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마당놀이 신화 원조 제작진 뭉쳐 새롭게 탄생
연출 손진책, 작곡 박범훈, 연희감독 김성녀, 홍길동 역에는 이소연·김율희
1990년대 ‘마당놀이 신화’를 썼던 극단 미추의 홍길동전이 25년 만에 돌아온다.
오는 28일부터 2026년 1월 31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하는 마당놀이 ‘홍길동이 온다’는 극단 미추가 공연했던 마당놀이 원조 제작진이 다시 뭉쳐 새롭게 탄생시킨 작품이다. 연출가 손진책을 비롯해 작곡 박범훈, 안무 국수호, 연희감독 김성녀 등 그때 그 멤버들은 현대적 감각을 덧입혀 2025년형 K히어로 홍길동을 무대 위에 소환시켰다.
조선 중기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은 서자로 태어난 설움을 딛고 활빈당 수장이 돼 부패한 세상을 바로잡는 홍길동 이야기다. 억압받는 민중의 자유와 정의를 위해 싸우는 주체적 영웅이라는 점에서 홍길동은 ‘한국 최초의 히어로’로 평가받는다. 이번 무대에서는 홍길동이 겪었던 불합리한 세상 모습을 현재와 교차시키며 시대를 초월한 메시지를 던진다.
2000년의 홍길동이 부패한 권력을 고발했다면 2025년의 홍길동은 불평등·청년실업·사회적 단절·혐오와 분열이라는 현실에 맞선다. 서자로서 겪은 차별과 설움은 오늘날 출신·세대·경제적 불평등과 맞닿아 있다. 활빈당이 꿈꾸던 ‘백성의 세상’은 공정과 정의를 바라는 청년 세대 목소리로 다시 울려 퍼진다.
세월을 초월한 마당놀이 특유의 해학과 명랑한 대사, 재기발랄한 풍자도 여전하다. 가장 평범한 서민의 이름을 대표하는 홍길동답게 시대 부조리에 맞서는 보통 사람들의 연대를 중심에 두고 웃음과 흥을 녹여낸다. 특히 공연 후반부, 전 출연진이 벌이는 한바탕 흥겨운 거리 행진 장면은 관객에게 속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25년 전 연희감독 ‘김성녀’가 연기했던 홍길동 역은 이번에도 여성 소리꾼이 맡는다. 국립창극단의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해 온 이소연과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춘향가’ 이수자 김율희가 홍길동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 두 소리꾼은 ‘젠더프리(Gender-free)’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영웅상을 제시한다.
‘원조 홍길동’ 김성녀는 “이소연은 강직하고 리더십 있는 홍길동이라면 김율희는 자유롭고 당찬 홍길동이다. 각자의 색이 분명한 만큼 서로 다른 느낌의 홍길동을 만나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원전에 없던 인물 ‘삼충’이 새롭게 등장하는 것도 이채롭다. 삼충은 홍길동을 동경하는 여성 활빈당원으로 정의를 향한 강한 신념과 주체적인 행동력을 지닌 인물이다. 코믹하고 신선한 매력으로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국립창극단의 조유아와 마당놀이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홍승희가 연기한다.
또한 홍길동의 믿음직한 동료 ‘자바리’ 역은 국립창극단의 김학용과 창작집단 ‘깍두기’ 대표 추현종이 더블캐스팅됐다. 관객과 유쾌한 호흡을 끌어내는 사회자이자 감초 역할인 ‘꼭두쇠’는 정준태가 맡아 극에 활기를 더한다. 이 외에 50여 명의 배우, 무용수, 연주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다채롭고 역동적인 무대를 완성한다.
전석 7만 원. 국립극장 홈페이지(www.ntok.go.kr) 또는 전화(02-2280-4114)로 예매하면 된다. 노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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