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 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일은 각별하다. 지난 1년간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며 새해를 향한 다짐을 품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31일 서울 기준 일몰시각은 오후 5시23분경. 서해안은 이보다 10여 분 늦은 5시30분대까지 석양을 볼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낙조 명소 9곳을 소개한다. 12월 말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닷바람이 매섭다. 핫팩과 방한용품을 넉넉히 챙기고 일몰 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 자리 잡는 것이 좋겠다.
당진 왜목마을
# 충남 당진 왜목마을?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손꼽히는 장소다. 서해에서 북쪽으로 돌출된 반도 지형 덕분에, 해안이 동쪽을 향한 지형적 특징 덕분에 아침엔 떠오르는 태양을, 저녁에는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왜목마을 끝자락의 석문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인상적이지만, 마을 어귀에 펼쳐진 평야에서도 이색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매년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해넘이·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조용히 산책하고 싶다면 이 날짜만큼은 피할 것.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조용한 산책은 어렵다. 만약 축제를 즐기려면 오후 3시 이전에 도착해 명당을 선점하는 게 좋다.
보령 충청수영성
# 충남 보령 충청수영성?역사가 품은 낙조
충청수영성은 조선시대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천수만과 주변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천혜의 해성(海城)이다. 국가유산 사적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역사 탐방과 석양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성곽 위 영보정에 오르면 오천항과 천수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붉은 잔광이 고즈넉한 석성 위로 내려앉는 광경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근의 대천해수욕장 노을광장이나 무창포해수욕장 닭벼슬섬도 낙조 명소로 이름 높으니 여유가 된다면 함께 둘러보는 건 어떨까.
화성 전곡항
# 경기 화성 전곡항?이국적인 마리나의 석양
전곡항은 200여 척의 요트와 보트가 정박한 마리나 시설로 유명하다. 하얀 돛대 사이로 물드는 석양은 마치 유럽의 항구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2.12㎞ 길이의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해넘이도 인기다. 탄도방조제를 건너 제부도와 누에섬까지 둘러보며 서해안의 다채로운 경관을 카메라에 담아 보길 권한다.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 가까운 곳에 자리한 궁평항 어시장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강릉 경포호
# 강원 강릉 경포호?관동팔경의 고요한 저녁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예부터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해돋이 명소로 더 명성이 자자하나 경포호 수면 위로 번지는 저녁 잔광도 각별한 정취가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경포해수욕장과 4㎞에 이르는 송림 산책로를 거닐며 한 해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안목커피거리에서 따스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바다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천 실안 낙조
# 경남 사천 무지갯빛해안도로?알록달록한 해안의 낙조
사천만을 따라 이어지는 3㎞ 무지갯빛해안도로에는 7가지 무지개 빛깔 방호벽이 길게 이어져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색채 위로 붉은 석양이 내려앉는 광경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실안 낙조는 사천팔경 중 하나이자 전국 9대 일몰지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대포항의 ‘그리움이 물들면’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해넘이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통영 달아공원
# 경남 통영 달아공원?통영 최고의 석양 스폿
23㎞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자리한 달아공원은 통영에서 손꼽히는 낙조 명소다. ‘달아’라는 이름은 지형이 코끼리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붙여졌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해가 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오는 30일 새로운 전망대가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새롭게 태어난 달아전망대에서 사량도, 욕지도를 배경으로 물드는 하늘을 감상해 보자. 동백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걷는 운치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금오름
# 제주 금오름?분화구에서 맞이하는 석양
서부에 위치한 금오름은 15~20분가량의 가벼운 등산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정상 분화구에 오르면 제주 서부의 광활한 들판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일몰 30분 전 도착해 골든아워의 황금빛을 충분히 즐기길 권한다. 주차장이 협소하니 여유 있게 출발하고, 하산 시에는 랜턴을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
영광 풍력발전단지
#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아름다운 길 100선
16.8㎞에 달하는 백수해안도로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드라이브 명소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전망 포인트에 자리 잡고 노을을 감상해 보자. 3.5㎞ 해안 노을길을 따라 걸으며 노을전망대 스카이워크에 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수평선 위로 번지는 주황빛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백수해안도로 남단은 영광 풍력발전단지로 이어진다. 영화 ‘독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곳은 의외로 노을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드넓은 평야에 셀 수 없이 많은 풍력발전기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 전북 부안 채석강?7000만 년 절벽 위의 낙조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채석강은 약 7000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지질 명소다. 책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해식절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간조 때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그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굴 안에서 밖을 향해 실루엣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올해 마지막 날은 일몰과 간조시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해식동굴 안에서 낙조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해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조석예보’에서 간조시각을 확인할 것.
