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대까지 전장을 지배했던 것은 전차와 야포, 전투기였다. 거대한 철괴와 시커먼 포연이 전쟁의 승패를 갈랐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이젠 ‘빠르고 작고 보이지도 않는 것’이 전투의 근본부터 바꿔 놓고 전쟁이란 무대의 주인공으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바로 드론과 로봇, 인공지능(AI)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게 미국이 추진 중인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Replicator Initiative)’다. 이 개념은 기존 ‘고비용 소수의 첨단 무기보다 대량의 저비용 자율체계를 신속히 전개해 전력 우위를 확보하자’는 패러다임의 전환에서 출발했다. ‘한 대의 전투기보다 1000대의 드론이, 한 발의 정밀유도탄보다 수백 대의 자율비행체가 전장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를 우리 국방에 적용하면 ‘AI 중앙통제형 군집드론체계’로 발전시킬 수 있다. 사람이 개별적으로 운용하는 드론이 아니라 AI가 수천 대의 드론을 통합 운용해 적을 탐지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결심을 지원해 실행까지 이어 가는 개념을 말한다. AI는 지휘소, 즉 전장의 두뇌가 되고 드론은 전장에서 싸우는 전사이자 총·야포·전투기·미사일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손과 발, 무기가 된다.
이 체계의 장점은 명확하다. 첫째, 비용 대비 전력 효율의 극대화다. 드론 수백 기로 구성된 군집드론은 기존 고가 장비의 효과를 대체하거나 그 이상의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둘째, 지휘·통제의 속도 향상이다. AI 중앙통제는 인간 판단의 속도를 벗어나 관찰-판단-결심-행동(OODA) 루프를 순차적인 개념에서 ‘동시 개념’으로 발전시켰다. 셋째, 신속한 전력화와 비대칭전략의 확보다. 신속한 전력화는 적에게 대응시간을 주지 않아 전술적 우위를 빠르게 창출할 수 있다. 모듈화된 드론의 반복 운용을 통한 검증과 빠른 개선·개량으로 비대칭 우위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선 많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전장상황을 통합적으로 인식·통제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 개발, 영상 인식뿐만 아니라 다양한 센서정보와 전술 데이터를 실시간 융합해 판단할 고차원의 AI가 필요하다.
또한 방대한 통신을 처리할 통신 네트워크와 사이버보안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AI가 모든 드론을 제어하려면 통신 지연이 없어야 하며, 적의 재밍이나 스푸핑에 대응할 보안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페이로드의 모듈화, 전지의 소형화, 3D 프린터로 장비를 신속·대량생산하기 위한 재료공학의 발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끝으로 전투실험에 기반한 검증·개량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연구단계의 알고리즘과 통신기술을 실제 운용조건에서 검증하고 실효성을 확인한 뒤 전력화, 운용 매뉴얼, 보급체계까지 순차적으로 확립해야 한다.
결국 핵심은 민·군 협력이다. ‘리플리케이터’ 개념을 먼저 추진한 미국에서도 군과 민간 기술의 협업을 핵심적인 키(Key)로 보고 있다. 우리도 군사적 운용 개념에 발전된 민간 기술을 접목하도록 국방 획득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할 시기다.
지금은 한국형 리플리케이터를 실현할 여건이 마련됐다. 민간 AI 및 드론 기술과 고속 네트워크(5G/6G, 위성통신)를 기반으로 표준화된 모듈 방식의 드론을 대량생산할 기술도 성숙단계에 들어섰다. 전장은 힘의 크기가 아니라 지능과 속도의 경쟁이 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결단과 실행이다. ‘K리플리케이터 이니셔티브’ 그 첫걸음을 지금 시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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