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가치관이나 이해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 긴장상태를 말한다. 인간이 모인 모든 조직에는 갈등이 존재하며, 이를 잘 다루지 못하면 불화와 분열을 낳지만 슬기롭게 관리하면 발전의 계기가 된다. 갈등은 억누르거나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조직 활성화와 긍정 에너지로 전환해 주는 동력이 될 수 있다.
학문적으로 갈등 연구가 본격화한 것은 1960~1970년대 미국이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시작됐다. 민주화와 산업화, 세계화를 거치며 갈등은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오늘날에는 사회 운영의 핵심 변수로서 ‘갈등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군도 예외가 아니다. 군 내부에는 개인 간 성격 차이, 상하 간 권한 충돌, 임무 수행 중 역할 갈등이 빈번하다. 외부적으로는 훈련장 소음·환경오염·안전사고 등으로 주민과의 대민 갈등이 지속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의 대응은 경험과 직관에 의존한 임시방편적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예전에 이렇게 하니 해결됐다”는 식의 ‘라떼식 갈등관리’는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되풀이되게 만든다.
이를 인식한 국방부와 각 군은 부대여건과 실정에 맞게 갈등관리 전담조직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제도적으로 진전된 조치이지만, 여전히 권한이 모호하고 전문인력이 부족하며 현장 중심의 지원체계가 미흡하다. 단순히 조직이 존재하는 데 그칠 게 아니라 명확한 임무 부여와 전문성 강화, 실질적 권한 부여가 뒤따라야 한다.
간부를 대상으로 하는 갈등관리 교육체계 면에서 보면 간부 양성기관에서는 갈등관리를 거의 다루지 않고 보수교육도 소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로 인해 장교와 간부들은 실제 상황에서 갈등 해결 능력을 충분히 훈련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된다.
갈등을 관리하는 능력은 지휘 역량의 핵심이며, 갈등을 방치하면 조직 응집력 약화와 전투력 저하를 초래한다. 국방부와 각 군은 갈등관리를 단순 행정이 아니라 전략적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양성교육에서는 갈등의 본질과 관리기법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보수교육에선 실질적 사례 중심으로 갈등 해결 능력을 숙달시켜야 한다. 또한 각급 제대 간부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갈등관리 훈련을 해 중재와 조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갈등을 숨기거나 덮는 문화에서 벗어나 드러내고 논의하며 함께 해결하는 ‘양성적 갈등문화’로 전환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고위 지휘관의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다.
군의 전투력은 무기보다 사람에게서 나온다. 신뢰와 단결, 응집력이 강한 부대가 강군을 만들고 갈등관리는 이를 위한 필수과제다.
세계적 기업 인텔이 전 직원에게 갈등관리 교육을 해 생산성을 140% 향상한 사례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서울시 등 국내 기관들도 갈등관리 전담조직과 교육체계를 도입하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
군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 갈등관리 역량은 단순히 분쟁을 해결하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본연의 임무 수행 능력을 높이는 전략적 자산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제도적 기반을 갖추는 것, 그것이야말로 미래 강군을 만드는 토대이며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진정한 전투력을 완성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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