한 해의 끝, 석양과 함께
2025년의 마지막 해넘이를 어디서 맞이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서해안의 붉은 석양 아래 한 해를 돌아봐도 좋고, 제주 오름에서 새해를 향한 다짐을 품어도 좋다. 어디서든 낙조는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고,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라고. 올해의 마지막 해넘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보자. 사진=필자 제공
한 해의 마지막 날,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태양을 바라보는 일은 각별하다. 지난 1년간 함께한 시간을 되새기며 새해를 향한 다짐을 품게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2025년 12월 31일 서울 기준 일몰시각은 오후 5시23분경. 서해안은 이보다 10여 분 늦은 5시30분대까지 석양을 볼 수 있다. 전국 곳곳에 숨어 있는 낙조 명소 9곳을 소개한다. 12월 말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고 바닷바람이 매섭다. 핫팩과 방한용품을 넉넉히 챙기고 일몰 30분 전에는 현장에 도착해 자리 잡는 것이 좋겠다.
당진 왜목마을
# 충남 당진 왜목마을?일출과 일몰을 한곳에서
서해안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손꼽히는 장소다. 서해에서 북쪽으로 돌출된 반도 지형 덕분에, 해안이 동쪽을 향한 지형적 특징 덕분에 아침엔 떠오르는 태양을, 저녁에는 지는 해를 감상할 수 있다. 왜목마을 끝자락의 석문각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인상적이지만, 마을 어귀에 펼쳐진 평야에서도 이색적인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매년 12월 31일부터 1월 1일까지 해넘이·해맞이 축제가 열린다. 조용히 산책하고 싶다면 이 날짜만큼은 피할 것.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 조용한 산책은 어렵다. 만약 축제를 즐기려면 오후 3시 이전에 도착해 명당을 선점하는 게 좋다.
보령 충청수영성
# 충남 보령 충청수영성?역사가 품은 낙조
충청수영성은 조선시대 수군절도사영이 있던 곳이다. 천수만과 주변의 자연환경이 만들어 낸 천혜의 해성(海城)이다. 국가유산 사적으로 지정된 이곳에서는 역사 탐방과 석양 감상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성곽 위 영보정에 오르면 오천항과 천수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붉은 잔광이 고즈넉한 석성 위로 내려앉는 광경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인근의 대천해수욕장 노을광장이나 무창포해수욕장 닭벼슬섬도 낙조 명소로 이름 높으니 여유가 된다면 함께 둘러보는 건 어떨까.
