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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커스 협정 지속 최대 현안…국내외 갈등요인 주목

입력 2025. 12. 19   15:42
업데이트 2025. 12. 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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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이슈 돋보기 - 2026년 인도·태평양 주요국의 안보정세 전망: 호주 

미 핵추진잠수함 5척 판매에 의구심
트럼프 2기 들어 협정 폐기 전망도

앨버니지 총리, 확고한 유지 의지 강조
영국과 새로운 50년 방위협정도 체결
美도 외교·국방장관회의서 지지 표명
노동당 내 반발 기류·중국과 관계 변수

리처드 말스(가운데)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장관,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오커스(AUKUS) 국방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리처드 말스(가운데)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피트 헤그세스(왼쪽) 미국 국방장관,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오커스(AUKUS) 국방장관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2025년의 분석과 평가

올해 5월 호주 연방의회 총선 결과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가 이끄는 집권 노동당이 하원 150석의 과반을 달성하면서 재집권했다. 노동당은 집권 이후 물가 급등 등의 이유로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지지율이 부진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압박에 따른 반(反)트럼프 정서가 확산하면서 지지율이 반등했다. 그 결과 2022년 총선을 통해 집권한 앨버니지 총리는 향후 3년간 호주를 다시 이끌게 되면서 존 하워드 전 총리에 이어 21년 만에 연임에 성공했다.

반면 공공 부문 대규모 감원,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배척, 진보적 가치 비판 등 트럼프 대통령과 유사한 정책을 표방한 자유당·국민당 연합은 선거에서 패배했다. 연합을 이끈 피터 더턴 자유당 대표 역시 자신의 지역구에서 노동당 후보에게 패배하면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렇게 당초 지지율에서 우세했던 보수 야당이 반트럼프 여론의 표적이 되면서 선거에서 패배한 결과는 캐나다 야당인 보수당이 패배하고 대표가 의원 당선에 실패한 것과 판박이로 지목됐다.

노동당 정부가 반트럼프 정서에 힘입어 재집권하면서 올 1월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귀추가 주목됐다. 특히 양국의 정상회담 성사 여부가 현안으로 부상했다. 양국 정상은 애초 6월 캐나다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대면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이유로 조기 귀국하면서 성사되지 못했다. 9월 유엔총회 기간 중 첫 회담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도 빗나갔다. 양국의 정상회담이 장기간 성사되지 못하면서 미국이 핵심 동맹국인 호주를 홀대하고 있다는 논란도 초래됐다.


‘한국·호주 연합훈련(해돌이·왈라비)’에 참가한 양국 해군 함정들이 지난달 7일 남해상에서 연합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한국·호주 연합훈련(해돌이·왈라비)’에 참가한 양국 해군 함정들이 지난달 7일 남해상에서 연합 해상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이런 논란에 따라 양국의 갈등적 현안도 주목받았다. 첫째, 호주의 국방비 증액 수준에 관한 이견이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5월 ‘아시아 안보회의’에서 진행된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의 회담에서 호주 국방예산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까지 증액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호주는 자체적 결정에 따라 국방비 지출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미국의 일방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둘째, 호주가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하면서 초래된 갈등이다. 미국이 가자지구 휴전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비판했기 때문이다.

10월 백악관에서 개최된 정상회담은 양국의 갈등 고조 가능성을 일축했다. 희토류 수출 통제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중국에 맞서 핵심 광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해서다. 이와 관련, 양국은 협정문에서 국방 및 첨단 기술 제조업 기반을 뒷받침하는 데 필요한 핵심 광물과 희토류의 안정적 공급을 가속화하기 위한 공동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양국 정부와 민간의 자금을 동원해 핵심 광물 및 희토류의 채굴·가공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본과 운용비용을 조달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동맹 공조의 행보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도 주목받았다. 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 관계가 최근 몇 년간 바닥 상태에서 회복되면서 양국 국민에게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줬다”고 평가했다. 또 상호 평등한 대우와 협력 약속이 양국의 근본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앨버니지 총리는 “호주는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국익에 따라 차분하고 일관된 방식으로 계속 접근할 것”이라면서 대화가 양국 관계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화답했다. 미국과의 동맹 공조와 별개로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한 독자적 접근법도 견지하겠다는 의도를 보여 준 것이다.


2026년 안보·국방정책 전망 

호주의 안보·국방정책에서 핵심 현안은 오커스(AUKUS) 협정의 지속성 여부다. 미국·영국·호주 3국이 2021년 체결한 오커스 협정은 광활한 인도·태평양지역에서 중국의 공세적인 군사행보를 견제하는 데 필요한 핵추진잠수함 역량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이에 미국은 2030년대 초부터 버지니아급 핵추진잠수함 최대 5척을 호주에 판매하기로 했다. 호주와 영국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도입한 재래식 무장 핵추진잠수함을 공동 개발, 전력화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이러한 오커스 협정의 지속 가능성에 회의적 시각이 부상했다. 미국의 조선업 역량 약화로 자국에 필요한 핵추진잠수함조차 적기에 건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호주에 판매할 여력이 없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대외정책 기조와 오커스 협정의 부합성 재검토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집단안보에 부정적인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체결된 오커스 협정을 폐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와 관련, 앨버니지 총리는 오커스 협정이 당사국 모두에 막대한 이점을 보장한다고 부각하면서 동 협정의 지속성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호주와의 핵추진잠수함 공동 개발 프로젝트 추진의지를 강조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발언에 화답한 내용이다. 앨버니지 총리는 그 연장선에서 올해 7월 양국은 오커스 협정을 확고히 유지하려는 목적에서 양국의 새로운 50년 방위협정을 체결했다며 이는 유럽·대서양 안보와 인도·태평양 안보의 불가분성에 관한 공동 인식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했다. 말스 호주 국방장관은 이번 양국 협정을 1901년 호주 연방 수립 이후 가장 중요한 협정으로 규정했다.

지난 8일 개최된 미·호주 외교·국방장관회의에서 미국은 오커스 협정의 지지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하지만 거래적 접근법에 따라 핵추진잠수함 판매와 기술 이전의 대가로 추가적 요구를 한다면 갈등 현안으로 부상할 수 있다. 오커스 협정 자체에 부정적인 노동당 내 반발 기류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8월에 개최된 호주 빅토리아주 노동당 전당대회에서 오커스 협정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와 탈퇴를 지향하는 결의안이 채택되면서 노동당 내 전반적인 기류 변화 가능성에 시선이 몰리는 상황이다.

대중국 관계에서의 도전요인도 주목되는 점이다. 특히 2월 중국 해군 군함이 이례적으로 호주와 뉴질랜드 인근 해역에서 사전 통보도 없이 실탄 사격훈련을 하면서 갈등이 초래됐다. 이에 호주와 뉴질랜드는 8월 정상회담 때 양국이 수십 년 만에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전략적 환경에 직면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에 대응하는 군사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중국 국력·군사력의 급격한 증대로 호주의 안보·번영이 위협받고 있다는 위협 인식에 따라 전략적 자율성 담보를 위한 독자적 노력과 동맹·우방국 협력을 지속 발전시킬 것임을 시사한다.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강석율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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