런트 샤크(Silent Shark)’에 참가했다. 국내에서 설계·건조한 도산안창호급 잠수함 최초로 해외 연합훈련에 참가한 만큼 한미 연합 대잠작전 능력 강화는 물론 장거리 원양 항해 능력 배양, 고수온 열대 바다에서의 작전 운용성 입증이라는 여러 성과를 얻었다.

미 해군과의 2차 해상훈련을 앞두고 훈련을 준비하던 안무함에 벽안의 사내가 찾아왔다. 승조원들의 환영을 받으며 안무함 패치를 부착하던 그의 눈에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캐나다 해군 잠수함부대 주임원사 에티엔 랑글루아와의 동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훈련의 클라이맥스인 통합대잠전 훈련에 캐나다 해군이 함께한다는 소식에 음탐관 근무자로서 캐나다 빅토리아급 잠수함 승조원 경력을 가진 27년 차 음탐 군사특기 베테랑 부사관과의 동행은 많은 고민을 하게 했다.

처음엔 언어장벽이 우리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같은 공간에서 동고동락하다 보니 장벽은 금방 허물어졌다. 열정적으로 질문하며 친절하게 다가오는 이 캐나다 군인은 이미 안무함의 ‘승조원’이 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항해당직을 같이하고, 함 과업에도 참여하며 도산안창호급 잠수함과 관련해 이해도를 높여 나갔다. 또한 다년간의 잠수함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함의 구조적 특성과 무장·추진체계를 빠르게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점이 우수한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승조원들과 토의했다. 무장적재 플랫폼에 관해 질문하자 우리 무장 부사관이 전문적인 답변을 내놨고, 연료전지 운용을 통한 작전 이점을 설명할 때는 전기 부사관이 기능적 설명을 거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일주일간 근무환경과 생활을 공유하고 한마음으로 소통하면서 똑같이 대양을 누비는 잠수함승조원으로서 동질감을 느꼈다.

캐나다의 빅토리아급 잠수함에서 축적한 그의 깊은 지식과 경험 역시 안무함 승조원들에게 큰 자양분이 됐다. 양국 해군 잠수함의 차이를 이해하고 서로의 장점을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해 본 시간은 어디에서도 누려 볼 수 없었던 귀중한 학습이었으며, 미 해군과의 훈련에 캐나다 해군의 지식과 경험이 더해져 색다른 조화를 만들고 있었다.

2차 해상훈련을 마치고 괌 아프라항에 홋줄을 매었지만, 이것이 동행의 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7일간의 짧은 동행이었지만 안무함에서 함께한 시간은 양국의 군사적 협력과 우호 증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6·25전쟁부터 이어진 대한민국과 캐나다의 70여 년 우정은 머지않아 태평양의 드넓고 깊은 바다에서도 거대한 물결이 되고, 괌의 태양만큼이나 빛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박수민 대위 해군잠수함사령부 안무함
박수민 대위 해군잠수함사령부 안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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