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2025년 해군순항훈련전단’ 실습·훈련 현장에 가다
갑판 아래…의지와 노력 그리고 열정
갑판 위 105일…대장정 원동력이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려면 그 아이의 가정 하나만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지난 18일 대장정을 마치고 귀국한 2025 해군순항훈련전단도 그러했다. 해군 정예 장교 양성을 위해 전단, 한산도함, 실습대의 세 파트를 구성하고 협력·조율해 계획 이상의 값진 성과를 이뤄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함으로써 순항훈련을 빛낸 이들의 소감과 감상을 담아본다. 이주형 기자/사진=해군 제공
전단 사람들 … 군사외교와 보훈 등 전체 계획 수립과 조율
인사참모 임현식 중령
임현식 중령은 순항훈련전단에서 가장 바쁜 참모 중의 하나다. ‘인사는 만사다’라는 말처럼 일정에 대한 계획과 실행, 애로사항 해결과 안전, 기강 유지 등 전반적인 업무를 맡고 있어서다. 그런 그에게 이번 순항훈련은 역대 어느 때보다 목표한 바를 많이 이룬 여정이었다. 특히 부대 안전 관리에서는 목표의 120%를 달성했다. 국외에서 사건 사고가 발생하면 그동안의 노력이 희석된다. 그래서 신변안전에 유의하면서 사건 사고 예방에 노력을 기울였고 장병과 승조원들이 모두 흔쾌히 동참해 순항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금도 기억나는 것은 특히 베트남에서 최영삼 대사가 했던 말이다. 최 대사는 당시 동석한 자리에서 “순항훈련전단이 대사관에서 몇 년 치 해야 할 일을 단기간에 해줘서 너무 고맙고 든든하다”며 “총알이 두둑한 느낌”이라고 표현했다. 가장 보람찬 순간이었다. 아울러 생도들은 졸업하기까지 남은 기간을 잘 정리하고, 오래도록 순항의 기억을 가슴속에 간직하면서 군 생활을 잘하기를 바란다.
통역관 신예솔 대위
이번 순항훈련 방문국 중 하나인 뉴질랜드의 국조 ‘키위’를 닮았다고 해서 ‘키위솔’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신예솔 대위는 순항훈련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청해부대에서도 파견 근무한 적이 있는 숨은 실력자. 어학병 3명과 함께 통역 임무를 담당했다. 특히 잠수함사령부에서 대위(진)로 근무할 당시 만났던 미 7잠수함 전단장을 뜻밖에 하와이 초청 리셉션에서 만났는데 인연이 이렇게 이어질 수 있다는 데 놀랐다. 또 하와이 인도·태평양사령부를 예방했는데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형식으로 진행되고, 또 브리핑을 준비한 해병대 측에서 우리는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일한다며 생각 이상으로 길게 당황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고. 통역관이라는 위치가 말을 전달하는 자리다 보니 말의 무게가 크다며 원활하게 소통이 잘됐다는 칭찬을 들을 때 보람을 느꼈다는 게 신 대위의 소감. 그는 순항훈련은 내 자신을 돌아보며 어느 것이 부족한지, 어떤 것을 잘하는지, 어떻게 하면 통역을 좀 더 잘할 수 있는지 알게 해주고, 또 한번 성장할 수 있게 한 기회라고 덧붙였다.
군악대 악기예산 담당 구승훈 중사
구승훈 중사는 국악 6명. 서양악기(전자악기 및 관악기) 16명 등 22명으로 편성된 군악대의 살림꾼. 특히 순항훈련에서의 군악대는 대한민국의 문화외교사절단 임무를 띠고 있다. 그래서 공연 레퍼토리도 신중히 고른다. 방문하는 나라에서 좋아하는 음악이나 고유 민요, K팝을 선곡해 그 나라와 우리의 것들을 혼용해 공연한다. 이를 위해 매일 오전 8시30분에서 오후 4시30분까지 꾸준히 연습하고, 부족하다 싶으면 일과 후나 주말도 반납했다. 그 결과 함상음악회 2회, 리셉션 9번, 기항지 5회, 조곡 8회 등 24회에 걸친 공연을 성공리에 마무리했다. 조곡은 국립묘지 등에서 참배 및 헌화할 때 연주되는 음악 등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리셉션이나 연주를 끝내고 현지인들이 와서 고맙다고 인사하고 사진 찍자고 하는 등 호응해 줄 때 군악대원으로서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앞으로 이번 순항 경험을 토대로 좀 더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더 좋은 연주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이 구 중사의 포부이다.
한산도함 사람들…안전 항해·생도 실습 지원
전투정보관 홍영기 대위
전투정보관은 기본적인 작전업무를 보좌하고, 한산도함의 교육훈련을 집행하며, 생도들의 실습지원을 하는 자리. 국가별 항행정보를 수집하고, 그것이 다양한 외교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함장을 보좌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런 홍영기 대위에게도 이번 순항훈련의 의미는 컸다. 대양해군이라는 미래비전을 생각한다면 순항훈련은 그 초석자이자 해군이 외교적 역량을 가장 크게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됐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에 이어 연속으로 순항훈련에 참가하면서 생도들을 교육한 보람도 있지만 그 자신도 더 많은 경험을 획득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됐다. 물론 긴장된 순간도 있었다. 특히 말레이 반도와 수마트라섬 사이에 있는 말라카 해협 통과 시 레이다로 잡히지 않을 만큼 작은 어선들이 많아 눈으로 식별하면서 조함하느라 무척 고생했다고. 홍 대위는 실무에 나가서는 먼저 다가가는 것을 꺼릴 수 있지만 두려워하지 말고 자신감 있게 나아가 달라고 생도들에게 당부했다.
