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언박싱
⑦ 첨단기술로 하늘을 지배하다
KF-21 ‘비행은 과학이다’
① 뛰어난 엔진·정교한 공력 설계 급선회에도 속도 유지 가능
② 초당 수천 번 계산하는 ‘FBW’ 기체 위험하지 않게 날개 제어
③ 고강도 훈련으로 단련된 조종사 하중 경감 G-슈트 입고 한계 극복
“4세대보다는 5세대에 가까운 명품 전투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손석락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5일 KF-21 보라매 전투기로 취임 후 첫 번째 지휘비행을 마친 뒤 “인생에서 가장 설?던 세 번째 순간이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손 총장이 평가한 KF-21은 정말 강력한 전투기,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전투기였다. 2900시간 이상 비행한 베테랑 조종사의 강한 자신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날 손 총장은 국산 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AESA·에이사) 레이다를 비롯한 첨단 항공전자장비를 점검했다. 특히 상승·선회·고속비행 등의 다양한 기동을 하며 KF-21 성능을 유감없이 확인했다. 이러한 고난도 기동은 KF-21이 단순한 시제기를 넘어 실전 임무 수행이 가능한 ‘완성형 전투기’임을 증명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한 한 가지. 이처럼 물리법칙의 한계에 도전하는 비행은 어떤 과학적 원리로 가능한 것일까. 그 비밀을 풀어본다. 임채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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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의 균형을 깨는 과학적 기술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것은 추력, 항력, 양력, 중력이라는 네 가지 힘이 균형을 이룰 때 가능하다. 고기동 비행은 이 균형을 의도적으로 조정함으로써 만들어내는 과학적 기술이다. 급선회를 예로 들어보자. 비행기는 날개를 통해 공기의 압력 차로 만들어내는 ‘양력(기체를 띄우는 힘)’을 옆으로 기울인 뒤 ‘구심력(회전 방향의 힘)’을 사용해 급선회한다. 하지만 이때 공기 저항, 즉 마찰력인 ‘항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속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여기서 KF-21의 진가가 드러난다. 강력한 엔진의 ‘추력(앞으로 나아가는 힘)’으로 이 저항을 밀어내며 속도를 유지하는 것. 이는 뛰어난 엔진과 정교한 공력 설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자세 유지의 핵심, 플라이 바이 와이어
놀랍게도 최신 전투기는 ‘불안정’하게 만들어진다. 자전거로 비유하면 핸들을 놓는 순간 바퀴가 옆으로 휙 돌아가 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작은 조작에도 민첩하게 반응하기 위한 설계지만 반대로 말하면 사람의 감각만으로는 조종이 쉽지 않다는 것을 뜻한다. 이때 ‘플라이 바이 와이어(FBW)’라는 일종의 디지털 신경망이 개입한다. 조종사가 조종간을 움직이면 컴퓨터는 이 의도를 파악하고 현재 비행 상태를 초당 수천 번 계산한다. 그리고 기체가 위험에 빠지지 않는 최적의 값으로 각 날개를 제어한다. 급선회 후 KF-21이 칼같이 자세를 잡는 모습은 바로 이 기술이 조종사를 완벽하게 서포트하고 있다는 증거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 훈련과 장비
아무리 뛰어난 기체라도 조종사가 버티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조종사는 비행할 때 큰 하중을 받는다. 우리가 그냥 지상에 서 있을 때 받는 하중을 1G라고 한다. 전투기마다 차이가 있지만 조종사가 견뎌야 하는 하중은 최고 9배(9G)에 이른다고 한다. 쉽게 얘기해 체중이 75㎏인 조종사가 9G를 느끼게 되면 순간적으로 675㎏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 이 순간 조종사의 피는 순식간에 다리 쪽으로 쏠려 뇌에 산소 공급이 끊길 수 있다. 이를 중력가속도에 의한 의식상실(G-LOC)이라고 한다.
조종사들은 이 현상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특수 호흡법으로 혈액의 쏠림을 억제한다. 여기에 첨단 장비인 ‘G-슈트(Suit)’가 힘을 보탠다. G-슈트는 기동과 동시에 내부 공기주머니를 부풀려 하체를 강하게 압박, 혈액이 아래로 쏠리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아준다. 일반적으로 G-슈트는 조종사가 느끼는 하중을 약 1~2G 정도 경감시키는 효과를 낸다고 알려졌다. 조종사 헬멧 역시 안정적인 산소공급과 시야 확보를 도와 조종사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해준다. 즉, 9G 기동은 인간의 의지와 첨단기술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완벽한 기동 ‘완성형 전투기’ 증명
이번 지휘비행에서 손 총장이 느낀 KF-21의 완벽한 기동은 기체의 뛰어난 공력설계와 강력한 엔진, 그리고 세계적 수준의 국산 비행제어 소프트웨어가 완벽한 삼위일체를 이뤘기에 가능했다. 특히 조종사의 미세한 조작을 안정적인 기동으로 구현하는 비행제어 기술은 KF-21의 기술적 우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결론적으로 전투기의 화려한 고기동 비행은 강력한 성능과 정교한 공력설계, 인간의 조작을 보완하는 지능적인 비행제어 시스템, 그리고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는 조종사의 능력이라는 세 박자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져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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