화성 전곡항
# 경기 화성 전곡항?이국적인 마리나의 석양
전곡항은 200여 척의 요트와 보트가 정박한 마리나 시설로 유명하다. 하얀 돛대 사이로 물드는 석양은 마치 유럽의 항구에 온 듯한 이국적인 정취를 풍긴다. 2.12㎞ 길이의 제부도 해상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해넘이도 인기다. 탄도방조제를 건너 제부도와 누에섬까지 둘러보며 서해안의 다채로운 경관을 카메라에 담아 보길 권한다.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 가까운 곳에 자리한 궁평항 어시장에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강릉 경포호
# 강원 강릉 경포호?관동팔경의 고요한 저녁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예부터 ‘다섯 개의 달이 뜬다’는 전설로 유명하다. 해돋이 명소로 더 명성이 자자하나 경포호 수면 위로 번지는 저녁 잔광도 각별한 정취가 있다. 강릉을 대표하는 경포해수욕장과 4㎞에 이르는 송림 산책로를 거닐며 한 해의 마지막을 차분하게 마무리해 보는 건 어떨까. 안목커피거리에서 따스한 커피 한 잔을 곁들이며 바다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사천 실안 낙조
# 경남 사천 무지갯빛해안도로?알록달록한 해안의 낙조
사천만을 따라 이어지는 3㎞ 무지갯빛해안도로에는 7가지 무지개 빛깔 방호벽이 길게 이어져 눈길을 끈다. 알록달록한 색채 위로 붉은 석양이 내려앉는 광경은 동화 속 한 장면 같다. 실안 낙조는 사천팔경 중 하나이자 전국 9대 일몰지로 꼽힐 만큼 아름답다. 대포항의 ‘그리움이 물들면’ 조형물 앞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거나 사천바다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해넘이로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통영 달아공원
# 경남 통영 달아공원?통영 최고의 석양 스폿
23㎞ 산양일주도로 중간에 자리한 달아공원은 통영에서 손꼽히는 낙조 명소다. ‘달아’라는 이름은 지형이 코끼리의 어금니를 닮았다고 붙여졌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크고 작은 섬들 사이로 해가 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오는 30일 새로운 전망대가 방문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새롭게 태어난 달아전망대에서 사량도, 욕지도를 배경으로 물드는 하늘을 감상해 보자. 동백나무 가로수길을 따라 걷는 운치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 금오름
# 제주 금오름?분화구에서 맞이하는 석양
서부에 위치한 금오름은 15~20분가량의 가벼운 등산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는 곳이다. 정상 분화구에 오르면 제주 서부의 광활한 들판과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일몰 30분 전 도착해 골든아워의 황금빛을 충분히 즐기길 권한다. 주차장이 협소하니 여유 있게 출발하고, 하산 시에는 랜턴을 준비하는 게 안전하다.
영광 풍력발전단지
# 전남 영광 백수해안도로?아름다운 길 100선
16.8㎞에 달하는 백수해안도로는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드라이브 명소다.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다가 마음에 드는 전망 포인트에 자리 잡고 노을을 감상해 보자. 3.5㎞ 해안 노을길을 따라 걸으며 노을전망대 스카이워크에 올라 보는 것은 어떨까. 수평선 위로 번지는 주황빛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진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백수해안도로 남단은 영광 풍력발전단지로 이어진다. 영화 ‘독전’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이곳은 의외로 노을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드넓은 평야에 셀 수 없이 많은 풍력발전기가 이색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 전북 부안 채석강?7000만 년 절벽 위의 낙조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채석강은 약 7000만 년의 시간이 빚어낸 지질 명소다. 책을 겹겹이 쌓아 놓은 듯한 해식절벽은 보는 것만으로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간조 때 해식동굴에서 바라보는 낙조는 그 아름다움을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동굴 안에서 밖을 향해 실루엣 사진을 찍으면 인생샷을 건질 수 있으니 참고하자. 올해 마지막 날은 일몰과 간조시각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해식동굴 안에서 낙조를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은 해다. 이곳을 방문하기 전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운영하는 ‘스마트 조석예보’에서 간조시각을 확인할 것.
한 해의 끝, 석양과 함께
2025년의 마지막 해넘이를 어디서 맞이할지는 각자의 선택이다. 서해안의 붉은 석양 아래 한 해를 돌아봐도 좋고, 제주 오름에서 새해를 향한 다짐을 품어도 좋다. 어디서든 낙조는 우리에게 같은 이야기를 건넨다. 지나간 시간에 감사하고, 다가올 내일을 기대하라고. 올해의 마지막 해넘이, 소중한 사람과 함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보자. 사진=필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