추기장(추진기관장) 홍진부 원사
추진기관이라고 하면 얼핏 낯설어 보인다. 하지만 알고 보면 간단하다. 선박, 항공기, 잠수함 등에서 물이나 공기를 뒤로 분사하거나 회전 운동으로 이동하게 하는 장치 또는 시스템이 바로 추진기관이다. 가장 기본적인 장치는 함정의 심장이랄 수 있는 엔진. 여기에 발전기와 타기, 그리고 에어컨·압축기 등 각종 보기류 장비까지 추진기관에 포함된다. 홍 원사는 함정의 가장 아래에서 이러한 기관을 다루며 무사히 항해가 진행될 수 있도록 뒷받침한 숨은 공로자다. 사실 그에게 이번 순항훈련은 부담이 컸다. 국내에서 고장이 생기면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순항은 한산도함 1척이 원양에서 단독임무를 수행해야 했고, 정해진 일정을 맞추다 보니 고장이 있으면 안 되고 생기더라도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수리해야만 했다. 그러나 그와 동료들의 철저한 점검과 예방은 사고 없는 안전한 귀국을 이끌었다. 다른 한편으로 순항은 국내라는 우물 안을 벗어나 견문을 넓히고 미국 등 선진국의 기술력과 시스템을 익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조리병 이수빈 병장
해군의 요리는 맛있고 특별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드넓은 바다에서 장기간 임무를 수행하는 함정에서는 극심한 체력 소모를 겪는다. 따라서 육상부대보다 많은 부식비를 지원받고 매끼 특식에 버금가는 음식이 제공되기 때문이다. 이 병장은 18명으로 구성된 조리팀의 일원으로서 순항훈련 참가자들의 건강을 위해 힘을 쏟았다. 조리병 출신답게 먹는 것을 통해 행복을 준다는 마음에서다. 더욱이 지금은 국가를 지키는 동료 전우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 조금 더 신경쓰는 부분이 많아졌다. 맛있다는 말보다는 잘 먹었다는 한마디에 보람을 느낀다는 이 병장의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은 리셉션. 그중에서도 6·25전쟁 참전용사를 대상으로 한 초청리셉션이다. 그들의 희생과 헌신을 생각하면 더욱 정성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 병장은 지난 21일부터 휴가에 들어갔다. 그리고 부대 복귀 없이 전역일에 바로 현지에서 전역한다. 무엇보다 해군에 들어올 때 이루고 싶은 목표였던 순항훈련을 다녀왔다는 데 크게 만족하고 있다.
실습대 사람들…정예 해군장교 교육과 양성
해병대 교관 김영환 소령
이번 순항훈련의 해병대 지원 생도는 21명이다. 해군사관학교 교육체계에서 해병대 교육은 1학년 때를 제외하고는 접할 기회가 드물다. 따라서 김영환 소령은 이들에게 해병대 장교로 임관하면 배워야 하는 독도법과 소부대 공격기술 등을 가르치기 위해 해병대사령부에서 실습대로 파견됐다. 육상 작전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와 진행 과정, 전반적인 작전과 용어도 함께 교육했다. 순항훈련 초기에 비해 지금의 생도들은 장교가 될 준비가 많이 돼 있다는 게 그의 생각. 지식적인 면보다는 태도나 생각 등의 측면에서다. 본인들이 타인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진취적으로 배워야 할 자세를 갖췄다는 것이다. 초창기에 품행이나 마음가짐에서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다면 현재는 휠씬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면서, 오히려 자신이 졸업할 당시보다 역량이 뛰어난 생도들이 많아졌다고 후한 평가를 내렸다.
해군 교관 오석준 준위
순항훈련 중 생도들이 가장 어려워한 과목이 전술기동이었다. 계속 달라지는 좌표에 따라 항로를 변경해야 하는 데다 기동절차와 기동방법, 상황 변수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준석 준위는 이 과목의 베테랑. 육상에서 교육하면 함정이 어떻게 기동하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순항훈련은 함정이 기동하는 것을 직접 보고 위치를 측정하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특히 생도들이 처음에는 두려움을 느꼈다가 차츰 교육이 진행되면서 눈빛이 초롱초롱해지고 성취감을 느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만약 또 다시 순항훈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더 많은 것을 더 쉽고 이해하기 좋게 가르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 오 준위의 소감이다. 그는 생도들이 105일간 짧지 않은 항해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을 텐데 처음의 시작이 순항이라는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태현 생도
대대장 생도를 맡고 있는 김태현 생도에게 순항훈련은 임관 전에 마치는 마지막 담금질이었다. 내무생활·단체생활, 거센 풍랑과 험한 날씨에도 계속 이어지는 수업과 당직, 점검 때마다 요구되는 엄격한 기준, 그 하나하나가 강철을 더욱 단단하고 강하게 만드는 두들김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아쉬움도 남았다. ‘그때 왜 더 열심히 하지 못했나?’ ‘더 적극적으로 물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심정에서다. 물론 즐거움도 있었다. 대부분의 나라가 처음이어서 그 나라의 색다른 풍물을 접할 수 있었고, 깊이 있는 군사 지식을 배우고, 힘든 환경 속에서 부대끼다 보니 동기들과 더욱 돈독해지는 성과도 있었다. 이제 순항훈련을 마친 그가 되고 싶은 것은 쓰임받는 장교다. 어느 직책을 가든 1인분을 감당함으로써 부대 임무 수행에 기여하고 조금이나마 플러스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 나아가 부하들보다 먼저 미래를 준비하고 대비하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장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의 그의 다짐이자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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