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남수단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따뜻한 크리스마스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비록 눈은 내리지 않지만 이국의 태양 아래에서도 연말의 온기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맞이하는 크리스마스는 낯설지만,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처음 남수단에 도착했을 때 느꼈던 낯선 두려움과 긴장감은 어느새 책임감과 자부심으로 바뀌었다. 남수단의 기후와 생활여건은 대한민국과 다르다. 그럼에도 우리의 임무는 멈출 수 없다. 부대원 한 명 한 명의 상황을 세심히 살피고 파병 생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나의 역할이다.
이곳에서의 다양한 경험은 나에게 큰 배움이 됐다. 보르병원과 현지 학교에 물품을 전달하는 공여식에서 영어 사회를 맡아 대한민국을 대표해 목소리를 전했다. 현지 주민, 유엔과 남수단 정부 관계자들 앞에서 우리 한빛부대의 정성과 지원의 의미를 설명하면서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받는 나라라는 사실”을 체감했다. 또한 한국어 교실에서 외국군과 현지 직원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고 교육하는 교관 활동을 통해 한국어를 배우려는 그들의 열정을 마주하며 큰 보람을 느꼈다.
이곳의 크리스마스는 화려한 장식도, 가족이 모인 식탁도 없지만 마음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이제는 한 가족같이 서로를 배려하며 헌신하고 각자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평생 전우들이 있기에 한빛부대는 어떠한 어려움 속에서도 굳건히 유엔 세계 평화유지활동의 숭고한 임무를 이어가고 있다. 전우들의 작은 배려와 헌신은 화려한 트리보다 더 따뜻하게 빛나고 나 역시 인사장교로서 더욱 철저히 임무를 수행해야겠다는 큰 다짐을 새겼다.
남수단에서 생활하며 깨달은 제일 중요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소중함이다. 깨끗한 물, 안전한 거리, 질서 있는 사회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생각보다 훨씬 큰 혜택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실감했다. 물론 가족과 동료,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은 늘 마음 한편에 자리한다. 그러나 그리움은 오히려 나를 지탱해주는 힘이 됐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그 마음이 나를 단단히 잡아줬고, 주어진 임무를 더욱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2025년의 끝자락에서 나는 한빛부대 20진이라는 대한민국 국가대표 군인으로서 성장했다. 트리 대신 동료들의 헌신이 빛이 되고, 캐럴 대신 서로를 향한 격려가 울려 퍼지는 이곳에서 우리는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서로에게 힘이 돼주고 있다. 오늘도 한빛부대의 이름처럼 이곳 남수단에 ‘세상에서 가장 환한 큰 빛’을 전하기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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