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은 주인공 김명민이 노비 출신 여아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꿈이 무엇이냐?” “꽃이 되고 싶습니다.” “꽃? 왜 꽃이냐?” “꽃은 어디서든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누구에게나 예쁨을 받고, 잡초처럼 뽑아 버리지도 않고, 함부로 짓밟아 버리지도 않고….” “꽃이 아니어도 사람은 그냥 그대로 귀한 것이다.”
‘군 인권업무 훈령’에서는 인권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헌법 제37조에선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 보장·질서 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명시함으로써 군이 처한 특수한 환경으로 기본권이 합법적으로 제한되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과거 대한민국에서 인권 사각지대로까지 불렸던 군은 많은 발전을 거쳐 현재는 “너도나도 인권을 거론해 전시 임무 수행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회의적 목소리도 종종 나온다. 정의로운 사회란 자신이 피해를 보지 않은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결핍을 발견해 대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우리 군도 소수의 정의로운 장병·군무원들이 군 인권을 발전시켜 왔다. 구타·가혹행위가 만연했던 과거에 일부 장병은 ‘본인이 저 위치에 올라가면 구타·가혹행위를 근절시키겠다’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 본인과 약속한 대로 지켜 냈다.
인권 보장은 ‘결핍을 충족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매슬로의 5대 욕구이론을 살펴보면 인간은 ‘생리적 욕구→안전 욕구→사회적 욕구→존중의 욕구→자아실현의 욕구’를 갖고 있으며,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돼야만 다음 단계의 욕구가 생긴다고 한다. 과거 군에서의 인권적 결핍은 안전의 욕구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 시대를 ‘군 인권 1.0 시대’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현재 군에서의 인권적 결핍은 5대 욕구이론 중 자아실현의 욕구 수준에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야전부대에서 대학원에 다니다가 입대한 장병들이 부대 훈련을 열외하고 민간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싶다고 건의해 일부 지휘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군 인권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4단계 결핍은 거의 충족됐다는 방증으로, 현재를 ‘군 인권 2.0 시대’로 명명하고자 한다.
방심은 금물이다. 군이 인권적으로 처한 현실적 문제는 개인의 이권·권익과 인권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겠다”는 일부 장병의 목소리는 인권적 딜레마를 보여 주는 씁쓸한 단상이다. 각급 부대에서 활약 중인 부대 인권교관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국방대 직무교육원은 연간 500여 명의 인권교관을 양성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인권의 본질과 법적 관점에서 인권해석을 지도하고 있다. 법적·철학적·사상적 고찰이 빠진 인권교육은 도덕교육이나 인성교육에 그칠 수 있다.
군 인권교육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우리 장병·군무원들이 “꽃이 아니어도 사람은 그냥 그대로 귀한 것”이라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인식하고, 적의 위협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정의롭고 자애로운 인권 지키미가 되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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