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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인간 중심 설계가 미래 전장 승패 갈라

입력 2025. 12. 22   15:19
업데이트 2025. 12. 22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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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 소령 공군사관학교 시스템공학과장
김성호 소령 공군사관학교 시스템공학과장

 


미래 전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급부상하고 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란 인공지능(AI) 기반 네트워크로 연결된 작전환경에서 유인 전투체계와 무인 전투체계를 통합 운용해 전투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체계다. 미국, 중국 등 군사 선진국들은 이를 미래 전력의 중심축으로 보고 정책적·기술적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공군 역시 『공군비전 2050』에서 초연결 기반 지능형 전 영역 통합 항공우주작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전략 중 하나로 AI 기반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명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공군은 선(先) 무인·후(後) 유인, 기능의 중복·분산, 혼합배치 개념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공중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특히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무인 전투체계의 실효성이 입증됨에 따라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군사적 활용방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의 장점만 본다면 장밋빛 미래를 가져다줄 것처럼 보인다. 유인 전투기보다 무인기가 작전지역에 먼저 투입돼 인간 조종사의 생존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저비용·대량생산이 가능한 무인기로 수적 우위를 확보해 작전 지속성을 보장할 수 있다. 다양한 위협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작전적 유연성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 관점에서 보면 상황은 훨씬 복잡해진다. 유인 플랫폼 조종사는 본인 기체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다수의 무인기를 통제해야 한다. 이는 ‘인지적 과부하(cognitive overload)’와 ‘임무 포화(task saturation)’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유·무인 플랫폼의 서로 다른 기동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는 과정에서 감각 충돌이 발생하고, 조종석 내 정보 증가가 ‘공간 감각상실(spatial disorientation)’을 유발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고성능 센서로 전장상황 인식은 향상될 수 있으나 비행상황 인식은 저하될 위험이 있다. 여기에 무인기의 통신 지연, 시스템 오류, 통제 불능 등 실제 전장에서 발생 가능한 예측 불가요소는 인간 조종사의 부담을 가중시킨다.

성공적인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구현하려면 기술의 고도화와 더불어 반드시 인간 중심적인 시스템 설계가 병행돼야 한다.

첫째, 시스템 성능 측면에서는 조종사가 시스템을 신뢰하도록 의사결정 근거의 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아울러 학습·검증·조정 과정에 인간이 직접 개입해 시스템 성능과 신뢰도를 높이는 ‘휴먼 인 더 루프(HITL·Human in the Loop)’ 구조가 안정적 운용의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둘째, 상호작용 방식 측면에선 조종사가 무인기를 통제하는 입력 방식(음성, 터치 등)과 시스템 출력 방식(시각, 청각 등)이 임무 특성과 조종사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최적화돼야 한다.

셋째, 인터페이스 설계 측면에서는 임무계획 및 할당, 무인기 상태 확인, 전투 피해 평가 등 핵심 정보를 직관적이고 효율적으로 인식·판단하도록 고도화된 인간·기계 인터페이스(HMI·Human-Machine Interface)가 요구된다.

유·무인 복합전투체계가 미래 전장을 지배할 핵심 전력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고의 무기체계는 기술적 혁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인간의 신체적·인지적 특성을 면밀히 반영해 기술이 인간을 압도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완벽하게 지원할 때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는 비로소 미래 전장의 승패를 결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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