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육군

미래 전투력, 근무 환경에서 시작된다

입력 2025. 12. 18   16:56
업데이트 2025. 12. 1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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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23경비여단, 환경 개선 통한 작전 효율성 향상

드론 해상 분실 우려는 줄이고…
소초 간부 운용체계 최소 인원만…
낙후된 소초 상황실 말끔히 정돈…
드론에 자동팽창형 튜브 장착 분실 위험 줄여
야간 근무자 부담 해소 밀키트 급식 시범도

 

해안 경계작전의 성공은 작은 변화에서 시작한다. 현장의 불편을 줄이고, 불필요한 움직임을 없애는 순간, 작전 속도와 대응력은 눈에 띄게 빨라진다. 육군23경비여단은 병영과 소초, 장비 운용 환경을 하나씩 손보며 ‘환경 개선이 곧 작전 효율’이라는 공식을 현장에서 증명하고 있다. 글=박상원/사진=김병문 기자

 

육군23경비여단 청룡대대 드론정찰반장이 18일 강원 강릉시 안인항 인근에서 경계용 드론에 부착한 자동팽창형 튜브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육군23경비여단 청룡대대 드론정찰반장이 18일 강원 강릉시 안인항 인근에서 경계용 드론에 부착한 자동팽창형 튜브 작동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18일 오전 강원 강릉시 안인항 인근 해안. 여단 예하 청룡대대 장병들이 운용 중인 경계용 드론 모형이 해상으로 추락했다. 기체는 균형을 잃고 바다로 가라앉았다. 이내 기체 하부에 장착된 자동팽창형 튜브가 작동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회수까지 걸린 시간은 20분 남짓이었다. 

과거였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 해상 추락은 곧 장비 분실로 이어지고, 장병들은 ‘드론을 잃을 수도 있다’는 부담 속에서 임무를 수행해야 했다. 여단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전투실험을 거쳐 경계용 드론에 자동팽창형 튜브 기술을 적용했다. 장비 손실 위험이 줄어들자 드론 운용의 적극성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홍명원(상사) 드론정찰반장은 “드론을 잃지 않게 됐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장병들이 장비를 믿고 쓰게 됐다는 점이 더 큰 변화”라고 설명했다.

작전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환경 개선은 장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여단은 열영상감시장비(TOD) 운용 여건도 대폭 개선했다. 기존에는 원격 운용 중 오류가 발생하면, 운용자가 수 킬로미터 떨어진 장비 위치까지 직접 이동해 재부팅해야 했다. 여단은 자체적으로 TOD 원격 On·Off 시스템을 제작·적용해 이 같은 불필요한 이동을 없앴다.

 

 

경계근무를 마친 장병들이 밀키트 존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경계근무를 마친 장병들이 밀키트 존에서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드론 모형에 자동팽창형 튜브를 장착하는 장병
드론 모형에 자동팽창형 튜브를 장착하는 장병

 

장병들이 소초 상황실에서 감시장비로 해상표적을 식별하고 있다.
장병들이 소초 상황실에서 감시장비로 해상표적을 식별하고 있다.

 


정전 상황에 대비한 개선도 병행했다. 무정전 전원장치(UPS) 이중화 체계를 구축하고 정전 경보기를 설치, 정전 시에도 장비가 멈춤 없이 가동되도록 했다. 고온으로 인한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펠티어 소자를 설치하는 등 장비 운용 환경을 세밀하게 손봤다. 그 결과 장비 이상으로 인한 출동 소요와 인적 피로도는 눈에 띄게 줄었다. 

소초 근무환경 변화 역시 작전 효율과 직결됐다. 여단은 낙후된 소초 상황실을 전면 개선했다. 오랜 기간 덧붙여 온 선로를 바닥 하부로 정리하고, 소초별 공간 크기와 근무자 동선을 고려한 맞춤형 책상과 비디오월을 제작·배치했다. 무질서했던 상황실은 정돈된 지휘 공간으로 바뀌었고, 장병들은 더욱 안정된 환경에서 임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근무 방식도 달라졌다. 여단은 소초 간부 운용체계를 개편해 최소 인원만 상주하도록 조정했다. 상황통제반과 감시통제반으로 역할을 나눠 불필요한 상시 대기를 줄이고, 나머지 인원은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했다. 일정 예측이 가능해지자 간부들의 피로도는 낮아졌고, 장기적인 임무 집중도가 높아졌다.

야간 근무자의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밀키트 급식 시범 적용도 같은 맥락이다. 취침 중간 식사를 위해 깨야 했던 불편을 해소하면서, 경계 집중도 향상과 휴식 여건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임상진(준장) 여단장은 “작전 효율은 거창한 구호보다 현장의 불편을 하나씩 없애는 데서 나온다”며 “장병들이 불필요한 소모 없이 임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곧 전투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말했다.


육군23경비여단장 임상진 (준장) 
육군23경비여단장 임상진 (준장) 


인터뷰  육군23경비여단장 임상진 (준장) 
"핵심 키워드는 통합과 확장…그 출발점은 ‘사람 중심’"

예산·환경·사람 동시에 고려해 현실적 변화
최종 목표 분명히 세운 뒤 단계적 추진해야

육군23경비여단의 변화와 혁신을 이끈 임상진(준장) 여단장은 예산·환경·사람을 동시에 고려한 ‘현실적 변화’를 강조했다. 임 여단장은 “완벽한 재원을 기다리면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며 “최종 목표를 분명히 세운 뒤 예산을 순차적으로 확보해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지휘관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니라 현장의 공감대였다. 임 여단장은 “여단 구성원들과 수차례 토의를 거쳐 마찰 요소를 최소화하고 가장 적절한 시점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병영과 소초 환경 개선 역시 ‘사람 중심’ 접근에서 출발했다. 임 여단장은 “무질서한 공간에서는 장병들의 자긍심과 전투력이 나오기 어렵다”며 “낙후된 소초 상황실 정비와 선로 정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고 했다. 특히 불침번을 CCTV로 대체한 배경에 대해 “적은 카메라로 감시하는 시대인데, 아군만 사람에게 의존하는 방식은 바뀌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임 여단장이 강조한 핵심 키워드는 ‘통합’과 ‘확장’이다. 인구 감소와 과학기술 발전이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기존 방식으로는 경계작전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임 여단장은 “30년 전 내가 겪은 어려움을 후배들에게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환경을 바꾸는 것이 곧 미래 전투력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함께해 준 장병들이 가장 고맙다”며 “하나된 힘으로 가득 차게, 자긍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는 부대를 계속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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