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업무경감 6대 핵심 과제 세부 내용
반복·중복·형식 위주 업무에서 탈피
‘해야 할 일’ ‘집중할 일’ 명확하게 구분
대대급 58% “비정형 업무 경감 필요”
구조적 문제로 진단하고 방식 단순화
정보체계 개선 등 방식 변화도 추진
국방이음·RPA, 시간 절반 단축 증명
업무가 줄어드는 것은 단순한 편의 개선이 아니다. 육군은 불필요한 행정 부담을 덜어내는 과정을 통해 장병들이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고 임무에 몰입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력’을 강화하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전투력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기반이다. 글=박상원/사진=조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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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이 추진 중인 업무경감 정책은 문서 작업이나 행정 절차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장병들이 ‘해야 할 일’과 ‘집중해야 할 일’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도록 복무 환경 전반을 정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동안 ‘창끝 부대’에서는 반복적인 보고와 중복 입력, 형식 중심 점검 등으로 전투준비와 교육훈련에 투입돼야 할 시간·에너지가 분산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육군은 이러한 구조가 장병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고 판단하고, 업무경감을 통해 복무 공간 전반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통제감을 회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육군이 말하는 ‘공간력’은 물리적 시설 개선을 넘어, 불필요한 업무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인식과 본연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행정 부담이 줄어들수록 장병들은 훈련과 작전에 더욱 많은 시간을 투입할 수 있고, 이는 지휘 신뢰와 전투 효율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대대급 이하 부대에서는 개인생활기록부 작성, 각종 일일·주간 결산, 형식 중심 보고가 누적되며 간부와 장병의 업무 부담을 가중해 왔다. 육군은 이를 ‘업무량’의 문제가 아닌 ‘구조’의 문제로 진단하고, 과업 자체를 줄이고 수행 방식을 단순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했다.
대표적인 변화는 부대운영과업 축소다. 육군은 내년부터 ‘부대운영과업 양적감소 시행지시’에 따라 중복되거나 형식 중심의 과업을 정비·통합해 실질적인 행정 부담을 줄인다. 이는 올해 대대급 부대 업무경감 시범 적용 결과, 응답자의 58.1%가 업무경감이 필요한 분야로 ‘비정형 업무’를 지적한 점을 반영한 조치다. 비정형 업무는 부대운영 과정에서 지휘관에 의해 수시로 부여되는 업무를 의미한다. 육군은 이러한 업무 감소를 위해 육군 차원의 제도 개선과 함께, 장성급 사·여단 차원의 지휘관 주도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기존 114개에 달하던 부대운영과업을 88개로 축소하고, 유사·중복 과업은 통합했다. 분기·월간 단위로 묶을 수 있는 업무는 통합 시행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행정 소요를 낮춘다. 이는 단순한 숫자 조정이 아니라, 지휘관과 간부가 하루 일과를 설계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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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방식의 변화도 함께 추진된다. 육군은 협업도구(국방이음)와 업무자동화도구(RPA·Robot Process Automation)를 활용해 반복 입력과 수기 업무를 줄이고 있다. RPA는 사람이 컴퓨터에서 수행하던 반복 업무를 소프트웨어로 자동 처리하는 기술로, 출타자 현황 관리나 물자 정산 등 단순 반복업무를 자동화하는 데 활용된다. 현재 육군은 자동화체계 홈페이지를 구축하고 9사단 등 4개 부대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시범 적용 결과, 일부 부대에서는 업무 소요 시간이 절반 이상 단축됐고 간부들이 훈련 준비와 장병 지도에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와 함께 법정교육과 시설·장비 관리처럼 전문성과 반복성이 높은 업무는 민간자원을 적극 활용한다. 이는 업무를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군이 반드시 수행해야 할 임무와 그렇지 않은 업무를 구분하겠다는 방향성이다. 육군은 이를 통해 지휘관과 간부가 관리자가 아닌 전투지휘자로서의 역할을 회복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육군 관계자는 “업무가 정리되면 단순히 시간이 남는 것이 아니라 판단과 결심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이는 전투준비태세 유지에 중요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육군은 앞으로도 업무경감 정책의 효과를 현장에서 지속 점검하며, 장병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중심으로 ‘심리적 공간력’을 확장해 나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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