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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헬프콜,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끝까지 지키는 동반자

입력 2025. 11. 02   14:54
업데이트 2025. 11. 0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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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태호 해군소령 국방부조사본부 국방헬프콜센터
공태호 해군소령 국방부조사본부 국방헬프콜센터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자살예방협회(IASP)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바라본다. 현재 국방부조사본부 국방헬프콜센터에서 근무 중이다. 현장에서 장병들의 목소리를 듣고 지휘관과 함께 문제 해결을 모색하면서 때로는 위기 속에서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키는 순간을 마주한다. 

군은 강인함과 책임감을 요구하는 조직이지만, 그 안에서 생활하는 장병들은 여느 청년들과 다르지 않다. 사회적 단절감, 군 내 갈등, 불안한 미래는 장병들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는 자살 위험요인으로 이어져 전투력 손실로 직결된다. 자살 예방은 단순히 개인을 보호하는 차원을 넘어 군 전체의 신뢰와 전투력을 지키기 위한 핵심 과제이며, 지휘관의 중요한 책무다.

사실 우리 사회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해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군 역시 이런 사회적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으며, 자살 예방은 더 이상 특정집단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풀어야 할 사회적 과제임을 보여 준다.

군에서의 자살 예방 최전선에는 지휘관이 서 있다. 지휘관은 본연의 임무와 교육훈련 등 다양한 책무를 맡기에 장병 개개인의 심리까지 세밀하게 살피기란 쉽지 않다. 지휘관 시절,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병사와 마주하며 작은 신호 하나까지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곤 했다.

자살 예방은 단순한 지휘 임무가 아니라 전문성과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영역이다. 지휘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때로는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휘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조직 내 신뢰와 소통을 증진함으로써 지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기관이 바로 국방헬프콜이다.

국방헬프콜은 장병이 위기에 처했을 때 즉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이자 지휘 효율성을 제고하고 도와주는 군 내 안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초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한 장병이 국방헬프콜에 전화를 걸었고, 상담관은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가며 긴급 대응절차를 가동했다. 그 결과 군·경·소방이 협력해 위기 직전의 상황에서 구조했다. 그 한 통의 전화로 장병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 국방헬프콜은 단순한 위기 대응을 넘어 장병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MZ 장병들의 특성과 소통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다문화가정 출신 장병들이 겪는 어려움에도 세심히 주목하는 등 홀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끝까지 곁을 지켜 주는 동반자 역할도 하고 있다.

지휘관 시절, 처음엔 ‘지휘권이 흔들리지 않을까?’ ‘사소한 민원까지 외부로 보고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분명히 알게 됐다. 국방헬프콜은 지휘권을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휘관의 권위를 보호해 주는 든든한 동반자라는 사실을. 결국 장병과 부대를 동시에 지켜 주는 제도이자 파트너가 국방헬프콜이다.

국방헬프콜은 우리 모두를 위한 제도다.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군은 더욱 안전하고 굳건한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자살 예방은 특정 개인의 몫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과제이며, 국방헬프콜은 그 길에서 끝까지 곁을 지켜 주는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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