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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삶을 선물하는 조혈모세포 기증

입력 2025. 11. 07   17:11
업데이트 2025. 11. 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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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영 대위 육군32보병사단 세종시경비단
김주영 대위 육군32보병사단 세종시경비단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완전히 회복해 다시 가정과 사회를 빛내주시길 바랍니다. 환자분에게 새로운 삶이 허락돼 치료가 완료되는 그 순간까지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기증 후 환자분에게 전달한 편지의 내용 중 일부다. 

2024년 어느 날 조혈모세포(골수) 기증을 통해 혈액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할 기회를 얻었다. 조혈모세포 기증의 시작은 2019년 2월, 소위 임관을 한 달 앞둔 사관생도 시절이었다. 헌혈을 하고 있는데 한 직원분이 ‘한국조혈모세포은행협회(KMDP)’의 조혈모세포 기증자 등록 제도를 알려줬다.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사실에 바로 마음이 움직였고, ‘우리는 조국을 위해 생명을 바친다’는 사관생도 신조가 머릿속에 맴돌아 흔쾌히 등록했다. 그리고 5년이 지나 지난해 소중한 기증의 기회가 주어졌다.

사실 기증의 기회가 처음 찾아온 것은 아니다. 2020년 어느 환자와 적합 판정을 받고 기쁜 마음에 기증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있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아쉽게 기증할 수 없었다. 새로운 희망을 품었을 환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추후 검사에서 건강상의 문제는 오진임을 알게 됐고, 다행이라는 안도와 함께 언젠가 기회가 오면 반드시 기증하자고 다짐하며 건강관리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다시 기증의 기회가 왔다. 과거의 아쉬움이 있었기에 이번 기회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조혈모세포는 혈액 속 백혈구·적혈구·혈소판을 만들어내는 뿌리와 같은 존재로, 백혈병이나 혈액암 같은 혈액질환 환자들에게는 유일한 희망이다. 하지만 기능이 가능하려면 조직적합항원(HLA)이 일치해야 하는데, 약 2만 명 중 1명꼴로 매우 희귀하다. 그래서 나의 조혈모세포 기증은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도 작지만 확실한 빛이 됐으리라 생각된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직접 골수를 채취했던 과거 수술방식이 아닌, 헌혈처럼 팔을 통해 채혈하는 방식으로 아프지 않고 간단하게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혈액질환으로 아픈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고, 받을 수 있도록 이 자리를 빌려 조혈모세포 기증 등록을 독려하고 싶다.

이번 경험을 통해 다시 한번 ‘헌신’의 가치를 깨달았다. 군인으로서 조국과 국민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일도 숭고한 사명임을 배웠다.

나는 결코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면 누구라도 저와 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다. 한 사람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하게 될 수 있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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