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에서 만나는 트렌드
‘붉은 말의 해’ 10대 키워드 전망
AI로 선택 시간 줄이지만
결과 검증·책임은 인간이
기분 따라 상품·서비스 선택
픽셀처럼 작은 경험 환승
암호 해독하듯 가격 분석
나이 불문 건강지능 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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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부쩍 쌀쌀해지며 서점가에선 트렌드 전망서를 내놓고 있다. 새해 준비를 알리는 신호다. 다가오는 2026년은 붉은 말의 해다. 말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자주 등장한 동물 중 하나다. 세계를 호령한 정복자들 곁엔 언제나 말이 함께했으며 증기기관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중요한 동력이었다. 제임스 와트는 증기기관 성능을 표현하기 위해 ‘말 한 마리가 하는 일의 양’인 ‘마력(HP·Horse Power)’이라는 단위를 쓰기도 했다. 이처럼 인류에게 가장 가깝고도 중요한 동물인 말의 해를 맞이하며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Horse Power’를 표제어로 한 10개 트렌드 키워드를 선정했다. 하나씩 살펴보자.
첫 번째 키워드는 ‘휴먼 인 더 루프(Human in the loop)’다. 직역하자면 ‘루프 안에 사람이 있다’인데 여기에서 루프는 인공지능(AI)이 자동화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AI 시스템에 사람이 개입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말로, 일종의 AI 활용에 관한 철학이다. AI가 일상과 산업 전반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면서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사람이 해야 할 역할은 AI가 올바른 방향으로 사용되도록 명령하고 AI가 내놓은 결과물을 검증하며, 최종 책임을 지고 일을 완결하는 역할이다. 누구나 AI를 사용하지만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어떻게 사용하느냐다.
두 번째 키워드는 ‘기분경제: 필코노미(Feel-conomy)’다. 지금까지 소비가 필요나 욕망에 의해 일어났다면 이제 ‘기분’이 중요한 동인이자 척도가 되고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의 기분을 감지하고 분석하는 상품·서비스, 나아가 불편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상품·서비스, 마지막으로 항상 최적의 감정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상품·서비스 등 소비자들의 일상적 기분 관리가 비즈니스에서도 관건이 되고 있다.
세 번째 키워드는 ‘제로 클릭(Zero Click)’이다. 지금까지 소비자들은 하나의 구매를 위해 정보를 탐색하고 여러 대안을 비교하고 결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클릭’을 해야 했다. 이는 구매 여정에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이고 선택해야 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AI가 소비자의 맥락을 읽고 구매의 모든 과정을 지원해주면서 클릭 수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있다.
즉, 제로클릭은 구매 여정의 패러다임 변화를 상징하는 표현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레디 코어(Ready core)’다. 최근 놈코어, 고프코어처럼 라이프스타일을 나타낼 때 ‘코어’라는 말을 많이 쓴다. 이에 착안해 요즘 소비자들은 ‘준비된 상태(ready)’가 중요한 삶의 태도가 됐음을 나타내는 트렌드 키워드다. 예를 들어 젊을 때부터 저속노화 건강관리, 노후대비 연금저축 등 미리 인생을 공부하고 대비한다. 소비도 마찬가지다. 주말에 나들이를 가거나 식당을 가더라도 예약이 필수가 되고 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AX 조직’이다. AX란 ‘AI Transformation(AI 대전환)’의 약자로, 많은 조직이 AI 시대를 맞아 조직 구조와 문화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크게 네 가지 변화를 꼽을 수 있다. 조직의 구조 측면에서는 ‘부서 간 장벽 파괴’와 ‘위계 서열의 파괴’, 조직 문화 관점에서는 ‘직무 구분의 파괴’와 ‘매뉴얼의 파괴’가 있다.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조직은 더욱 유연하고 자율적이 돼야 속도전인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여섯 번째 키워드는 ‘픽셀 라이프’다. ‘픽셀’은 디지털 화면을 채우는 최소 단위인 ‘화소’를 의미한다. 선명한 영상을 원할수록 픽셀이 더 많아져야 하고 픽셀이 빠르게 움직여 화면을 전환해야 한다. 이처럼 요즘 소비자들은 삶의 해상도를 높이기 위해 픽셀처럼 작고 많은 경험을 끊임없이 갈아타며 쌓아나간다. 이에 따라 상품 및 서비스는 단위가 작아지고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한 무엇 하나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소비자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소구하기 위해 그때 그 순간에만 가능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일곱 번째 키워드는 ‘프라이스 디코딩(Price decoding)’이다. 디코딩이란 암호를 해독하는 것을 뜻하는데, 요즘 소비자들은 암호를 풀어내듯 가격을 낱낱이 분해한다는 것을 지칭하는 키워드다. 예를 들어 가격을 단순히 ‘싸다’ ‘비싸다’로 판단하는 것을 넘어 재료값·로고값·기분값·자리값 등 여러 가치로 계산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초합리적인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상품기획부터 브랜딩까지 가치를 증명하는 방식으로 문법이 변화해야 한다.
여덟 번째 키워드는 ‘건강지능(HQ)’이다. 공부로 성공하던 시대에는 ‘IQ’를, 공감형 리더십이 떠오르던 시대에는 ‘EQ’를 강조했다면 백세시대를 맞아 가장 필수가 된 것은 ‘HQ’일 것이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전문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누구나 자신의 건강에 대해서는 준전문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의료서비스가 일상과 결합되고, 의·식·주 무엇이든 건강과 연계되는 총체적 관리로 나아간다.
아홉 번째 키워드는 ‘1.5가구’다. 역사상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시대이자, 1인 가구로 살아가는 시간이 가장 길어진 시대다. 1인 가구로 살아가는 데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0.5인분’이 필요해진 것이다. 독립한 자녀가 생활 편의를 위해 주말 혹은 주중에만 같이 산다면? 부부지만 각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존중해 주거를 분리한 사람은 어떠한가? 1인 가구도, 다인 가구도 아닌 다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고 있다.
마지막 키워드는 ‘근본이즘’이다. 트렌드 속도가 점차 빨라지고 AI로 인해 진짜 같은 가짜가 넘쳐나는 시대다. 이러한 환경에서 오히려 사람들은 변치 않는 가치를 찾아나선다. 전통·고전·아날로그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인류가 인정한 ‘진짜’, 즉 ‘근본’이 힘을 얻는다. 결국 트렌드를 포착하고 이해하되 항상 내 삶에 적용함에 있어 생각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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